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사과했다. 이강인 인스타그램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14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한 선배들과의 주먹다짐 때문이다.
사과문을 통해 이강인은 "안녕하세요 이강인입니다. 지난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라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폐막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지난 7일 열린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64년 만의 우승을 외쳤으나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그런데 요르단전을 하루 앞두고 선수단 내부에서 큰 분열이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14일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탈락하기 하루 전 팀 동료와 다퉜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며 "어린 선수들 중 일부는 탁구를 즐기기 위해 밥을 빨리 먹었는데, 식사 자리가 팀 결속의 기회라 생각한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이에 불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KFA)도 대표팀 내 불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협회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연합뉴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연합뉴스
더 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요르단전 전날, 현지시간으로 5일 저녁 식사 시간에 발생했다. 대표팀에서 경기 전날 모두가 함께하는 만찬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결전을 앞두고 화합하며 '원 팀(One team)'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강인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비교적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 명은 따로, 일찍 저녁을 먹었다. 이후 탁구를 치러 갔다. 다른 선수들은 조금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그때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배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손흥민은 이강인 등 선수들을 제지하려 했다. 이강인은 주장의 말을 듣지 않고 반발했다.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주먹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선발 명단에서 이강인을 빼지 않았다. 이강인은 부임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클린스만호가 지난해 하반기 5연승으로 반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황태자'였다.
축구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강인과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아시안컵 도중 '탁구 사건'이 불거지며 두 선수의 감정도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요르단전에 임했다. 경기가 잘 될 리 없었다. 한국은 유효슈팅을 단 1개도 만들어내지 못하며 졸전을 펼쳤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놀았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연합뉴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당시 경기 후 손흥민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나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탁구 사건'과 이강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클린스만 감독 등을 고려했을 때, 손흥민이 어떤 맥락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다만 대표팀 내 갈등이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회 내내 선수들은 나이 별로 따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시안컵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선수들이 연령별로 무리 지어 다니며 훈련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흘러 나왔다.
이강인·설영우·정우영·오현규(셀틱)·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어린 선수들, 손흥민·김진수(전북)·김영권(울산)·이재성(마인츠) 등 고참급 선수들, 그리고 황희찬(울버햄프턴)·황인범(즈베즈다)·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1996년생들이 주축이 된 그룹이 각자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았다.
조별리그 1차전을 대비한 훈련 때부터 마지막 요르단전 훈련 때까지, 각 그룹의 면면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강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불만을 품고 공을 세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국내파와 해외파가 갈등을 빚는 듯한 장면이었다.
비단 이번 아시안컵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유럽파 선수들이 일찍 귀국하기 위해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하기도 했다. 원정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개인 행동'을 한 셈이다. 대표팀, 대한축구협회가 허락한 일이었다고 하지만, 국내파 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외파 선수들은 경기 직후 전세기를 타고 빠르게 한국으로 돌아왔고, 국내파 선수들은 경기 장소였던 중국 선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국적기를 타고 귀국했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강인 인스타그램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마치고 소속팀 토트넘으로 복귀한 뒤 개인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 대회를 치르면서 온통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어졌다.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지만 잘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을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손흥민은 지난 12일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더드'와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며 "(준결승전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지만, 이 역시 축구의 일부다. 정말 아픈 경험을 했고, 축구로 극복할 것"이라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대표팀 내 선수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이강인은 아시안컵 탈락 후 "한 달 동안 아시안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 스텝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팬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대와 성원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축구팬 여러분들께서 실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희 대표팀을 믿고 응원해 주신다면 저희는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구성원으로서 모두 한 마음 한 팀이 되어 경기장에서 더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헌신적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 한 발짝 더 뛰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 마음 한 팀'을 언급했지만 대표팀 내에서 이강인은 말과 다른 행동으로 손흥민과 갈등을 빚었다. 최대한 빠르고 원만하게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클린스만호의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와 대표팀 내 분열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1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대표팀 내 선수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주장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를 소화한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5-0), 중국(3-0)과의 2연전에서 2연승을 거둔 한국은 C조 선두(승점 6점)에 올랐다. 오는 3월 21일 태국과 홈경기, 26일 원정경기를 펼친다. 정상적으로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태국과의 2연전에서 최종예선 진출 조기 확정도 가능하다.
이후 오는 6월 싱가포르와의 원정경기, 중국과의 홈경기를 통해 2차 예선을 마무리한다. 오는 9월부터 최종예선에 돌입해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종예선에선 2차 예선을 통과한 18개국이 6개국씩 3개조로 나뉘어 격돌한다. 각 조 1, 2위를 차지해야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3, 4위를 기록할 경우 다른 조 3, 4위 팀들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남은 2.33장의 티켓을 따내야 한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을 노린다.
갈등부터 봉합해야 한다.
<이강인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이강인입니다.
지난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