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시즌부터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프로 19년차 베테랑 포수 이재원. 배트 무게를 줄이는 변화를 통해 올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선수가 배트 무게를 줄이는 건 사실 쉽지 않은 결심이다. 나는 모든 걸 다 내려 놓는다는 마음으로 시도하게 됐다."
프로 19년차 포수 이재원은 2024 시즌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주전의 위치는 아니지만 22경기 타율 0.333(45타수 15안타) 6타점 OPS 0.748의 쏠쏠한 타격을 선보이면서 최근 몇 년 간의 부진을 털어낼 채비를 마쳤다.
이재원은 2006년 인천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특급 포수 유망주였다. 2014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뒤 야구단의 주인이 2021년부터 신세계그룹으로 바뀐 뒤에도 변함 없이 인천, 그리고 SSG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재원은 2022 시즌 SSG의 KBO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105경기 타율 0.201(234타수 47안타) 4홈런 28타점으로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2023 시즌에는 27경기 타율 0.091(4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방망이가 살아나지 않아 마음고생이 더 컸다.
이재원은 2023 시즌 종료 후 새로운 환경에서 한 번 더 도약을 원했다. SSG에 정중히 방출을 요청한 뒤 새 둥지를 물색했고 베테랑 포수 수혈이 필요했던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24 시즌부터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프로 19년차 베테랑 포수 이재원. 배트 무게를 줄이는 변화를 통해 올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화의 이재원 영입은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주전포수 최재훈이 지난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주루 중 허벅지 통증을 느껴 교체되는 악재가 있었던 가운데 이재원이 최근 이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줬다.
이재원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경기 타율 0.588(17타수 10안타) 3타점 OPS 1.176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겨울 팀을 옮기면서 배트 무게를 줄이고 구슬땀을 흘렸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원은 "지난해까지는 880g짜리 배트를 썼는데 훈련량을 많이 가져갈수록 몸과 방망이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몇 년 동안 반복됐다"며 "올해부터 840g짜리 배트를 쓰고 있는데 사실 변화를 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야구가 도저히 안 되니까 이제 다 내려놓고 '한번 바꿔보자'라고 생각을 했던 게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함께하고 있는 신임 사령탑 '명장' 김경문 감독의 존재도 이재원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2004-2011), NC 다이노스(2011-2018)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에도 훌륭한 커리어를 갖춘 베테랑 선수들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전례가 많다.
2024 시즌부터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프로 19년차 베테랑 포수 이재원. 배트 무게를 줄이는 변화를 통해 올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김경문 감독은 부임 직후 인터뷰에서 "이재원도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아쉽게 (현역 생활을) 끝내선 안 될 선수라 생각했다"며 "한화에서 내가 도와줄 부분은 도와주며 분발하도록 만들겠다. 타격이나 송구 등을 봤을 때 앞으로도 충분히 더 할 수 있을 듯하다. 잘해주면 내게도, 팀에도 좋은 일이다"라고 이재원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원은 "김경문 감독님께서 많은 힘을 주셨다. 사실 야구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동기부여만으로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화가 아직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든 부분도 있지만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위해 (김) 강민이 형과 노력 중이다"라며 "감독님께서 베테랑들에게 신뢰를 보내주시는 건 솔선수범을 원하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