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새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에서 기대 이하의 투구를 보여줬다.
네일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3⅓이닝 8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구원 등판한 네일은 2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후 나흘간 휴식을 취한 네일은 좀 더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발투수로 출격했지만, 두산 타선을 상대로 다소 고전했다.
네일은 1회말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맞은 뒤 헨리 라모스의 삼진과 양의지의 중견수 뜬공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정수빈의 도루 이후 2사 2루에서 김재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담장 근처까지 따라간 중견수 최원준이 공을 잡지 못했다.
추가 실점 없이 1회말을 마친 네일은 2회말을 무실점으로 넘겼다.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삼진을 솎아낸 뒤 후속타자 허경민에게 땅볼을 유도하면서 2사를 만들었다. 김인태의 볼넷 이후엔 박계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매조졌다.
네일은 2회말에 이어 3회말에도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은 뒤 후속타자 라모스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내면서 위기에서 벗어났고, 양의지에게 삼진을 솎아냈다.
문제는 4회말이었다. 네일은 선두타자 김재환의 안타와 양석환의 2루타로 무사 2·3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강승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네일은 이어진 무사 1루에서 허경민의 안타로 또 득점권 위기에 직면했다. 김인태의 뜬공 이후 박계범의 안타로 1사 만루가 됐고, KIA 벤치는 정수빈과의 승부를 앞두고 좌완 김대유를 호출했다. 정확히 70구를 채운 네일은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김대유의 등판 이후 승계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면서 네일의 실점은 더 불어났다. 6회초와 7회초 각각 1점을 뽑은 KIA는 2-7로 패배했고, 시범경기 성적은 2승3패(0.400)가 됐다.
또 다른 KIA의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비교하면 첫 선발 등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 네일이다.
크로우의 경우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 자신의 장점인 구위를 살려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최고구속 154km/h를 찍으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고, 4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크로우를 처음 만난 최원호 한화 감독도 "어디서 그런 선수를 데리고 왔을까. 타자들이 지켜보는 쪽으로 콘셉트를 잡은 건 아니다. 공이 좋더라.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크로우의 능력을 인정했다.
반면 두산 타선의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네일은 1회부터 4회까지 단 한 차례도 이닝을 쉽게 넘어간 적이 없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2회말과 3회말은 무실점이었으나 네일은 매 이닝 주자를 누상에 내보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1회말 21구, 2회말 23구로 경기 초반부터 꽤 많은 공을 던졌다. 네일과 코칭스태프 모두 곱씹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 네일은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는 과정에서 싱커, 슬라이더, 커터, 스위퍼(변형 슬라이더) 등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양의지를 루킹 삼진 처리하는 등 자신이 의도한 대로 타자를 잡아낸 장면도 있었다.
네일은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한 차례 더 시범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투구수나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시범경기 마지막 2연전인 18~1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확실하게 재정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해 1월 19일 KIA와 총액 95만 달러에 계약한 네일은 마이너리그 통산 245경기(선발 96경기)에 등판, 742⅓이닝 49승 37패 평균자책점 4.01의 성적을 남겼다. 트리플A(6시즌) 성적은 155경기(선발 35경기) 357⅔이닝 27승 17패 평균자책점 4.15.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네일은 트리플A 31경기(선발 3경기) 59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빅리그 경험이 없진 않다. 네일은 빅리그 첫해였던 2022년 7경기 9이닝 평균자책점 5.00의 성적을 나타냈고, 2023년에는 10경기 15⅓이닝 평균자책점 8.80으로 시즌을 마쳤다.
네일은 선발보다 불펜으로 많은 경기를 뛰었으나 KIA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네일 영입 당시 심재학 KIA 단장은 "이닝이 그렇게 적은 건 아니었다. 불펜으로 뛴 경기 수가 많은 만큼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 현장이나 데이터팀과 논의한 결과 이 부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투수코치들과도 네일과 관련한 영상이나 자료를 보면서 회의를 진행했는데, 코치들이 이 정도의 메커니즘이라면 이닝을 소화하고 체력을 분배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얘기했다.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계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일은 선수단 합류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순조롭게 몸을 만들었고, 첫 라이브피칭부터 최고구속 148km/h를 마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달 2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는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수년간 마운드 때문에 고민을 앓았던 KIA는 비시즌 기간 외국인 투수 농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력만 보면 빅리그 경기 수가 더 많은 크로우가 주목을 받긴 했지만 네일도 스프링캠프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KIA는 크로우와 네일 두 선수가 함께 활약하는 시나리오를 꿈꾸는 가운데, 네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팀의 기대에 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