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구자욱 트레이너가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멀지만, 꼭 필요한 존재다.
아침 일찍 눈을 떠 밤 늦게 다시 잠들 때까지 온 신경을 선수들에게 집중한다. 이 일의 숙명이자, 보람이다. KT 위즈의 트레이닝 파트를 이끄는 구자욱 트레이너는 "선수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처음 트레이너 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때였다. 이후 2015년 남자 핸드볼 두산 구단에 입성했다. 2016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로 자리를 옮겼다. KT에 둥지를 튼 것은 2017년이다. 2019년까지 퓨처스(2군)팀에서 선수들을 돌보다 2020년 1군에 합류했다. 5년째 1군 선수단과 발맞춰 걷는 중이다.
KT 트레이닝 파트는 1군 5명, 퓨처스팀 5명으로 구성돼있다. 1군은 구자욱 트레이너를 비롯해 이진호, 박민, 강권민, 백경도 트레이너가 책임진다. 각각 투수, 야수 두 파트로 나뉜다. 선수들의 치료는 물론 보강 운동, 웨이트 트레이닝, 기술 훈련 등을 돕는다. 나아가 구 트레이너는 코칭스태프 회의에도 참가한다.
구 트레이너는 "시즌 중엔 1, 2군 보고서를 종합해 (이강철) 감독님께 보고드리고, 당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선수와 출전이 힘든 선수를 말씀드린다. 주로 감독님, 코치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며 "트레이너들과는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각 파트 코치님들과 선수들 사이에 우리가 있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즌 도중 일과를 물었다. 평일 오후 6시30분 홈경기 기준 트레이닝 파트는 오후 12시쯤 출근한다. 그날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는 간단한 미팅으로 하루를 연다. 출근이 빠른 선수들이 오후 1시부터 경기장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치료를 시작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지도도 병행한다.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과는 보강 운동을 진행한다. 오후 3시30분 선수단이 본 훈련에 돌입하기 전까지 이 과정을 모두 끝내놓는다.
왼쪽부터 KT 위즈 이진호, 박민, 구자욱, 강권민, 백경도 트레이너. KT 위즈 제공
본 훈련이 시작되면 옆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며 컨디션을 체크한다. 홈팀의 시간이 끝나고 원정팀이 그라운드 훈련을 진행하면 트레이너들은 내부로 들어와 경기를 준비한다. 선수들의 스트레칭, 테이핑을 함께한다. 경기 중에도 틈틈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아이싱 등을 돕는다. 경기 후엔 부상자를 체크하고 선수들을 치료한다. 자정을 넘긴 시간 잠에 든 뒤 다음 날 오전 다시 야구장으로 출근해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구 트레이너는 "트레이닝 파트는 눈에 띄지 않지만 계속해서 선수들과 같이 움직인다. 우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트레이너는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트레이너가 자주 보일 수록 선수들에게 안 좋은 이슈가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띄지 않을수록 좋다"고 밝혔다.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트레이닝 파트는 '몸'과 직결된 부서라 책임감이 크다. 구 트레이너는 "선수마다 몸도 다르고 특성도 제각각이다. 우리는 각자 맡은 선수에 관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며 "직접 몸을 풀어주거나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 상태가 어떻구나'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체크 후 우리끼리 모여 내용을 공유한다. 해당 컨디션일 때 경기 중 퍼포먼스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확인한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을 때는 경기 도중 우리가 코치님들께 '이 선수는 빼주시면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린다. 선수 교체는 감독님, 코치님들의 권한이지만 트레이닝 파트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해 주신다. 선수-트레이너-각 파트 기술 코치님들 간 교류가 잘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구 트레이너는 "트레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과 '세심함'이다. 선수들의 얼굴, 작은 표정만 봐도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두루뭉술 넘어가선 안 된다"며 "선수의 표현도 잘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평소 선수들과 터놓고 속이야기를 많이 하려 한다. 야구와 관련된 것이든 아니든 편하게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렇게 신뢰를 쌓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KT 위즈 이진호, 박민, 구자욱, 강권민, 백경도 트레이너. KT 위즈 제공
부상선수에 관해 보고할 때가 가장 힘들다. 구 트레이너는 "늘 마음이 아프다. 아침에 병원 진료 및 선수 상태 파악 후 자세한 내용을 감독님 및 구단에 전해야 하는데, 장기간 빠져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릴 때가 제일 어렵다"며 "부상선수가 많아지거나 수술하는 선수 혹은 재활이 잘 안 돼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선수가 생겼을 때 심적으로 가장 괴롭다. 우리 몸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선수가 아픈 것은 참 힘들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구 트레이너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무엇이든 더 해야 했는데', '우리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도 한다. 선수가 다치면 어떻게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 팀에 복귀시키려 한다. 그래야 감독님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고, 팀 성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며 "시즌 중엔 늘 긴장하며 지낸다.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기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부상선수가 건강히 복귀해 활약할 때 가장 행복하다. 구 트레이너는 "정말 좋고, 때로는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6개월, 1년 등 장기간 고생하다 돌아와 활약하는 선수를 보면 무척 기쁘다"며 "시즌을 마치고 선수단에서 관리 잘해줘 고맙다고 표현해 주실 때도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2024시즌 개막이 눈앞이다. 오는 9일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23일 정규시즌이 막을 올린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구 트레이너는 "그동안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잘 못한 것 같다.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트레이닝 파트를 믿어주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구 트레이너는 "시즌 목표는 항상 똑같다. 최대한 선수들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며 "선수 개개인이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KT 위즈 구자욱 트레이너가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사진=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 KT 위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