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개최 5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은 제3국에서 개최할 것임을 확인했다. 일본이 경기 자체의 삭제로 몰수게임 승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일본이 기대했던 몰수게임승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4차전이 당초 오는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기로 했다가 북한축구협회가 돌연 개최 불가 의사를 표현한 가운데, 경기 장소가 평양이 아닌 제3의 중립지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토 윈저 존 아시아축구연맹(AFC) 사무총장은 22일(한국시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일본전이 취소 혹은 연기되는 일 없이 중립지역에서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경기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전반 2분 다나카 아오에 내준 선제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북한은 과거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칼리아리에서 뛰었던 스타플레이어 한광성이 동점골을 넣었으나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한 골 차로 졌다. 아시아 2차예선에선 비디오 판독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한광성의 골 취소 판정은 그대로 유효하게 됐다.
북한이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개최 5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은 제3국에서 개최할 것임을 확인했다. 일본이 경기 자체의 삭제로 몰수게임 승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북한은 3차전까지 치른 상황에서 1승2패를 기록, 일본(3승), 시리아(1승1무1패), 미얀마(1무2패)에 이어 C조 3위를 달리게 됐다. 3차예선에 오르기 위해선 각 조 2위를 차지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패했던 시리아가 21일 벌어진 미얀마 원정에서 객관적인 전력 우세에도 불구하고 1-1로 비겼다는 점이다. 북한은 오는 6월 시리아와의 홈 경기를 이기면 아시아에 주어진 월드컵 본선 티켓 8.33장 중 6장을 다툴 3차예선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 입장에선 적지에서 일본에 한 골 차로 진 아쉬움을 살려 인조잔디가 깔린 홈에서 대등하게 리턴매치를 치르면 3차예선 출전도 점칠 수 있다.
다만 이날 경기 직후 소란이 일어났다.
북한과 일본은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C조 4차전을 치르기로 돼 있었는데 북한 측이 이를 돌연 취소하겠다고 알린 것이다. 북한은 일본의 역병을 사유로 들었다.
일본 교토통신은 21일 "북한에서 일본의 '악성 전염병'이 보도되고 있다"며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을 경계한 방역상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은 방역이 취약해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퍼지자 국경을 봉쇄하고 생존에 들어간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축구 역시 3년 6개월 넘게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개최 5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은 제3국에서 개최할 것임을 확인했다. 일본이 경기 자체의 삭제로 몰수게임 승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일단 이번 취소도 STSS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이지만 STSS가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진 않고 있어 북한 측의 취소 사유는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많다.
일본 언론은 몰수게임 승리를 거두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내놨으나 AFC는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만 존 사무총장은 AFP에 김일성경기장에서 개최가 어렵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북한 홈경기가 제3국에서 어떻게든 열릴 것이라는 점만 확인했다.
존 총장이 개최 장소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중국 개최 ▲과거 제3국 개최 때 홈경기 개최지로 삼았던 동남아 개최 ▲최근 북한여자대표팀이 홈경기를 치렀던 사우디아라비아 개최 등이 후보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앞두고 한국과 같은 조에 연달아 속하자 중국 다롄을 홈 경기장으로 제시했다가 대한축구협회가 반발하자 상하이로 변경해 치른 적이 있다.
북한이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개최 5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은 제3국에서 개최할 것임을 확인했다. 일본이 경기 자체의 삭제로 몰수게임 승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앞서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땐 이란과 홈 경기를 치르다가 북한이 0-2로 뒤진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관중이 뛰어들어 이란 선수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자, AFC가 이후 일본과의 홈 경기를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치르도록 하기도 했다.
북한여자대표팀은 지난달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홈 경기를 김일성경기장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아시아 2차예선 1~3차전을 모두 원정 경기 치른 점을 들어, 6월에 제3국을 홈 경기 장소로 삼고 4~6차전을 한꺼번에 치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과거 중국이나 호주 대표팀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각급대표팀 홈 경기를 중동 카타르에서 치른 적이 있기는 하다.
북한이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개최 5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은 제3국에서 개최할 것임을 확인했다. 일본이 경기 자체의 삭제로 몰수게임 승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