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최근 경기력을 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부진 요인 중 하나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좀비 축구'가 거론됐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2일(한국시간) "손흥민, 모하메드 살라, 김민재가 시즌 도중에 치른 토너먼트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를 보여주는가?"라고 보도했다.
매체가 지목한 손흥민과 김민재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공통점 중 하나는 2023-24시즌 도중 대륙별 컵대회를 치르기 위해 잠시 팀을 떠났다는 점이다.
손흥민과 김민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지난 1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이집트 축구스타 살라도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AFCON)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치르로 개최국 코트디부아르로 향했다.
세 선수가 갖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대륙별 컵대회를 다녀온 뒤 경기력이 전반기에 보여주던 활약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먼저 살라의 경우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리그에서 14골 8도움을 올리며 리버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그러나 대회를 마친 뒤 햄스트링 부상까지 입으면서 클럽 복귀 후 지금까지 리그에서 3골 1도움만 기록했다.
살라에 비하면 손흥민은 나은 편이다. 경기력이 물올라 대표팀 합류 전까지 리그 12골 5도움을 올렸던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마친 후 리그 11경기에서 4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민재는 세 선수 중 전반기와 후반기 경기력 차이가 가장 큰 선수이다. 전반기 때 뮌헨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꾸준히 선발로 나섰던 그는 후반기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최근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실점 빌미가 돼 2-2 무승부 원흉으로 지목돼 지금까지도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다.
'가디언'도 이 3명을 언급하면서 "주전 선수들은 아시안컵이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한 뒤 평소 클럽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경기력 저하를 눈여겨보았다.
이때 매체는 손흥민과 김민재의 경기력 저하의 원인들 중 하나로 아시안컵 때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 혹사를 당한 여파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체는 "1월과 2월에 열린 아시안컵은 한국과 한국 최고의 선수들에게 충격적인 대회였다"라며 "위르겐 클린스만의 난해한 '좀비 축구' 밑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과정은 건 비틀거리는 것에 가까웠고, 모두가 태극전사들이 요르단을 꺽어 결승에 갈 거라고 예상했을 때 그들은 0-2로 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린스만은 손흥민의 축구 주스를 최대한 많이 짜려고 한 첫 번째 감독은 아니지만, 손흥민을 연장전 2번을 포함해 카타르에서 치른 6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게 하는 건 과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육체적인 부담만 문제가 아니다. 손흥민과 살라 같은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경기장 안팎에서 주역이다. 칭찬도 많지만 기대와 부담 역시 크다"라며 "요르단전 패배 이후 손흥민은 너무 화가 나서 말을 못했고, 지쳤다고 암시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타르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을 묶은 채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복귀했고, 그 이후로 그는 그렇게 날카롭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3명의 선수 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 대해서도 매체는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에서 6위 안에 들었으나 부상을 입은 채로 아시안컵에 출전했다"라며 "그는 절박한 클린스만에 의해 너부 빨리 복귀해 4경기 출전했고, 최근에야 다시 울브스에서 정기적으로 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김민재에 대해선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부상을 당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는 레알과 2-2 무승부를 거뒀던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악몽을 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르단 경기 이후 며칠 뒤 자리에서 물러난 클린스만은 손흥민의 상황을 한국의 준결승 패배의 원인으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토마스 투헬처럼 공개적으로 선수를 버스 아래로 던진 적은 없었다"라며 "뮌헨 감독은 지난 시즌 나폴리가 우승을 차지할 때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뽑힌 김민재를 탐욕스럽고 공격적이라고 묘사했다"라고 전했다.
또 "김민재는 주전 멤버였기 때문에 경기 시간이 너무 많다고 불평할 수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전이 아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시즌 중단에 열리는 대륙별 컵대회가 시즌 후반 부진의 유일한 혹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닐 수 있지만, 대규모 토너먼트에서 치열한 경기는 일종의 후유증으로 이어진다"라며 "그러나 치료법은 마치 가능한 한 빨리 클럽으로 돌아가 모든 걸 빠르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 참가해 64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렸으나 매경기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4강에서 요르단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0-2로 충격패를 당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토너먼트 16강과 8강에서 120분 경기를 치르는 등 혈투를 연달아 치렀고, 이를 본 한국 축구 팬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의미이로 '좀비 축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기간 동안 색깔 있는 전술보다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스타일을 보여줬고, 그 결과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요르단 상대로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때 손흥민과 김민재는 대표팀 핵심 멤버로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쓸쓸히 클럽으로 돌아갔다. 클린스만 감독의 '좀비 축구'와 아시안컵 탈락 여파는 지금까지도 손흥민과 김민재를 괴롭혀 두 선수가 전반기 경기력을 되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사진=가디언 캡처,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