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가 2024 시즌 팀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일본 미야자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해외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9일까지 따뜻한 호주 시드니에서 순조롭게 몸을 만들었고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 실전 등판에서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 성과를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일본 미야자키의 날씨가 이영하를 도와주지 않았다. 이영하는 당초 지난 23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할 예정이었지만 비로 게임이 열리지 못했다.
이영하는 일단 차분하게 다음 등판 스케줄을 준비했다. 2월 29일 지바롯데 마린스 1군을 상대로 구위를 점검할 계획이었다. 다소 쌀쌀했던 미야자키의 날씨도 마침 지바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포근하게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또 한 번 이영하의 실전 등판을 막았다. 2월 29일 이른 아침부터 일본 미야자키 지역에 비구름이 몰려왔고 결국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지바롯데와의 연습경기는 오전 8시 30분 일찌감치 취소됐다.
두산은 지바롯데와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선마린 스타디움 내 위치한 대형 실내 체육관에서 훈련으로 연습게임 일정을 대체했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짧은 점심 식사 후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기간 이용 중인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로 이동했다.
이영하는 29일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내가 레인인인가보다. 원래 최원준 형이 두산에서 레인맨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된 것 같다"고 웃은 뒤 "스케줄이 조금 꼬였지만 그래도 코치님들께서 많이 신경 써주셔서 큰 걱정은 안 한다. 사실 전날 일기예보에 오늘 강수확률이 100%라고 해서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잤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가 2024 시즌 팀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영하는 2016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 올해로 어느덧 프로 8년차를 맞이했다. 이제는 투수진에서 중견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후배들이 많아졌다.
올 시즌 이영하의 보직은 현재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으로 이어지는 1, 2, 3선발이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태다. 이영하는 4, 5선발 진입을 목표로 스프링캠프 기간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당초 최승용을 2024 시즌 4선발로 점찍었다. 5선발 자리는 이영하, 김동주, 최원준 등을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게 한 뒤 주인을 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승용이 부상으로 오는 3월 23일 정규시즌 개막전 합류가 불가능해지는 변수가 생겼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선발투수로 2024 시즌을 준비했던 자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개막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영하는 일단 선발 경쟁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는 입장이다. 평소 조심스럽게 자신의 목표를 밝히는 스타일이었지만 올해 미야자키 캠프에서만큼은 현재 몸 상태와 컨디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가 2024 시즌 팀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영하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진 부분이 많아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고 개인적인 일들로 최근 몇 년 동안 겨우내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 올해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훈련을 했고 신경도 많이 썼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개막전 날짜가 다가오면 불안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재작년보다 훨씬 더 좋은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갖췄다. 마운드 위에서 멘탈도 잡념이 다 사라졌다"며 "지금은 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데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불펜에서 던지더라도 또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 개인 성적이 아니라 팀이 잘 나가야 한다. 두산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산 코칭스태프와 두산팬들은 이영하가 2019 시즌의 퍼포먼스를 재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영하는 당시 29경기 163⅓이닝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의 호성적을 찍으며 두산은 물론 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국내 선발투수가 됐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가 2024 시즌 팀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영하는 하지만 2020 시즌 132이닝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 2021 시즌 35경기 78⅔이닝 5승 6패 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6.29로 성장통을 겪었다. 2022 시즌에도 21경기 98⅔이닝 6승 8패 평균자책점 4.93, 지난해에도 36경기 39⅓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5.49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영하는 "지나간 과거는 잊어버리려고 한다"면서도 자신의 이름 앞뒤로 따라붙는 '17승 투수'의 기대감을 잘 알고 있다. 이영하 스스로도 자신이 가장 즐겁게 야구를 했던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영하는 "17승을 했던 게 너무 오래돼서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좋았던 기분 정도만 떠오른다"며 "2019 시즌에는 정말 날아다니는 것 같았고 행복했는데 다시 한 번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선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