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투·타 맞대결을 가졌다. 팬들의 열기가 뜨거운 건 물론이고 일본 열도 전체가 들썩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이끄는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 2연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첫 경기에서 샌디에이고를 5-2로 제압했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3회초 2사 LA 다저스 오타니가 안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역시나 오타니였다. 2018년부터 빅리그 무대를 누빈 오타니는 지난 시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고, LA 에인절스를 떠나 다저스로 이적했다. 특히 10억 총액 7억 달러에 도장을 찍으면서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서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한 오타니는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올해 투·타 겸업을 할 수 없지만, 타자에 전념하면서 다저스 타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오타니는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샌디에이고를 만났다. 오타니,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활약 중인 다저스 못지않게 샌디에이고에도 김하성, 고우석, 마쓰이 유키, 다르빗슈 등 아시아 선수가 대거 포진돼 있다. 특히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주축 선수였던 오타니와 다르빗슈의 투·타 맞대결이 한국에서 성사돼 눈길을 끌었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3회초 2사 다저스 오타니가 우전안타를 날리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3회초 2사 만루 LA 다저스 맥스 먼시 타석 때 3루주자 오타니가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다르빗슈를 바라보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이날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1회초 무사 1루에서 많은 팬들의 박수와 함성 속에 첫 타석을 맞이했다.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다르빗슈는 1구부터 시속 95.7마일(약 154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 오타니가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 스플리터를 밀어쳤지만, 유격수 김하성이 공을 잡은 뒤 2루수 잰더 보가츠에게 토스해 1루주자 무키 베츠를 2루에서 잡아냈다.
두 번째 맞대결에선 오타니가 웃었다. 오타니는 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2사에서 등장해 다르빗슈의 5구 싱커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타구 속도가 무려 시속 112.3마일(181km)에 달했다. 이날 경기 통틀어 가장 빠른 타구였다. 오타니가 안타를 때리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도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이후 다르빗슈는 4회초 2사에서 마운드를 떠나면서 3⅔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경기를 마쳤다. 오타니는 5회초 세 번째 타석과 7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땅볼에 그쳤으나 8회초 다섯 번째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최종 성적은 5타수 2안타 1타점. 다만 오타니는 적시타 이후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귀루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3회초 2사 만루 샌디에이고 다르빗슈 유가 다저스 먼시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8회초 1사 1,2루 LA 다저스 오타니가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오타니와 다르빗슈의 맞대결에 일본 현지에선 TV 뉴스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일본 방송사 NHK 메인 채널에서 이날 오후 7시부터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서브 채널에서 서울시리즈가 생중계됐다"며 "그러던 중 1회초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메인 채널의 뉴스가 잠시 중단됐고, 메인 채널과 서브 채널에서 동시에 경기가 생방송돼 일부 시청자들이 혼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원래 9시부터 예정돼 있던 메인 채널의 또 다른 뉴스 프로그램은 야구 중계의 여파로 인해 1시간 이상 미뤄졌다. 오타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시청자들은 '서브 채널로 전환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메인 채널에서 서울시리즈를 생중계한 게) 도움이 됐다', '전국적인 뉴스를 이긴 오타니가 대단하다', '뉴스보다 야구를 우선시한 게 놀랍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 8회초 1사 1,2루 LA 다저스 프리먼의 외야 플라이 때 1루주자 오타니가 1루로 귀루하고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도열해 있다. 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한편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서울시리즈 2차전을 진행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선발 중책을 맡는다. 샌디에이고는 조 머스그로브를 선발로 내세워 반격을 노린다.
사진=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