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담배를 자주 피우는 것으로 알려진 '애연가'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라치오 감독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지난 12일(한국시간) 본인의 SNS를 통해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이탈리아)라치오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그는 이른 오후 팀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사리 감독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우디네세와의 세리에A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자진 사임했다. 상대가 강등 후보인 우디네세였고 홈구장인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의 패배라 라치오에는 충격이 컸다.
이탈리아 축구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라치오가 경기에서 패한 뒤 선수단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팬들은 야유했다"며 "경기 후 사리는 선수단과 미팅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어느 선수도 사리 감독을 떠나라고 하지도 않고 감독직에 있으라고 하지도 않는다"며 "이런 선수들의 태도가 그로 하여금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보도했다.
사리 감독 사임의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부진이다. 현재 라치오는 세리에A에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사리 감독이 라치오에 부임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라치오에 부임했다. 첫 시즌 라치오를 5위로 이끌며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냈고 지난 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22-2023시즌 사리 감독은 라치오를 2위로 이끌며 라치오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게 했다. 1위 나폴리와의 격차는 10점 이상이었지만 세 시즌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좋지 않다. 그는 첫 시즌 리그 10패, 지난 시즌 8패만을 기록하며 단단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시즌은 리그 10경기가 남았지만 벌써 12패를 기록하며 부임 후 최다 패를 기록하고 있다.
3년 만에 진출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쉬웠다. 조별 예선에서는 3승 1무 2패로 승점 10점을 기록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8강 진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1차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라치오는 승리를 거뒀다. 라치오는 홈구장인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치로 임모빌레의 페널티킥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2차전이 뮌헨의 홈구장이긴 했으나 1차전을 이겼기에 라치오에도 희망은 있었다. 하지만 뮌헨과의 2차전이 펼쳐지기 전 라치오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리그에서 피오렌티나와 AC밀란에게 1점 차로 패하며 2연패 중이었다.
1차전에서 라치오에 패배한 뮌헨은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대신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라는 센터백 조합을 내세웠고 이는 라치오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공략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뮌헨은 해리 케인의 멀티골과 토마스 뮐러의 득점에 힘입어 3-0으로 라치오를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뮌헨과의 경기는 사리 감독의 사임에 큰 몫을 했다. 라치오는 1차전 승리를 거두고 2차전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가 예상돼 수비적으로 임할 것이 예상됐으나 공격을 거의 하지 못했다.
라치오는 김민재 대신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리흐트 등을 센터백으로 세운 뮌헨과의 2차전에서 슈팅을 5개밖에 하지 못했고 유효 슈팅은 0개였다.
이후 리그에서 우디네세에도 패하며 사리는 팀의 4연패를 막지 못했고 이는 사리 감독의 라치오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사리 감독은 그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라치오에 부임할 당시 사리 감독은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감독 경력이 끝날 때까지 라치오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계약기간은 다음 시즌까지였으나 이도 채우지 못했다.
사리 감독에게 라치오는 제일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은행원이던 그가 나폴리 감독으로 축구 감독을 시작해 첼시와 유벤투스를 거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나폴리에서는 들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더선'은 "그가 나폴리 시절 이후 처음으로 라치오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며 "첼시에서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뤄냈고 유벤투스에서는 리그 우승을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골닷컴'은 "사리 감독이 잠시 휴식을 취할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 직장을 구할지는 불투명하다"며 그의 미래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