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이강인 전 스승이자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과 연결된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이 팬들에게 눈물의 작별 인사를 전했다.
마요르카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기레는 24일(한국시간) 홈 구장 에스타디 마요르카 손 모시에서 진행된 고별식에서 "정말 감사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똑같이 떠나고 싶다"라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어 "이런 고별식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난 많은 클럽들을 조용히 떠났다. 그게 전부였다. 마요르카에서 남은 건 일과 우정, 그리고 언젠가 이곳에 돌아와 환영 받을 수 있다는 애정"이라며 "팬들의 따뜻함과 구단의 존경,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애정을 느꼈다"라고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아기레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감정을 추스린 아기레는 "좋은 관계, 존중, 다양한 소통을 경험했다.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라고 말하더니 다시 격해진 목소리로 "무너지고 싶지 않다. 버텨보겠다.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라며 마무리했다.
멕시코 출신 감독인 아기레는 2021-22시즌 막판 소방수로 부임했다. 당시 강등 위기에 몰렸던 마요르카를 이끌고 4승1무4패의 성적을 거뒀다. 아기레 덕에 마요르카는 최종 순위 16위를 기록하며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2022-23시즌 아기레의 지도력은 더욱 빛났다. 직전 시즌 강등 위기에 내몰렸던 마요르카를 중위권까지 끌어올렸다. 14승8무16패, 승점 50을 기록하며 9위에 올랐다.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은 아쉽게 실패했으나 전 시즌 성적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특히 이강인을 에이스로 기용한 감독이 바로 아기레였다. 마요르카 이적 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강인을 프리시즌부터 중용하기 시작한 아기레는 본격적인 시즌 돌입 후 이강인에게 에이스 역할을 맡겼다. 이강인의 공격 재능을 폭발시키며 라리가에서 가장 주목 받는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성장시켰다.
이강인 또한 아기레 감독의 지도를 받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선수 경력의 터닝 포인트를 잡기도 했다. 시즌 후에는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PSG)의 러브콜을 받고 빅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이강인이 떠난 이번 시즌에는 다소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리그 17위로 다시 강등권에서 잔류 경쟁을 펼쳤다. 다만 오는 26일 헤타페와의 리그 최종전을 남겨두고 1부 잔류를 확정지었고, 코파 델 레이(국왕컵)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마지막 시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요르카는 아기레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 계약이 만료되는 올 여름을 끝으로 갈라서기로 합의했다. 이후 스페인 마르카 보도에 따르면 아기레의 다음 행선지를 두고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이 거론됐다.
당시 마르카는 "향후 2년은 아기레 감독 경력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여러 선택지가 있으며 아시아가 될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경질된 대한민국이 가장 강력한 감독직 후보 중 하나다"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 제시 마치 캐나다 축구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축구 대표팀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감독 후보군을 원점에서 다시 추리고 있다. 6월 A매치 일정엔 싱가포르 구단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사령탑을 했던 김도훈 감독을 임시사령탑으로 선임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싱가포르전(6일), 중국전(11일)을 마무리 짓는다.
사진=연합뉴스, 마요르카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