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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갈량 '극약처방' 후 살아난 엔스-켈리, LG가 생각하는 최상은 교체 아닌 동행

기사입력 2024.06.04 08:29 / 기사수정 2024.06.04 08:29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지난달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앞서 외국인 투수 한 명의 교체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디트릭 엔스, 케이시 켈리 두 외국인 투수가 동시에 반등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지난달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앞서 외국인 투수 한 명의 교체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디트릭 엔스, 케이시 켈리 두 외국인 투수가 동시에 반등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봐야 했다. 둘 다 살아나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달 28일 문학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언론에 외국인 투수 교체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차명석 LG 단장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디트릭 엔스, 케이시 켈리 둘 중 한 명을 다른 선수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월 27일까지 켈리의 성적은 11경기 62⅔이닝 2승 6패 평균자책점 5.60, 엔스는 11경기 56⅓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5.43에 그쳤다. 원투펀치로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해줘야 할 두 사람이 나란히 부진하면서 LG도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충분히 외국인 투수 교체가 예상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를 언론에 공표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LG 구단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외국인 투수 교체 계획을 외부에 알리는 걸 밀어붙였다. 켈리, 엔스가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었기 때문에 자칫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2실점 비자책 호투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2실점 비자책 호투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염경엽 감독은 지난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을 교체할 계획이 있다는 걸 언론에 알린 건 내 마지칵 카드였다. 켈리와 엔스의 경쟁을 유도했다"며 "구단과도 상의를 했는데 선수들을 너무 코너로 몰아넣는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나는 켈리, 엔스를 계속 지켜볼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에게 자극을 줘서 좋아는 부분을 기대했는데 최근에는 페이스가 다 올라왔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의 '퇴출 암시' 발언이 있은 뒤 공교롭게도 엔스와 켈리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엔스는 지난달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 6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 지난 2일 두산전 6이닝 2피안타 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 내용도 준수했고 날카로운 구위를 뽐냈다.

켈리도 지난 1일 두산을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를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6이닝 5피안타 1탈삼진 3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투구로 LG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했다.

켈리는 투구 패턴의 다양화를 통해 반등했다.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의 구사 비중을 높이면서 이전보다 수월하게 아웃 카운트를 늘려갈 수 있게 됐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 지난 6월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6이닝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 지난 6월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6이닝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엔스는 150km 초반대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좌우가 아닌 상하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반전을 만들었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실행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 엔스보다 더 좋은 외국인 투수가 아니라면 굳이 한 명을 교체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전제 조건은 두 사람 모두 꾸준한 활약을 펼쳐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켈리, 엔스 둘 다 잘해서 살아남는 거다. 나는 다른 투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계속 잘하는 걸 바라고 있다"며 "한 명을 교체하게 되면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긴다. 새로 오는 선수 비자발급 문제로 길면 3주가량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켈리와 엔스가 계속 잘 던지고 있으면 (LG 프런트가) 미국에서 찾아야 할 투수의 레벨도 높아진다. 기존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면 아무나 일단 찾으려고 하지만 엔스, 켈리가 잘하면 두 사람보다 더 좋은 투수를 찾아야 한다. 더 좋은 투수가 있다면 내년 시즌도 있기 때문에 교체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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