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축구대표팀의 최대 고민인 이른바 '6번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엿보였던 한 판이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에 위치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이재성, 손흥민, 박진섭의 골을 묶어 3-0 대승을 거뒀다.
전반전은 다소 답답했다. 주민규를 조규성으로, 설영우를 김문환으로, 그리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이강인으로 교체하며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아쉬웠다. 이강인의 창의성에서 나온 패스와 약간의 행운이 따른 조규성의 슈팅에서 이재성의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은 더욱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 동시에 첫 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해 과감한 변화를 줬다.
황선홍 감독이 선택한 첫 번째 카드는 박진섭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황인범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던 백승호를 대신해 박진섭이 투입됐다.
박진섭 투입은 곧바로 효과를 봤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수비 능력이 출중한 박진섭은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보호하면서 후방 빌드업 작업에 안정감을 더했다.
전방으로 향하는 직선적인 패스는 부족하더라도 좌우로 공을 돌리며 상대 수비 블록을 움직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박진섭이 후방을 든든하게 지킨 덕에 황인범 경기력도 눈에 띄게 살아났다. 백승호와 호흡을 맞췄던 3차전, 그리고 4차전 전반전과 달리 황인범은 높은 위치에서 편하게 공격 작업을 하고, 후방에 있는 박진섭을 믿으며 보다 과감한 패스도 시도했다.
박진섭은 정우영(알 칼리즈) 이후 1년간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6번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박용우를 이 위치에 기용했으나 냉정하게 보면 박용우와 황인범 조합은 안정감이 떨어졌다. 일단 박용우는 스피드가 너무 떨어졌다. 백승호 역시 6번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황인범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두 선수와 뛸 때 황인범은 수비 부담이 늘어나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용우, 백승호와 달리 박진섭은 대표팀 중원의 한 축인 황인범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에 적합하다.
플레이 스타일과 더불어 나이도 적당하다. 기존 정우영은 기성용의 대체자로 불렸지만 정작 기성용과 같은 1989년생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기에는 힘든 면이 없지 않았다. 반면 1995년생인 박진섭은 대표팀과 함께 2026년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선수다.
물론 황선홍 감독이 임시 감독이기 때문에 박진섭이 6월 소집에도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박진섭은 태국전에서 대표팀의 '6번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