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KIA 이범호가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KIA는 이범호 감독과 13일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을 받는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사령탑의 공백 속에서 시작된 올해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과 실내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코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타격코치로 캠프를 시작한 이범호 신임 감독도 훈련 시간 내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베테랑 선수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고, 때로는 진지한 눈빛으로 선수들의 타격 모습을 지켜봤다. 팀 내 타자들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는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남은 캠프를 보내야 하는 이범호 감독이다. 외부 영입과 내부 승격을 놓고 고민한 김종국 전 감독의 해임 이후 KIA는 후보군을 추린 뒤 내부 승격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러면서 이 감독과의 화상면접 이후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
한화 이글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이범호 감독은 2011년 KIA로 이적했고, 이후 10년 넘게 선수와 지도자로 한 팀에 머물렀다. 다양한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여러 후보 중에서 이 감독이 팀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은 이유다.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KIA 이범호가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KIA는 이범호 감독과 13일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을 받는다. 엑스포츠뉴스 DB
이범호 감독은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해선 이전부터 내가 생각했던 부분이 많았다. 우리 팀에는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선수들을 큰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게 아니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선수들에게 상황을 만들어주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마음 놓고 부담 갖지 않은 상태로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하고,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야구에 대한 방향성도 앞으로 계속 그런 부분으로 진행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이범호 감독은 1군과 퓨처스팀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는가 하면,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기도 했다. 1군 감독을 지낸 적은 없어도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감독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은 "2군 총괄을 맡았던 게 1년뿐이긴 하지만 그 시간 동안 팀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야 하고, 감독으로서 선택과 결과에 대해 많은 걸 느낀 시간이었다. 경험을 아예 안 하고 넘어온 것보다는 2군에서 감독 생활을 한 번 하고 1군으로 왔기 때문에 최대한 기대치에 충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이 성적을 내는 게 첫 번째 목표로, 선수들이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전라남도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KIA 이범호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KIA는 이범호 감독과 13일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을 받는다. 엑스포츠뉴스 DB
감독 부임 첫날 이범호 감독은 선수단에게 많은 걸 주문하지 않았다. 사령탑은 그저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것보다도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항상 웃을 수 있고, 또 결과를 떠나서 지향하고자 하는 야구를 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게 선수들에게도 가장 좋은 부분일 것"이라며 "운동장에서 기죽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선수들도 나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낸 만큼 사령탑이 지향하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선수들이 이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수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려고 하는 이범호 감독은 "주장 나성범과는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팀 미팅 등을 통해서 고참급 선수들과 대화하며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다. 급할 것도 없고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팀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좋은 마음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다 모였기 때문에 팀적으로 봤을 때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KIA는 사령탑과 함께 남은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실전 위주의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이 감독은 "호주 캠프를 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을 했고 어떤 상황에서 캠프를 치렀는지 다 봤으니까 호주 캠프는 그대로 진행하고 마무리할 생각"이라며 "오키나와에서는 경기를 많이 치르기 때문에 투수, 타격 파트 코치님들과 상의하면서 나름대로 캠프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3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이범호 신임 감독과 선수단이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KIA는 이범호 감독과 13일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을 받는다. KIA 타이거즈 제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