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부활을 알린 뒤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5-2로 승전고를 울렸다. 2연패에서 탈출했다.
그동안 고전했던 양석환이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전까지 18경기서 타율 0.164에 그쳤으나 이번 LG전에선 4타수 2안타 2타점을 뽐냈다. 2루타만 2개를 터트리며 전환점을 만들었다.
양석환은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0-0으로 맞선 2회말 1사 1루서 좌전 2루타로 1사 2, 3루를 빚었다.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3-1로 앞선 5회말 1사 2, 3루서는 2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팀에 5-1을 선물했다. 흐름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5회 적시타 상황을 돌아봤다. 양석환은 "(상대 투수 김진성은) 확실한 결정구를 가진 선수다. 그 부분을 생각했다. 처음에 역으로 패스트볼로 승부할 것도 예상했는데 파울이 됐다"며 "볼카운트 1-2에 몰렸을 때는 노 스텝으로 쳤다.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자존심 등은 다 내려놓고 무조건 콘택트해야 한다는 각오로 쳤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남아 특타(특별 타격 훈련)에 매진한 날도 있었다. 양석환은 "시즌 시작부터 슬럼프가 와 스트레스받았다. 원래 정말 잘한 시즌에도 한두 번 슬럼프가 오곤 하는데 이번엔 초반부터 못해 힘들었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올해 새로이 주장 완장을 찼다. 주장의 무게감도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우승 캡틴'으로 영광을 누렸던 LG 오지환은 지난 12일 주장직을 내려놨다. 김현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양석환은 "분명 쉽지 않은 자리다. (오)지환이 형도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끌었지만 그만큼 힘들고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도 주장을 해보니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공감이 되더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솔직히 개인 성적이 좋아야 팀도 보이고, 선수들 앞에 나서서 이것저것 챙길 수도 있다. 개인 기록이 안 좋더라도 주장이라 티를 못 내고 표현도 못 한다. 혼자 삭여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다"고 전했다.
이내 분위기를 바꿨다. 양석환은 "사실 나는 첫해라 주장 자리가 막 부담스럽진 않다. 성적이 너무 안 좋았지만 야구장에선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주장을 맡은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언제 프로야구팀에서 주장해 보겠나. 대한민국에 10명 밖에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다"고 미소 지었다.
다행히 타격감도 올라오고 있다. 양석환은 "어제(12일)까지는 개인적인 감이 무척 안 좋았다. 이영수 코치님 등 타격코치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오늘(13일) 경기 전 롱티 훈련을 하는데 갑자기 무엇인가 느낌이 딱 왔다. 작년에도 못하다가 그런 긍정적인 느낌이 왔을 때 조금 반등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에게 '오늘부터 올라간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고 덧붙였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동료 허경민과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오랜만에 손가락으로 'V7'을 만드는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양석환은 "내가 세리머니를 만들었는데 계속 너무 못해서 기분이 조금 그랬다. 그래도 이번엔 기쁘게 세리머니해 좋았다"며 배시시 웃었다.
연패를 끊으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했다. 공수에서 멋진 장면이 자주 나왔다. 양석환은 "시즌 초반 팀 전반적으로 잘 안 풀리는 듯한 모습이 있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 모두 (잘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며 "특히 라이벌전인 LG전이었고 어제 역전패(12일 1-2 패) 당했기 때문에 연패가 더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집중력 자체가 높았다. 평소보다 좋은 수비도 더 많이 나왔다"고 언급한 뒤 "다만 투수들이 의미 없는 볼넷을 너무 많이 내줬다. 더 쉽게 끌고 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만든 듯하다. 그런 부분은 잘 생각했으면 한다"고 짚었다.
양석환은 "나부터 잘해야 이런 잔소리도 할 수 있다. 못하면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할 말은 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사진=잠실,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