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8.12 09:49 / 기사수정 2011.08.12 09:49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최대 화두는 스트라이커였다. 리버풀은 첼시로 보낸 페르난도 토레스의 공백을 루이스 수아레스, 앤디 캐롤로 대체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분데스리가산 '고공 폭격기' 에딘 제코 영입으로 공격을 보강했다.
하지만 올 여름은 미드필더 영입 전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팀들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갈 특급 플레이메이커 영입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세계 축구는 중원 장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드필드에서의 공간은 더욱 협소화됐고, 이러한 좁은 지역에서 얼마나 세밀한 기술과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까지 전진하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팀들이 공격수를 줄이고 중앙 미드필더의 숫자를 더 늘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오래전부터 서서히 감지됐다. 유로 2004에서는 출전국 16개 가운데 절반이 4-2-3-1 포메이션을 채택했으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투 스트라이커 시스템을 쓴 나라는 고작 7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여전히 4-4-2 포메이션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빅클럽들의 경우 4-4-2를 사용하는 팀은 맨유, 토트넘이 전부다. 4-4-2의 신봉자로 알려진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마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했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 또한 때에 따라서는 4-3-3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판도는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강팀과 약팀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평준화 현상이 도래했고, 한 팀의 독주를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리그 정상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원정에서 겨우 다섯 번의 승리만으로 우승을 차지한데다 승점은 고작 80점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빅클럽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큰 이유는 플레이메이커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각 팀마다 파브레가스(아스날), 프랭크 램파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루카 모드리치(토트넘)와 같은 걸출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시즌 토트넘, 맨시티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플레이메이커들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팀은 공교롭게도 '디펜딩 챔피언' 맨유다. 맨유는 지난 5월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혹독한 참패를 겪었다.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는 90분 내내 아름다운 패스 플레이로 수 놓으며 맨유 수비를 농락했다. 반면 맨유는 중원에서 밸런스를 잡아주거나 창조성을 겸비한 선수의 부재를 혹독히 겪은 채 주저앉았다.
맨유는 올 여름 폴 스콜스의 은퇴로 인한 중원 보강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맨유는 사미르 나스리(아스날),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베슬리 스네이더(인터 밀란)를 후보군에 올려놓으며 영입에 나섰다. 이 가운데 스네이더 영입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와중에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의 후계자로 톰 클레버리를 지목,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때마침 클레버리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1/12 FA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아직 유망주에 불과한 클레버리가 시즌 내내 활약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데이비드 길 맨유 단장은 "당장 영입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월드 클래스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다. 8월에 이적이 진행될 여지는 남아있다"라며 추가 영입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우승권에서 맴돌다 4위까지 추락한 아스날은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파브레가스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첼시는 '철강왕' 프랭크 램파드가 장기간 부상에 시달렸고, 마이클 에시엔은 뜻하지 않은 슬럼프에 빠지며 전력 손실을 초래했다. 중원에서의 미흡한 지원은 최전방 공격수의 부진으로까지 이어졌다. 토레스는 첼시로 이적한 이후 고작 1골에 머물렀으며, 디디에 드록바와 니콜라스 아넬카마저 실망감을 남겼다.
리버풀은 2009년 여름 사비 알론소가 팀을 떠난 이후 빅4 대열에서 떨어져 나갔다. 매끄러운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사비 알론소의 부재는 스티븐 제라드에게 큰 부담을 가중시켰고, 결국 과부하에 걸린 채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리버풀은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반면 미드필더 영입에 많은 돈을 쏟아부은 맨체스터 시티는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의 활약에 힘입어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빅클럽들의 오는 여름 이적 시장은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리버풀은 중장거리 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슈팅 능력을 두루 지닌 찰리 아담 영입으로 문제점을 해소했고, 첼시는 토트넘으로부터 모드리치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아스날과 토트넘은 절박하기 짝이 없다. 아스날은 매번 이적시장마다 파브레가스를 놓고 바르셀로나와의 지긋지긋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으며 토트넘은 모드리치를 지키기 위한 사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미지수다.
[사진 = 파브레가스, 스네이더, 모드리치 ⓒ 스카이 스포츠,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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