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화제작으로 빵 뜬 스타. '대박 조짐'은 스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보며 언제부터 '뜰 조짐'이 보였는지, 인생작을 만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24년 상반기 기대작 '눈물의 여왕'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오징어게임' 시즌2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다는게. 배우로서 만족도 최상이었고 포만감이 넘치죠."
그야말로 대세 행보를 걷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배우를 꼽자면 단연 박성훈이다. 인기를 입증하듯 그가 출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최고 10.2%로 2024년 방송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 '눈물의 여왕' 최종화는 무려 24.9%를 달성, 최고 27.3%를 기록하며 tvN 역대 시청률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 2022년, 2023년 '더 글로리' 시리즈를 통해 김은숙 작가와, 2024년에는 '눈물의 여왕' 박지은 작가, 차기작으로는 '오징어게임' 시즌 2까지. 화제작에는 그가 있다.
스타 작가들의 픽을 받으며 대중에게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박성훈.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의 행보에 "박성훈 작두탔다", "뭘 해도 되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빵' 뜬 건 아니다. '대학로 아이돌'로 불리던 그는 벌써 데뷔한지 15년차가 된 중견 배우다. 대세 행보를 걷기까지의 과정은 꽤 천천히, 차근차근 이뤄졌다.
박성훈은 지난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해 '전우치(2009)', '해를 품은 달(2012)', '육룡이 나르샤(2015), '질투의 화신(2016)', '곤지암(2018)', '상류상회'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을 이어왔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도 오르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데뷔 10주년이 된 2018년. KBS 2TV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장고래 역할을 만나며 주말 연속극 고정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게된다. '박성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최고 49.4%를 기록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던 작품. '국민 사위'라는 애칭도 얻으며, 현재까지도 '장고래'로 부르는 팬들도 상당하다. 이 작품을 통해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다. 신인상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2019)', '저스티스', '출사표'(2020), '조구마사'(2021) 등 꾸준히 열일행보를 이어갔고, 2022년 12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송혜교의 복귀작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를 만났다.
학교폭력 가해자 전재준으로 분하며,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전재준 이니야?"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한 탓이 본명을 잃기도 했다. 박성훈이 아닌 전재준으로 불리면서도 그저 감사하다고.
"'개명해라'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박재준이다!'라는 말도 있고. 스태프분들도 '재준 씨'라고 불렀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서. 지금도 기분이 좋은 게 박성훈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이라서 각인되는 게 덜해요. 기억을 못하시고. 그런데 '전재준' 세 글자로 떠오를 수 있게 만들어주신 거니까. 유용하고 실용적인 이름이죠."
다수의 배우들은 작품 속 인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배역 이름으로 기억 한다는 건, 그만큼 인생작을 만났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더 글로리'는 시즌2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 전 국민적인 미움을 받게 됐고 이를 박지은 작가도 지켜보고 있었다.
2024년, 박성훈은 김수현, 김지원과 함께 tvN의 400억 대작 텐트폴 작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할을 맡으며 악역 정점을 찍는다. 연이어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그의 전성기가 시작되고 있다.
스타 작가들의 연이은 픽을 받은 박성훈. 비결에 대해 묻자 "김은숙 작가님의 경우에는 '하나뿐인 내편'에서 순하고 선한 역할인 장고래를 보고 나쁜 역할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지은 작가님에게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더 글로리'가 공개된 직후에 러브콜을 주신 걸로 봐서는, 인상 깊게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하나뿐인 내편' 장고래로 인해 '더 글로리' 전재준이 탄생했고, 전재준을 통해 '눈물의 여왕' 윤은성이 만들어진 셈.
차기작은 무려 '오징어게임2'다. 10여 년간 갈고닦은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오징어게임2'는 박성훈의 50번째 작품. 현재 영화 '열대야' 촬영 중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이 찾아와도, 그간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주지 않는다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2011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배우로서 목표도 한 단계씩 이뤄나가고 있다.
"작은 목표를 세워서 이뤄가는 걸 좋아해요.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는 이 직업으로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후에는 매체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매체에서 오디션을 안 보고 출연했으면 좋겠다 등 하나씩 다 이루고 있는 중이에요."
1일 방송된 '유퀴즈'에 출연하는 것 또한 목표로 삼았었다고. "'더 글로리' 찍을 때쯤 2025년 출연을 목표로 세웠어요. 1년 일찍 이뤘죠. '유퀴즈'를 통해 유쾌하고 헐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쌓여있던 악역 이미지를 깨보겠습니다"라고 전했던 바, 예능을 통해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 대중의 호감을 사고있다.
'유퀴즈'를 통해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려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성훈은 넉넉한 집에서 자라진 못했다며, IMF 이후 많이 힘든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차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햄버거 먹을 돈이 없어서 밖에서 그냥 기다렸다"고 이야기해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극했다.
군복무 중 8개월 만에 첫 휴가에서 어머니는 "안 나오면 안 되니? 네가 휴가를 나오면 5천 원이라도 줘야 할 것 같은데 줄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박성훈은 속상함이 제일 컸고, 서러움에 오열했다고 전했다. 휴가 동안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고, 전역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온갖 일을 다 했다.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는 1년에 5만원을 벌기도 했다며 " 7년 정도를 룸메이트와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집과 같은 곳에서 살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힘들었던 만큼, 배우라는 꿈도 강하게 쫓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연기 생각 뿐이다.
"하루 종일 대사를 되뇌고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해요. 샤워를 하는 순간, 양치를 하는 순간에도 용변을 보는 순간에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안되더고요. 저를 몰아세우는 방법밖에는 없죠."
박성훈의 이유 있는 대세 행보. 연기에 대한 진심과 감사함을 진정으로 느낄 줄 아는 그에게 기대감이 더해질 수 밖에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BH엔터테인먼트, 각 방송화면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