[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대구 스타디움을 찾은 많은 국내 팬들은 한국 선수가 결선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했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를 위해 장기적으로 준비해왔다. 해외 유망 코치를 섭외하고 홍콩, 중국, 미국 등으로 전지훈련을 다니면서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남자 계주에 많은 공을 들였고 멀리뛰기, 세단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등 '도약 종목'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멀리뛰기에 출전한 김덕현(26, 광주광역시청)과 정순옥(28, 안동시청)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경보 20km에서는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 육상은 목표치를 높여 10개 종목에서 10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10-10 목표를 세웠다.
만약, 10개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10위 안에 들었다면 대구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은 매일 한국 선수의 선전을 관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머나먼 꿈'이었다.
현실의 벽은 높았고 한국 육상의 위치는 여전히 하위권에 있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올린 가장 좋은 성적은 남자 경보 20km에서 김현섭(26, 삼성전자)이 6위에 오른 점이었다.
남자 50km 경보에 출전한 박칠성(29, 국군체육부대)은 7위에 오르며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한국 도약 종목의 간판' 김덕현은 멀리뛰기 결선에 진출했지만 세단뛰기 예선에서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결선 무대에 서지 못했다.
나머지 종목의 결과는 처참했다. 기대했던 기대주들은 줄줄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신기록은 50km 경보의 박칠성을 비롯해 남자 10종 경기의 김건우(31, 문경시청), 남자 1600m 계주 ,남자 400m 계주 등 4개가 나왔다.
그러나 새로운 한국 신기록은 세계 수준과 격차가 많았다. 한국 육상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었다.
일본은 2007년 자국에서 열린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노메달 개최국'의 오명을 피했다. 동양 선수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마라톤에서 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정진혁(21, 건국대)이 2시간17분04초로 23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중위권으로 밀렸고 단체전에서도 6위에 그쳤다. 여자 대표팀은 7위에 머물렀다.
이번 마라톤에는 '최정예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지영준(30, 코오롱)은 부상과 훈련 부족을 이유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여자 선수들도 주전 선수들이 아니었다.
한국 육상은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위해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선수 관리에서 실패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일본과의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한국 육상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할 과제를 남겼다.
로버트 허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부회장은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육상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세웠으면 한다.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선수들을 짧은 시간에 경쟁력 있는 선수로 키워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한국에서 선수권대회를 개최하니까 한국에서 챔피언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꿈을 꾸고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허쉬 부회장은 "재정적 지원이 아주 중요하다.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떠한 프로그램도 실행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지도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많은 지도자들을 교육을 할 수 있다. 또한, 선수들과 코치들의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김덕현, 김성은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전현진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