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다저스 입단 뒤 정규시즌 첫 홈런을 치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주루를 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런볼을 쥔 팬에 거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10년 9500억원에 가까운 초대형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이적한 뒤 연이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엔 이적 후 첫 홈런볼 기증이 '미담'에서 '폭로'로 바뀌는 분위기다. 오타니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얼마 전 통역의 거액 불법 도박 사건에 이어 또 다시 그의 주변에서 흉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애슬레틱'은 5일(한국시간) 오타니의 홈런볼을 다저스 구단에 기증한 부부 팬의 '서운한 감정'을 기사에 담았다.
얘기를 들어보면 다저스 구단이 상당히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홈런볼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부부에게 압박을 한 것 같다. 부부 팬은 "경호원들이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홈런볼 기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오타니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1m짜리 대형 홈런을 쳤다.
지난해까지 같은 LA 연고 에인절스에서 뛰다가 지난겨울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438억원)라는 역대 프로 스포츠 최고액에 계약한 오타니가 지난달 20~21일 서울시리즈를 포하해 개막 9경기 만에 친 올 시즌 첫 홈런이자 이적 뒤 첫 대포였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다저스 입단 뒤 정규시즌 첫 홈런이 된 타격을 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런볼을 쥔 팬에 거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다저스 입단 뒤 정규시즌 첫 홈런을 치며 팀 승리를 이끈 뒤 새 통역을 대동하고 인터뷰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런볼을 쥔 팬에 거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현지 언론은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을 대서특필했다. 홈런공을 잡은 주인공 암바 로만도 공개됐다.
처음에만 해도 홈런볼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경기 당일 미국과 일본 매체는 오타니의 홈런볼을 잡은 여성 관객(로만)이 오타니에게 흔쾌히 공을 돌려줬다고 보도했다.
이에 오타니도 답례를 했다. 그는 "무척 특별한 공이다. 돌려주셔서 감사하다"며 "대신 그분께는 공과 모자 2개, 배트 1개를 사인과 함께 드렸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이후 디애슬레틱이 보도한 것에 따르면 부부는 오타니 얼굴도 보지 못했다. 일부 매체가 "오타니가 직접 팬을 만나 감사 인사를 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통역 과정에서 "구단과 팬이 직접 소통했다"는 말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로만과 알렉시스 발렌수엘라 부부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홈런볼 회수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오타니를 만날 수도 없었다"며 격분했다. 자신을 다저스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로만은 "야구장에 올 때마다 늘 공을 잡길 원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념비적인 공을 잡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보안 요원들과 만났을 때, 나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은 위협적이었다"고 밝혔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동료와 환호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런볼을 쥔 팬에 거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로만의 남편 발렌수엘라도 거들었다. 발렌수엘라는 "보안 요원들이 나와 아내를 분리했다. 아내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그들과 대화해야 했다"며 "우리는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저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부부에 따르면 무려 12명 이상의 보안 요원들이 로만을 둘러싸고 으름장을 놨다. "야구공을 가지고 구장을 떠나면, 구단은 그 공이 오타니의 홈런볼이라는 인증을 거부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오타니의 다저스 첫 홈런볼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가치가 적지 않은 공이다. 부부가 이를 경매에 부치면 10만 달러(약 1억35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왔기 때문이다.
부부 입장에선 그런 행운을 움켜쥐었으니 홈런볼을 돌려줄 때 최소한의 답례를 받고 싶었던 셈이다.
처음엔 오타니가 사인한 모자 2개를 '홈런볼 기증의 대가'로 제시한 다저스 구단은 사인 배트와 사인볼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부부는 이 기념품을 받고, 홈런볼을 다저스 구단에 내줬다. 디애슬레틱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홈런볼은 구단이 공을 잡은 관중과 '협상'을 해 돌려받는다. 하지만 기념비적인 공은 관중이 소장하기도 한다"며 "구단이 인증하지 않으면, 해당 공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저스 공을 잡은 로만이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렌수엘라는 홈런볼을 구단에 내준 게 서운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을 돌려받을 때의 고압적인 태도가 대단히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다저스 구단에 홈런볼을 내준 걸 후회하지 않는다. 돈을 위해 공을 쥐고 있을 생각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저스 구단이 강조한 '팬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다저스 입단 뒤 정규시즌 첫 홈런을 치고는 덕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런볼을 쥔 팬에 거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사태가 커지자 다저스 구단은 디애슬레틱에 "홈런볼을 기증한 팬과 추후 다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오타니는 최근 결혼을 발표하고 지난달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오기 전 신부를 공개하는 등 다저스 입단 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행보를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서울시리즈 첫 경기 뒤 통역은 물론 사실상 비서 역할을 하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절도 및 불법 도박 사실이 전해지면서부터 이런 저런 구설수에 휩싸이고 있다.
다저스 구단은 서울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미즈하라를 해고 조치했다.
ESPN 등 복수의 미국 매체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댔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와 관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오타니가 큰 피해를 입은 게 확인됐는데, 잇페이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ESPN에 따르면, 절도 금액은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규정에 따르면,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팀 구성원이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 불법 베팅을 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스포츠 도박에 관한 법이 조금씩 다른데, 캘리포니아주는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타격을 한 뒤 주루를 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런볼을 쥔 팬에 거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오타니의 변호인 측은 미즈하라를 고발했고, 다저스 구단는 빠르게 미즈하라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만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에 자금을 대줬다는 견해도 강하게 제기된 상태다. 60억원이라는 거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는데 성인인 오타니가 모를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오타니가 도박 자금을 사실상 대줬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오타니가 미즈하라 도박의 피해자가 아닌 공범이 되기 때문이다.
의심이 점점 커지자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비대면으로 회견을 열어 질의응답 없이 자신의 입장만 발표했다.
오타니는 "나는 야구나 다른 종목에 베팅한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나를 대신해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도박업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으며 도박업자에게 빚을 갚는 것을 동의한 사실도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후 사태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이번엔 느닷 없는 홈런볼로 오타니 이름 석자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