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구, 조영준 기자] 3일 밤, 대구스타디움에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번개'가 칠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가 3일 밤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에 도전한다.
폐막을 이틀 남겨둔 이번 대회는 아직까지 세계신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이대로 대회가 종료되면 역대 세계선수권 중, 4번째로 세계신기록이 없는 대회로 남게 된다. 대회 초반,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노메달'의 고배를 마시면서 '스타 기근'과 함께 '기록 흉작'도 발생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신기록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 중 하나가 남자 200m다. 100m에서 부정 출발로 인해 실격을 당한 볼트는 200m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200m 준결승까지 치른 볼트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2일 열린 예선 1라운드에서 볼트는 20초30의 기록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 또한, 이날 저녁에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20초31의 기록으로 전체 2위에 오르며 가뿐하게 결승전에 진출했다.
볼트는 준결승전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결승전을 대비해 힘을 비축하려는 듯 막판 스퍼트 때 속도를 줄였다. 볼트는 전광판을 보면서 달렸지만 20초31의 기록을 올렸다. 전력을 다했다면 20초 초반 대에서 19초대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볼트의 세계신기록 수립이 유리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몸 상태가 최상이라는 점이다. 부정 출발을 의식해서인지 순간 반응 속도는 가장 느렸지만 곡선 주로를 통과하는 질주와 막판 스퍼트는 최상이었다.
준결승전에서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1, 프랑스)는 20초17의 기록을 세우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며 분전했지만 볼트가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 점을 미뤄 볼 때, 결승전에서는 1위를 장담할 수 없다.
100m의 충격을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한 점도 볼트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볼트는 200m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 시종일관 익살스러운 제스처로 대구스타디움에 모은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카메라를 보고 장난기어린 표정을 짓는가 하면 자신의 레인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항상 경기 자체를 즐기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힌 그는 말 그대로 200m 레이스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이번 대회에서 챔피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변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도 있다. 볼트가 최상인 만큼, 르메트르도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월터 딕슨(미국)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볼트는 지난 2009년 남자 200m에서 19초19의 기록으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칼 루이스(미국)와 함께 미국 육상의 전설로 남아있는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기록한 19초32의 벽을 13년 만에 넘어섰다.
볼트가 우승과 함께 자신이 기록한 200m 세계 기록을 2년 만에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우사인 볼트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