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조세 무리뉴는 5년 전에도 사비 알론소가 감독으로 성공할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알론소가 바이엘 레버쿠젠을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끌자 무리뉴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 됐다.
알론소 감독의 레버쿠젠은 15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에이스 플로리안 비르츠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5-0 대승을 거뒀다.
2위 뮌헨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승점 13점 앞서 있었던 레버쿠젠은 이날 승리로 승점 79(25승4무)가 됐다. 리그 종료까지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격차를 16점으로 벌리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레버쿠젠은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1904년 창단해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레버쿠젠은 그 동안 리그와는 연이 없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이 활약하던 1987-198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현 유로파리그)과 1992-1993시즌 DFB-포칼 우승이 전부였다.
2000년대 초 구단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에도 분데스리가에서는 준우승을 거두는 등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무패 행진 속에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됐다. 남은 5경기에서 패하지 않는다면 분데스리가 최초로 무패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레버쿠젠의 우승은 기적과도 같다. 알론소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리그 순위는 강등권인 17위였다. 알론소는 2022년 10월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레버쿠젠은 거짓말처럼 성적을 끌어올리더니 리그 6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42경기 무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1-12시즌 세리에A 무패 우승을 달성했던 안토니오 콘테의 유벤투스와 타이 기록이다. 한 경기만 더 패하지 않는다면 무패 기록을 경신한다.
레버쿠젠은 알론소가 프로 축구 감독을 맡은 첫 팀이다. 알론소는 그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코치, 레알 소시에다드 2군 감독을 지냈다. 그 누구도 알론소가 레버쿠젠에 성공을 가져다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뉴 만큼은 예외였다. 무리뉴는 알론소가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 5년 전부터 알론소가 크게 성공할 거라고 확신했다.
영국 트리뷰나는 레버쿠젠의 우승 이후 무리뉴의 발언을 재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무리뉴는 5년 전 한 인터뷰에서 "알론소는 나와 비슷하다. 아버지가 감독 출신이셨다. 그리고 축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물론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였다"라며 "알론소는 최고의 선수였다. 경기장 안에서 포지셔닝이나 경기에 대한 지식은 매우 훌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스페인, 독일에서 뛰며 좋은 지도자들에게 배웠다. 뮌헨에서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지도를 받았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나와 카를로 안첼로티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리버풀에서는 라파엘 베니테스가 그를 지도했다"라며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알론소는 아주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라며 알론소의 성공을 확신했다.
최근에는 리버풀에서 함께 뛰었던 제이미 캐러거가 알론소가 선수시절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스포츠바이블에 따르면 캐러거는 "리버풀에 처음 왔을 때부터 감독으로서 자질을 보였다. 처음에는 스페인에서 온 애송이가 우리 축구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우스웠으나 우린 축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알론소는 축구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경기도 많이 보면서 공부했다"라고 리버풀 시절 일화를 공개했다.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첫 무패 우승을 포함해 DFB-포칼, UEFA 유로파리그까지 트레블에 도전한다. 알론소가 레버쿠젠에 또 다른 역사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트리뷰나,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