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정규시즌 개막전이었던 서울시리즈. 양 팀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국에서 경기를 치렀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박정현 기자) 100년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한국 경기였다. 많은 기대를 불러왔던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는 성대하게 막을 내리며 한국 야구에 많은 의의를 남겼다.
지난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졌다. 메이저리그 구단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년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미국 외 다양한 나라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다. 시작은 1976년 푸에르토리코. 당시 뉴욕 메츠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1972년 작고한 푸에르토리코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리는 의미에서 경기를 치렀고, 이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의 시작점이 됐다.
시간이 흐르며 한 시즌의 개막 팡파르가 외국에서도 터졌다. 멕시코 몬테레이(1999년)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2000년·2004년·2008년·2012년·2019년), 푸에르토리코(2001년), 호주(2014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서울시리즈, 그리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모두 역사로 남게 됐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양 팀은 21일 서울시리즈 2차전이 막을 내린 뒤 곧바로 출국했다. 미국 현지로 떠나 시범경기 스케줄을 마무리한 뒤 정규시즌을 재개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단은 떠났지만, 이번 서울시리즈로 한국 야구에 남게 된 의의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역대 최초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 서울시리즈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엑스포츠뉴스 DB
역대 최초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 서울시리즈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엑스포츠뉴스 DB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개최
모든 일에는 항상 '처음'이 중요하다. 그래서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는 첫인상이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는 지가 성공 여부를 가른다.
이번 서울시리즈는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첫 만남이었다. 지난 2022년 메이저리그 월드투어가 고척돔과 부산 사직구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당시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의 감독은 물론, 티켓 판매 방법 및 입장권 가격까지 공개됐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열린 소중한 기회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단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답게 수준 높은, 화려한 경기를 펼쳤다. 팬들은 치열한 승부에 만족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한국에서 열린 첫 메이저리그 월드투어가 완벽하게 마무리됐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실제 양 팀 사령탑인 데이빗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 모두 서울시리즈에 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로버츠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한국 내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올리는 데 이번 시리즈가 도움됐을 것이다. 우리를 환대한 한국 팬들과 관계자 덕에 서울시리즈를 잘 치렀다"라고 말했고, 쉴트 감독은 "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환대받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고,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이번 서울시리즈를 기획하고, 우리를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이 메이저리그에 긍정적인 첫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데이빗 로버츠 LA 감독 및 외신의 극찬을 받았던 두산 베어스 투수 김택연. 엑스포츠뉴스 DB
데이빗 로버츠 LA 감독 및 외신의 극찬을 받았던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 엑스포츠뉴스 DB
◆MLB 스카우트들 보고 있나요?…국내 선수들의 쇼케이스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 국내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내비쳤다.
다저스는 키움 히어로즈(17일)·팀 코리아(18일), 샌디에이고는 팀 코리아(17일)·LG 트윈스(18일)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단순한 연습에 불과할 수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전력을 다했다. 양 팀 모두 서울시리즈를 대비해 31인 로스터를 준비했고, 여기에는 스타플레이어와 주전 선수, 특급 유망주들이 대거 포함된 사실상 풀 전력에 가까운 라인업을 운영했다. 그리고 이는 국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들과 같은 그라운드에서 호흡하고 경기를 치르며 많이 배웠고,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택연(두산 베어스)이다. 김택연은 LA 다저스전 6회말 등판해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 둘은 지난해 26홈런, 23홈런을 때려낸 수준급 타자였지만, 고졸 신인 김택연은 기죽지 않고 제 공을 던졌다. 경기 뒤 김택연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로버츠 감독은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묻는 말에 "우완 투수 중 한 명(김택연)이다. 아웃맨에게 들었는데 정말 멋진 투구를 했다. 시속 153㎞, 154㎞의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팔을 정말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기자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 존 모로시 역시 김택연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개인 SNS에 "김택연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몇 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목할 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다저스전에서 바비 밀러의 156㎞의 패스트볼을 강타해 우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만들었다. 이후 빠른 주력과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선보이며 다저스 스카우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 관한 질문에 "우리 스카우트들이 그들의 2루수(김혜성)를 좋아한다. 타격도 좋고, 수비할 때 움직임이 좋았다"고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올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에 도전한다. 이는 소속팀 키움도 수용하기로 한 상황. 메이저리그 감독과 스카우트, 야구 기자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며 한국에도 좋은 선수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개장 후 처음으로 전면 보수에 나섰던 고척돔. 엑스포츠뉴스 DB
고척돔에는 메이저리거 선수들이 뛰었던 최신 시설이 유산으로 남아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집주인도 낯설어…다 바뀐 고척돔
집주인도 낯설어한 고척돔이다.
고척돔은 이번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노후 시설을 전면 교체했다. 2015년 개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2022년 기자는 국내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고척돔 점검을 함께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경기장 상태에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개선할 점도 함께 뚜렷했다. 경기장 내 인조잔디는 최대 5cm가 차이 났고, 경기장 지면의 높낮이도 일정하지 않았다. 또 선수들이 경기를 펼칠 때 완충 작용을 하는 잔디와 흙이 너무 많이 파여 있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2년 당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고척돔을 조사했던 장면. 박정현 기자
보수가 필요했지만, 미뤄졌고 그렇게 2023년까지 고척돔에서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이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구장과 같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단 두 경기지만, 내야 잔디와 흙, 조명, 라커룸 등 전방위 공사를 거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부상 없이 쾌적하게 뛸 환경을 만들었다. 지난 20일 LG 트윈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 그는 "다저스와 스페셜매치 때 (바뀐) 고척돔이 생소하고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모든 시스템이 선수들을 위해 움직인다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 또 그라운드도 좋아졌고, 조명 등 시설도 보수를 마쳤다"라고 달라진 고척돔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가 직접 보수했기에 현재 고척돔은 최상의 상태를 자랑하고 있다. 선수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뛰는 만큼 야구 팬들에게도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