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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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전설(海東傳說)7 (3) 누나는 나의 힘!

기사입력 2007.02.20 21:18 / 기사수정 2007.02.20 21:18

김종수 기자

글: 김종수/그림: 이영화 화백



철썩!
허공을 가로질러 쏘아온 공이 깨끗하게 그물주머니를 갈랐다.

'도…도대체 어떻게된 것이야?'

부산현 청소년대표를 이끌고있는 교관, 명세천의 얼굴빛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구미현과의 친선시합, 적어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승리를 여유 있게 장담하고 있던 그였다. 구미현이 약해서가 아니다. 자신들에게는 최고의 지킴이 이철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큰 키에 비해 다소 깡마르고, 유약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작은 선수 뺨치는 빠른 움직임에 부드러운 몸 동작을 가지고있는 이철옥은 부산현의 미래를 책임질 최고의 기대주였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했다. 평소와 달리 이철옥은 느릿느릿 굼뜨기 그지없었고,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르기 일수였다. 때문에 부산현은 구미현에 삼십육대 이십으로 한참 뒤지고있는 중이었다.

"정신차려!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답답해진 명세천이 이철옥을 쳐다보며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허나 이철옥은 넋 나간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만 할뿐, 도통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 왔구나. 역시 안 왔어…'

은순빈, 거지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준 여인이었다. 때론 어머니같이, 때로는 친누나같이 이철옥을 보살펴주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서 커나가기 시작한 묘한 감정…그것은 어머니도 누나도 아니었다. 이성의 감정, 연인의 감정, 억제하려고 해도 점점 부풀어져 가는 그런 감정이었다.

'역시 취화루(臭化樓)로 간 것인가…?'

예쁜 얼굴에 재주 많은 은순빈에게 요새 들어 청혼이 급증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은순빈은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어제저녁, 매파(媒婆)의 끈질긴 권유를 이기지 못한 은순빈은 소개받은 한 사내를 만나러가기로 약속을 해버린 것이었다. 그 장소가 바로 취화루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꼭 이런 날 그런 곳을 가야해…'

정신이 어지러워진 이철옥은 전혀 경기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있었다. 그때였다.

"이 녀석아! 뭐해? 이 누나가 그따위로 농구하라고 가르쳤냐?"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낭랑한 음성에 이철옥이 몸을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은순빈, 언제 왔는지 그녀가 관중석에서 이철옥을 향해 언성을 높히고 있었다.

"누…누나…"

"오늘 취화루 가기로 한 것도 취소하고 허겁지겁 보러왔더니만 그따위로 할거야?"

씨익.
이철옥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휘익.
구미현의 지킴이 배시진이 그물 주머니 쪽으로 날아들었다. 평소 같으면 이철옥을 앞에 놔두고 이렇게 과감히 덤벼들지는 못했을 것이었으나, 오늘따라 무기력했던 이철옥인지라 자신감을 가지고있던 그였다.

"어림없다."

순간 이철옥이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랐고 길다란 오른손이 번개같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탕!
배시진이 슬쩍 올려놓으려던 공은 이철옥의 손바닥에 맞고 앞쪽으로 맥없이 퉁겨져 나가버렸다.

"덤벼라!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구미현선수들을 노려보는 이철옥의 얼굴에 당당한 자신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계속)

※ 본 작품은 프로농구잡지 월간 '점프볼'을 통해 연재된 소설입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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