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팀 동료이자 후배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내한한 오타니는 신부 다나카 마미코를 한국에 오기 직전 공개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한국에 체류하는 도중엔 통역이자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스캔들로 경질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1~2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팬들 성원에 답례했다.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정현 기자) 왜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를 보여줬다. LA 다저스 투타 겸업 스타 오타니 쇼헤이(30)는 선배로서 후배 야마모토 요시노부(27)를 챙기는 훈훈한 장면을 선보여 많은 팬의 이목을 끌었다.
오타니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전에 출전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열린 이벤트성 경기지만, 엄연한 정규시즌. 오타니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관심, 악재를 이겨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첫 경기였던 20일.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나서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 하며 팀의 5-2 승리를 견인했다. 비시즌 전세계 스포츠 사상 최다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321억 원)의 계약을 체결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펼치는 정규시즌 첫 경기. 많은 부담이 따를 수 있었지만, 오타니는 침착하게 이겨내며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하루 뒤 21일. 오타니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두 번째 경기에 나섰다. 큼지막한 타구도 여럿 쏘아 올렸으나 외야수에 막혀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성적은 5타수 1안타 1타점. 팀도 11-15로 패해 쓸쓸하게 돌아섰다. 다만, 이 경기에서 오타니의 미담이 쏟아졌다. 바로 후배 야마모토를 향한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 것이다.
야마모토는 다저스의 서울시리즈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지난 겨울 오릭스 버팔로스를 떠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27억 원) 규모 계약으로 다저스 가족이 됐다. 이 경기가 그의 다저스 데뷔전이자 메이저리그 첫 경기. 부푼 마음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불안한 제구를 선보였고, 최종 성적 1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팀 동료이자 후배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내한한 오타니는 신부 다나카 마미코를 한국에 오기 직전 공개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한국에 체류하는 도중엔 통역이자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스캔들로 경질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1~2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팬들 성원에 답례했다. 박지영 기자
오타니는 크게 흔들린 후배 야마모토를 향해 따뜻한 말을 건넸다. 야마모토가 풀이 죽은 얼굴로 더그아웃을 향해 들어오자 아낌 없는 격려를 보냈다. 또 바로 옆에서 어깨를 두들기며 무엇인가 말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일본 현지 매체 '아메바 타임즈'는 "야마모토가 1회에 5실점 하며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오타니는 그런 야마모토를 격려했다. 팬들은 오타니의 선배다운 모습에 감동했다"라고 썼다.
이날 오타니의 행동이 더욱 주목받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오타니 본인의 멘탈이 크게 흔들릴 수 있었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경기에 집중하는 장면에 많은 팬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상황은 이랬다. 순조롭게 서울시리즈 1차전을 마무리한 뒤 비보가 날아들었다. 10년 이상 동행한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다저스에서 해고된 것. 사유는 도박 및 절도로 알려졌는데,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져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타니와 그의 통역이었던 미즈하라 잇페이. 지난 15일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내한한 오타니는 신부 다나카 마미코를 한국에 오기 직전 공개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한국에 체류하는 도중엔 통역이자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스캔들로 경질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1~2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팬들 성원에 답례했다.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절도 금액은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로 추정된다. 미즈하라의 절도는 이렇게 밝혀졌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에 대한 수사 도중 오타니의 대한 피해가 확인됐다. 이를 진행한 건 오타니가 아닌 미즈하라. 그가 불법 도박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댄 것이 발견됐다.
오타니의 피해액이 상당하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건 가족처럼 믿었던 미즈하라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이다.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 시절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오타니는 선수로, 미즈하라는 외국인 선수 통역이었다. 이들은 2018년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며 더욱 끈끈해졌다. 오타니가 LA 에인절스로 이적하며 미즈하라를 개인 통역으로 고용했다. 미즈하라는 통역 그 이상의 임무를 맡았다. 오타니의 개인 매니저이자 비서로 항상 옆을 지켰다. 또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스며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 이들은 단순한 비지니스 관계 그 이상이었다.
지난 15일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내한한 오타니는 신부 다나카 마미코를 한국에 오기 직전 공개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한국에 체류하는 도중엔 통역이자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스캔들로 경질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1~2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팬들 성원에 답례했다. 연합뉴스
다만, 모든 것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었다. 다저스 구단의 해고가 발표된 뒤 더는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함께하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도박 및 절도 관련 보도가 전해진 뒤 그의 SNS를 언팔로우 하며 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타니는 경기 전 이례적으로 그라운드 훈련도 생략하는 등 누구보다 믿었던 측근의 배신에 영향을 받은 듯 보였지만, 경기장에서는 프로다웠다.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경기에 몰두.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을 만들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팬들은 정신적으로 충격받았을 오타니를 걱정하고 있다. 또 미즈하라의 절도 및 도박 혐의가 오타니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 팬들은 '야후 재팬' 커뮤니티에 "이 문제로 오타니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면, 더 큰 문제다", "최고의 계약과 결혼 등 좋은 일만 가득했지만, 이런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한편 오타니를 비롯한 다저스,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서울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곧바로 출국했다. 이들은 남은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9일 정규시즌을 재개한다.
지난 15일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내한한 오타니는 신부 다나카 마미코를 한국에 오기 직전 공개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한국에 체류하는 도중엔 통역이자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스캔들로 경질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1~2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팬들 성원에 답례했다. 박지영 기자
사진=고척, 박지영 기자 / 연합뉴스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