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투수 전준표.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경기도 이천, 김지수 기자) 키움 히어로즈 루키 투수 전준표는 지난 9일 경기도 이천의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4 KBO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4회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프로 입단 후 치르는 첫 공식경기였다.
전준표의 출발은 산뜻했다. 4회말 두산 선두타자 김대한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어렵지 않게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손에 넣었다. 이어 조수행을 1루 땅볼로 처리하고 쉽게 게임을 풀어갔다.
하지만 2사 후 두산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라모스를 1루에 내보냈다. 이어 김재환까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 키움 벤치에서 움직였다. 이승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 전준표의 상태를 살폈다. 이승호 코치는 전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더그아웃을 향해 교체 신호를 보냈다. 키움은 곧바로 불펜에서 몸을 풀던 김인범을 급히 투입했다.
이승호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은 제구가 흔들리는 전준표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당초 전준표에게 4회말을 모두 맡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준표가 라모스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과정에서 투구폼이 미세하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발견했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투수 전준표.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전준표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라모스의 타석 때 피칭 후 허리 부근 등근육이 순간적으로 경직되면서 불편함을 느꼈고 아이싱, 마사지 등 간단한 치료를 받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홍원기 감독은 이튿날 "전준표가 "두 타자를 잘 처리하고 외국인 타자와 승부하는 과정에서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다"며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다 보니까 긴장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걸 조금 늦게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준표가 김재환을 상대로 투구할 때는 움직임이 확실하게 불편해 보여서 투수코치에게 몸 상태를 확인하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이상이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준표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신장 186cm, 체중 96kg의 다부진 체격을 갖춘 우완 정통파 투수로 아마추어 시절 직구 최고구속 150km를 찍었던 파이어볼러 유망주다.
전준표는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순조롭게 프로 데뷔 시즌을 준비 중이다. 홍원기 감독은 전준표를 선발투수 자원으로 분류하고 시범경기 기간 실전 감각과 경험을 쌓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준표가 큰 부상이 아닌 게 확인된 만큼 조만간 다음 등판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투수 전준표.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홍원기 감독은 "신인 선수들에게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바로바로 표현하라고 강조하는 데도 전날 전준표처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며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경기력을 점검하고 각자 컨디션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무리시킬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교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이달 초 스프링캠프 종료 후 귀국을 앞두고 주전 중견수 후보 이주형,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을 펼치고 있던 장재영이 부상을 당했다. 오는 23일 정규리그 개막전 합류는 불발됐다.
홍원기 감독은 더는 다치는 선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차라리 현시점에서 선수들이 빠른 쾌유를 기대할 수 있는 경미한 부상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홍원기 감독은 "지금 부상자가 나오는 건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기 암시를 걸고 있다"며 "현장에서 선수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코칭스태프와도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