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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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날라리 되라고"…순둥이 황현정이 문제아 김다연을 만드는 법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4.03.31 15:50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말투, 패션, 자세,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성까지. 황현정은 '피라미드 게임' 김다연이 되기 위해 캐릭터의 모든 것을 공부해 삼켰다.

황현정은 지난 21일 공개를 마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 연출 박소연)에서 2학년 5반 친구들을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행동대장 김다연으로 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피라미드 게임'은 학원물답게 청춘 신예배우들이 모였고, 주인공 성수지(김지연 분)를 빼고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황현정은 전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욕실을 청소하며 웃는 모습을 유심히 본 감독에 의해 김다연 역으로 오디션을 제안받고 마지막으로 캐스팅돼 2학년 5반의 퍼즐을 완성시켰다.

김다연 역으로 확정된 후 원작을 찾아봤다는 그는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빼곡히 담긴 수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단한 건 아니"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설명이 편하도록 챙겨왔다는 수첩을 그는 이날 소중히 꼭 쥐고 있었다. 그가 건넨 수첩에는 웹툰 속 김다연의 행동과 표정, 패션 등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또한 관계성이 중요한 만큼 다른 인물들의 등급 변화, 특징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담았고, 감독의 코멘트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까지도 모두 적어 촬영에 반영하고자 했다.

덕분에 황현정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지만, 싱크로율이 상당했다는 평을 얻었다. 웹툰 속 김다연의 초록머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피스를 택했다. 그는 "그때 머리가 짧았는데, 기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초록색만이라도 넣고 싶어서 감독님과 상의해 피스를 선택하게 됐다. 너무 튀지는 않게 끝부분만 했다"고 밝혔다. 강한 인상을 위해 메이크업도 더 진하게, 무섭게 보일 수 있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택했다.



수첩에 적힌 감독의 피드백 중 '더 날라리'라고 적힌 코멘트는 절로 비하인드를 궁금케 했다. 이에 황현정은 "백하린(장다아)은 숨겨진 실세고 다연이가 보이는 실세다 보니 반을 장악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좀 더 날라리 같은, 압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났으면 좋겠다 했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하이톤의 목소리지만, 부러 중저음 톤을 내고 무섭게 보이려 했다고도 부연했다.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성격도 황현정과는 정반대다. "내가 하지 않을 걸 하면 되겠구나 해서 애드리브도 제가 안 할 거를 많이 했다"는 그다.

김다연은 설정상 짧게 유학을 다녀온 캐릭터로, 영어를 자주 섞어 쓰기도 했다. 황현정은 유학도, 과외 경험도 없어 "영어 발음 콘텐츠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그는 "영어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허세부리고 약 올리려고 영어 대사를 하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잘 보였으면 해서 발음도 굴리고 얄밉게 보이려고 했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욕을 하고, 소리 지르는 부분도 많았다. 평소 욕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는 그는 친구들에게 욕하는 걸 보여준 뒤 "이렇게 욕하는 거 괜찮아?"라며 검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너 되게 이상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황현정은 "(욕하는 거) 노력했는데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순하게 말했다. 소리를 지를 때도 "너무 애 같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어서 더 짧게 끊고, 한 번에 단호하게 화를 내는 걸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김다연은 재벌가의 딸로 학교에선 백하린과 함께 상위 등급을 유지하지만, 집에선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하나하나 캐릭터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한 황현정은 "학교에서는 '피라미드 게임'을 유지시켜야 하는 인물이라 행동 대장처럼 강한 모습이 많이 보여야 했고, 집에선 반대로 F등급이 돼서 소외당하고 더 약한 모습이 보이는 극명한 차이"에 집중해 김다연을 그렸다.

김다연은 행동대장인 데다 갈등도 많아서 성수지, 명자은(류다인), 임예림(강나언) 등등 많은 친구들과 몸싸움을 벌인다. 각각의 친구들과 붙으면서 달라지는 포인트도 있었을까.

황현정은 "초반부랑 후반부가 나뉜다. 수지, 지애언니 괴롭히는 A등급일 땐 여유가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쫓기듯이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해서 하는 느낌이 들어야 했고, 후반부에서는 거기서 벗어나 하린이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오게 했다"고 밝혔다.



김다연 하면 단짝 구설하(최윤서)와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10부작 특성상 이들의 관계는 구설하가 김다연의 집 운전기사 딸이라는 짧은 대사로 지나간다.

이들의 전사 역시 "웹툰을 많이 참고했다"는 황현정은 "설하와의 관계가 안 보였어도, (어릴 때부터) 지속이 돼왔을 것이지 않나. 다연이는 아버지가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설하를 무시하는 걸 들으면서 자랐을 테니까, 자긴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도 마음속에 내재된 게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때문에 초조한 상황에서 마음이 불안해진 김다연이 구설하한테마저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봤다.

김다연은 결국 학교폭력 가해자로 낙인찍히고, 집에서도 가정폭력을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이러한 엔딩에 일각에선 안타깝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황현정은 "감히" 다연이의 결말을 만족한다, 안 한다로 나눌 순 없다며 진중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다연이의 엔딩을 한 달 정도 준비했다. 심리가 중요하지 않나. 제가 가정폭력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 매체를 많이 참고해서 이 아이가 느끼는 심정이 어떨까 고민했다. 가정 폭력 당하는 사람들은 그냥 폭력을 당할 때보다 90배 정도 심적으로 더 크게 자극이 온다고 한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자존감은 낮아지는데 자존심이 높아지는 이상한 인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그런 부분 보이려고 했다"며 "저한테는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집에선 피해자, 밖에선 가해자가 됐던 김다연을 보내면서 황현정은 "그나마 (다연이에게) 연민이라는 감정 느낄 수 있던 사람이 저이지 않을까 싶다. 저도 이제 (작품이) 끝나서 남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설하라도 있으면 좋았을 걸"이라며 "제발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과 충고 사이 애정이 묻어나는 한 마디를 전했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박지영 기자, 티빙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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