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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불어넣은 '자신감'...패배의식 지운 울산, '라이벌 구도' 기울었다

기사입력 2024.03.14 17:45



(엑스포츠뉴스 울산, 김환 기자) 홍명보 감독이 울산HD에 불어넣은 건 '자신감'이었다. 홍 감독도, 울산 선수들도 이제는 판도가 기울었다는 걸 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HD는 지난 1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전 추가시간 터진 설영우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ACL 4강에 오른 울산은 2025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한 걸음 다가갔다. 정규시간 내 승리해 AFC 랭킹 포인트 6점(승리 3점, 다음 라운드 진출 3점)을 확보한 울산은 다음 라운드에서 2점을 추가하면 전북에 역전해 클럽 월드컵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 지을 수 있다. 울산의 4강 상대는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다.

울산은 이날 승리로 한 가지 유의미한 기록을 더 세웠다. 바로 전북과의 '현대가 더비' 전적 동률을 이뤄낸 것이다. 이제 두 팀의 종합 전적은 46승 32무 46패로 완벽하게 균형이 맞춰졌다. 리그에서는 35승 21무 34패로 아직 전북이 앞서지만, 울산이 이달 말 열리는 맞대결에서 승리한다면 이 역시 동률이 된다. 



이 기록이 울산에 주는 의미는 크다. 

울산은 전북과 함께 현대가 라이벌로 묶였지만, 오랫동안 전북의 기에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전북은 K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강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울산은 늘 전북의 그림자에 가려진 2인자라는 인식이 있었다.

전북이 한창 K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던 때 울산은 전북과 비교하면 우승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팀이었다. 전북의 황금기였던 2010년대에 울산은 준우승만 5회를 차지했다. 특히 약간의 차이로 3년 연속 전북에 K리그 왕좌를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2019시즌부터 2021시즌은 울산에 트라우마를 안겼다.

자연스레 패배의식이 생겼다. 울산은 3연속 준우승에 그쳤던 2019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리그에서 치른 전북과의 11경기에서 2승 4무 5패를 기록했다. 홈에서도 단 1승(3무 2패)을 거두는 데 그쳐 자신감까지 잃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팀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짜릿한 우승을 거머쥔 2022시즌과 창단 첫 2연패를 달성한 지난 시즌을 통해 울산은 전북을 넘어 K리그 최고의 팀으로 올라섰다. 반면 전북은 2년 연속 리그 우승에 실패했고, 지난 시즌에는 10년 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체면을 구겼다.

울산의 2022시즌, 2023시즌 전북과의 8경기 성적은 5승 1무 2패였다. 홈 성적은 4승 1패로 2019시즌부터 2021시즌 3년간의 성적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울산이 지금의 면모를 갖추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홍명보 감독 선임이었다. 홍 감독은 선수단 관리 능력을 앞세워 울산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첫 시즌에는 리그 우승에 실패했으나 울산을 하나로 묶은 2022시즌, 그토록 염원하던 리그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무엇보다 전북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울산 입장에서 이제 전북은 더 이상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전북과의 경기가 끝난 뒤 홍 감독은 "2021년에 부임했을 때에는 전북이 좋은 결과들을 내고 있었고, 울산은 2인자의 역할을 맡았다. 선수들이 전북을 상대할 때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나는 부임할 때부터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강팀과 경기를 할 때 편안하게 준비하라고 말했다. 이것이 승리까지 이어지며 변했다"라며 울산이 달라졌다고 했다.

또 홍 감독은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반대로 기울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클럽 월드컵에 나가기 위한 경기가 남아 있는데, 중요한 대회에서 강한 상대를 만나 이겼다는 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전북으로 기울어졌던 판도가 울산으로 넘어왔다는 걸 인정했다.



선수들도 이를 느끼고 있었다. 울산 선수단을 대표한 설영우의 말로 짐작이 가능했다.

2020시즌 울산에 입단한 설영우는 2년 연속 울산이 전북에 우승을 내주는 걸 지켜봐야 했다. 설영우는 "울산에 처음 입단할 때 전북과의 라이벌 구도를 겪었다. 신인 때 항상 중요한 고비에서 전북에 꺾였다. 1년차에는 전북을 만나면 주눅이 들었고, 상대하기 싫은 팀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라며 자신의 데뷔 시즌을 돌아봤다. 

지금은 다르다. 만나기 전부터 힘들어했던 상대인 전북은 이제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팀이 됐다. 전북이 낮아진 게 아닌, 울산이 이전보다 올라간 것이다.

설영우는 "2년차에 홍명보 감독님이 오시면서 그런 부분을 바꾸셨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항상 졌는데, 감독님이 오시고 이기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계속 우리에게 넘어왔다. 이제는 당연히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며 홍 감독이 부임한 이후 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울산은 이제 과거 전북이 그랬던 것처럼 '울산 왕조'를 건설하려 한다. 그 시작은 올해 우승이다. 이번 시즌 K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은 첫 두 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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