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야수 김하성(28)이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도 100% 출루를 이어가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김하성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LA 다저스와의 시즌 첫 시범경기에서도 1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던 김하성은 두 경기 연속 모든 타석에서 출루에 성공하며 가뿐한 몸 상태를 자랑했다.
안타는 첫 타석에서 나왔다. 김하성은 팀이 1-2로 끌려가던 1회말 2사 3루에서 밀워키의 좌완 선발 롭 자스트리즈니를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동점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올해 나온 첫 장타다. 그러나 김하성은 후속 타선의 침묵으로 득점하지는 못했다.
김하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도 출루했다. 3회말 2사에서 오른손 투수 에놀리 파레데스를 상대로 볼 4개를 잘 골라내 걸어나갔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5회부터 주전 선수들을 백업 선수들로 교체했고, 김하성 역시 5회초 수비 때 클레이 던간에게 배턴을 넘겼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김하성은 올 시즌에는 2루수 대신 유격수를 맡는다.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 2경기 연속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새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이날 샌디에이고는 밀워키에 7-11로 패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빅리그에 입성한 김하성은 첫 두 시즌 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152경기 538타수 140안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0.749를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털어냈다.
특히 김하성의 가치가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비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샌디에이고로 이적하면서 기존 유격수였던 김하성이 2루수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하성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자리 이동 속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한 김하성은 안정적인 수비로 눈도장을 찍었다. 주포지션인 2루수(106경기 856⅔이닝)뿐만 아니라 3루수(32경기 253⅓이닝)와 유격수(20경기 153⅓이닝)에서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능력을 선보인 김하성은 지난해 11월 2023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2루수 및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올랐고,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아시아 지역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골드글러브를 품었다.
김하성은 2024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다. 올겨울 샌디에이고의 열악한 구단 재정을 이유로 내야진 보강이 필요한 구단에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준비 중이다.
김하성이 트레이드 없이 정규시즌 개막을 맞이한다면 다음달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의 개막 2연전에 출격한다. 고척스카이돔은 김하성이 KBO리그 최고 유격수로 발돋움한 곳이다.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가 2016 시즌부터 고척스카이돔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 2021년 메이저리그 진출 전까지 활약했다.
김하성은 FA 시장에서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2012시즌 종료 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었던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746억 원)의 한국인 역대 메이저리거 최고 금액 계약을 충분히 뛰어넘는 계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최근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체결한다면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171억 원)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1982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은 팀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김하성의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서 말을 아기고 있다. 다만 김하성이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확실하게 강조했다.
프렐러 단장은 지난 14일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등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김하성이 녹색 다이아몬드 중앙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프렐러 단장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김하성에게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렸고, 김하성도 이를 이해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우리와 김하성, 그의 에이전트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샌디에이고는 7-11로 패했고, 불펜 고우석은 등판하지 않았다. 고우석은 아직 시범경기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고우석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LG 트윈스에 몸담은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우석은 지난 1월 4일 샌디에이고와 2년 총액 450만 달러(약 60억 원)의 계약에 합의했다. 2024년과 2025년 연봉은 각각 175만 달러, 225만 달러로 고우석과 샌디에이고 구단의 상호 동의로 옵션 실행 시 고우석은 2026년 연봉 300만 달러를 받는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고우석은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를 수령한다. 2024~2026년 인센티브 금액까지 포함하면 최대 94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대박 계약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우석에게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계약 내용이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마무리 투수 좌완 마쓰이 유키를 데려온 데 이어 고우석까지 영입하며 한일 최고의 불펜 요원들로 전력을 보강했다.
고우석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샌디에이고에서 치를 수 있는 점은 엄청난 호재다. 샌디에이고에는 2021 시즌부터 팀의 주축 내야수로 뛰고 있는 한국인 선배 김하성이 있어 고우석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김) 하성이 형이 같은 팀에서 뛰게 된 부분에 너무 기뻐해 주시고 환영해 주셨다"며 "막상 이렇게 미국으로 가게 되니까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다. (김하성 형이) 샌디에이고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우석의 '경쟁자' 마쓰이 유키는 시범경기 첫날 출전해 샌디에이고 팬들에게 먼저 첫선을 보였다. 마쓰이는 다저스를 상대로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절정의 컨디션을 뽐냈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날카로운 구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쓰이는 팀이 0-8로 끌려가던 3회초 마운드에 올라와 다저스의 럭스, 오윙스, 페이지스로 이어지는 타선을 모두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초구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이면서 상대를 압박했고, 효율적인 투구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마쓰이에게 삼진을 당한 럭스는 "마쓰이가 정말 좋은 스플리터를 구사했다. 직구도 좋았다. (마쓰이는) 꽤 좋은 투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마쓰이 유키는 2023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에 나섰다. 샌디에이고가 5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73억 원)를 베팅해 마쓰이 유키를 품었다.
1995년생인 좌완 마쓰이 유키는 2014년 라쿠덴 골든이글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NPB 통산 10시즌, 501경기, 659⅔이닝, 25승 46패 236세이브 68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신장 174cm의 단신이지 평균 140km 중후반대 직구를 뿌리는 구위가 위력적이다.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 스타일로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의 변화구도 수준급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2023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59경기 57⅓이닝 2승 3패 3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57의 특급 성적표를 받았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89에 불과했고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제구력도 향상돼 볼넷은 13개, 탈삼진은 72개를 잡았다.
샌디에이고는 2022, 2023 시즌 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조쉬 헤이더가 FA 자격을 취득한 뒤 팀을 떠났다. 헤이더의 빈자리는 마쓰이 유키와 고우석을 통해 메울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마쓰이 유키가 샌디에이고의 클로저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클로저였던 헤이더의 공백을 마쓰이 유키가 어떻게 메워주느냐에 따라 샌디에고이의 올 시즌 성적 향방이 달려 있다.
첫 등판에 나선 마쓰이와 김하성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마쓰이 유키는 3회초 LA 다저스 선두타자 개빈 럭스를 상대하기 전 유격수로 자신의 뒤를 지켜주고 있던 김하성으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일본 야구 전문 매체 '풀카운트'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은 마쓰이 유키에게 "힘내!"를 일본어로 말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스타가 일본인 좌완에게 국적을 초월한 세련된 배려를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풀카운트'는 김하성과 마쓰이는 1995년생 동갑내기다. 생일도 10월로 같다"며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성,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한 뒤 2022년 주전 유격수 자리로 자리잡았다. 2023시즌은 잰더 보가츠의 합류로 포지션을 2루수로 옮기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부터 다시 유격수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풀카운트'는 이와 함께 "김하성은 2021시즌부터 다르빗슈 유와 샌디에이고에서 뛰고 있어 일본어를 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본 야구팬들도 '김하성은 정말 나이스 가이다', '김하성은 상냥하다', '김하성은 너무 좋은 사람이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댓글로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3월 17일부터 18일까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국 야구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20일과 21일 공식 개막 2연전을 펼친다. 서울 개막시리즈에는 샌디에이고의 김하성, 고우석, 왼손 불펜 마쓰이 유키,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등 한일 야구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한편 다저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샌디에이고는 3월 17일부터 18일까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국 야구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20일과 21일 공식 개막 2연전을 펼친다.
이번 서울시리즈에는 김하성, 고우석을 비롯해 한일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샌디에이고의 다르빗슈, 마쓰이에 다저스에 새로 합류한 일본인 메이저리거 두 명 '슈퍼스타' 오타니, 그리고 우완 선발투수 야마모토 노시노부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