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항일 코드'를 가진 콘텐츠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숨겨진 항일 코드가 하나의 흥행 포인트로 꼽힌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핵심 대사에서 시작되는 작품의 항일 코드는 영화 곳곳에 이스터 에그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이름 상덕, 영근, 화림, 봉길 등은 모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같으며 영화 속 차량 번호는 1945, 0815, 0301 등 의미 있는 숫자로 구성됐다.
지난 1일은 삼일절을 맞아 '파묘'를 관람한 관객들의 인증샷이 이어지기도 했다.
장재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저는 영화에 반일 코드를 넣었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우리의 땅에 집중했다. '반일 영화다'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시선을 옆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에 맞춘 거다. 당하기만 하고 곪아터졌던 잔재가 지금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걸 파묘 해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묘' 측은 팬아트를 모티브로 한 스페셜 포스터를 공개했다. 배우들이 땅을 내려다보는 모습 사이로 보이는 한반도 형상의 하늘이 눈길을 끌며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지난 1일 마지막화를 공개한 '크라임씬 리턴즈'는 7~8화에서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내 거대한 종교 단지에서 벌어진 교주 살인사건을 다뤘다.
선선교라는 종교단체 설정부터 독립군부터 친일파를 처단하는 암살자 백호랑이, 인체 실험 등 항일 코드를 적절하게 녹여내 어딘가 있을 법한 세계관을 완성했다.
해당 회차 공개 이후 '크라임씬 리턴즈'는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등극하는 등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말 공개된 '경성크리처' 시즌1은 시대의 어둠이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는 일본이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진행하고, 이로 인해 '괴물'이 탄생하게 된다.
작품이 공개된 뒤 한소희는 자신의 계정에 "경성의 낭만이 아닌, 일제강점기 크리쳐가 아닌, 인간을 수단화한 실험 속에 태어난 괴물과 맞서는 찬란하고도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품어야만 단단해질 수 있었던 그해 봄"이라는 글을 게재해 일본 누리꾼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한류스타로서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가 일본 내 누리꾼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작품의 소재인 '731부대'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교육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731부대와 생체실험 등의 역사적 팩트가 일본 누리꾼에게 잘 전달된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OTT를 통해 일본의 가해 역사가 전 세계에 올바로 알려지는 데 큰 일조를 한 건 역시 'K콘텐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쇼박스, 티빙, 넷플릭스, 엑스포츠뉴스 DB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