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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언급 싫었던 '끝판대장'…"팀이 먼저잖아요, 마무리 욕심 NO" [오키나와 인터뷰]

기사입력 2024.02.27 18:45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27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27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팀이 아닌 개인 기록에 시선이 쏠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올해도 최우선 순위는 '팀'이다.

27일 삼성 라이온즈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 '끝판왕'으로 통하는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취재진과 만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승환은 "기록 달성 때문에 자꾸 내 세이브에 초점이 맞춰졌다. 팀이 먼저 아닌가. 세이브 기록을 얼른 해치워 없애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오승환은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30세이브(리그 공동 3위)를 추가하며 3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했다. 나아가 역대 최초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했다. 또한 KBO리그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400세이브 금자탑을 완성했다. 오승환의 KBO리그 통산 기록은 13시즌 668경기 41승24패 17홀드 400세이브 평균자책점 2.06으로 훌륭하다.

세이브 부문에선 오승환이 걷는 길이 곧 역사다. 하지만 오승환은 "원래 개인 기록에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도 주위에서 세이브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오히려 빨리 달성해 없애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해치우고 경기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 팀이 우선인데 내 기록만 조명되는 듯해 싫었다"고 고백했다.

리그 최초 400세이브에 관해서는 "당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지금은 별로 감흥이 없다. 이번 시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오승환은 "올해 가장 큰 목표는 팀이 많이 이기는 것이다. 마무리 보직을 꼭 맡아야 한다거나 세이브를 몇 개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팀만 승리하면 된다"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부상 없이 뛰고 싶다. 모든 선수가 1승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몸을 풀며 미소 짓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몸을 풀며 미소 짓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후배들과 마무리 경쟁 중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투수 김재윤(전 KT 위즈)과 임창민(전 키움 히어로즈)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다. 마무리 세 명이 한 팀에 모였다. 오승환은 "내가 마무리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보직은 (박진만) 감독님 및 코칭스태프에서 논의해 정해주실 것이다. 난 그저 따르면 된다"며 "감독님의 결정에 맞춰 준비할 것이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쟁하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과거 삼성이 잘했을 때 그런 모습이었다"며 "기존 선수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할 테고, 새로 온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팀이 강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짙다. 삼성은 10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오승환도 부침을 겪었다.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생애 첫 선발 등판에 나서기도 했다. 총 58경기 62⅔이닝서 4승5패 2홀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삼성 마운드는 최약체로 분류됐다. 팀 평균자책점 10위(4.60), 선발진 7위(4.26), 구원진 10위(5.16)로 뒤처졌다. 리그 최다인 역전패 38회를 허용하며 씁쓸함을 삼켰다.

오승환은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팀 내 모든 선수가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며 "각 팀이 올해 준비를 잘하고 있겠지만 우리 팀의 경우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불펜진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오승환은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했던 (각오의) 말들이 결국 지켜지지 않곤 했다. 매번 같은 말만 하고, 약속은 못 지키는 듯했다. 팬분들께 거짓말을 한 것처럼 돼 힘들었다"고 입을 뗐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은 "그래도 올 시즌엔 분명 좋아지지 않겠나. 구원투수들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며 "삼성 약점이 불펜이라는 시선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의 실력뿐이다. 서로 그런 이야기를 무척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엔 불펜이 잘해 팀 성적이 좋아졌으면 한다. 불펜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팀 분위기는 최고조다. 오승환은 "확실히 예년보다 좋다. 선수들의 얼굴이 무척 밝다. 다른 해보다 긍정적인 듯하다"며 "선수들이 부족한 점을 자발적으로 채우려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운동하며 자연스레 야구 이야기도 자주 한다"고 귀띔했다.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승환은 사자 군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경기고, 단국대를 거쳐 2005년 삼성의 2차 1라운드 5순위 지명을 받았다. 삼성의 뒷문을 지키다 2013시즌을 마치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유니폼을 입고 꾸준히 활약했다. 2019년 콜로라도에서 방출된 후 삼성으로 복귀했다. 2020년부터 다시 삼성의 뒷문을 단속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엔 처음으로 FA 자격을 획득했다. 삼성과 2년간 계약금 10억원, 연봉 합계 12억원(4억원+8억원) 등 총액 22억원의 조건에 손을 맞잡았다. 올해도 투수진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27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우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27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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