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말한 책임의 뜻은 달랐다.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탈락한 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는 국내파 선수들과 함께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꾸준히 아시안컵 우승을 외치며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는 다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패배했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요르단은 87위다. 한국은 FIFA 랭킹에서 64계단이나 차이가 있는 팀을 상대로 졸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8분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후반 21분 요르단의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유효슈팅은 한 개도 시도하지 못한 한국은 결국 0-2 완패로 아시안컵 일정을 마쳤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64년 기다림의 한도 풀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은 '황금세대'로 불리며 1960년 이후 64년 동안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한국의 아쉬움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조별예선에서부터 흔들린 클린스만호는 토너먼트에 진입한 이후에도 문제점을 드러냈고, 결국 4강에서 탈락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패배 후 탈락 및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하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당연히 대표팀 분위기는 최악이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특히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경기장 위에 서 있기도 했다. 최악에 가까웠던 경기력과 요르단전 패배, 그리고 대회 4강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내내 부진한 경기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손흥민이나 이강인 등 특정 선수의 활약에 기대는 경향이 강했다. 전방에서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처럼 해외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자리잡은 선수들이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는 김민재의 커버 능력에 의존한 채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팀에 변화를 만든 건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변화가 아닌 일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0-1로 끌려가던 상황, 후반 추가시간 터진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갔다. 승부차기에서는 조현우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탈락했을 수도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패배 후 탈락 및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했다. 경기 후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패배 후 탈락 및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하자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강전은 선수 개인에게 의존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성향이 더욱 뚜렷했다. 호주와의 8강전에서 한국은 호주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손흥민과 황희찬이 해결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얻은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시키며 승부를 이어갔고, 연장전 전반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에서 손흥민이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을 터트려 한국을 4강으로 올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도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이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었던 경기는 없었다. 측면 아이솔레이션을 통한 전환과 반대편 크로스 등의 패턴은 존재했으나, 이 외에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인 색을 보여주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요르단전도 다르지 않았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제외되자 수비진은 와르르 무너졌다. 일부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공격도 답답했다. 선수들의 공격이 막히고 역습을 허용하니 조직력도 자연스럽게 와해됐다. 유효슈팅 0회라는 참담한 기록이 이를 설명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패배 후 탈락 및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하자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말한 책임의 뜻은 달랐다.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탈락한 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는 국내파 선수들과 함께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팬들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상대를 축하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오늘처럼 상대가 그런 경기력으로 승리하면 축하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감독으로서, 패배한 입장에서 더 잘한 상대를 축하하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임한 이후부터 줄곧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다. 부임 기자회견부터 아시안컵이 열리기 직전까지 한국과 함께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자신있게 공표했다. 우승하지 못할 경우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도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말한 아시안컵 우승 공약을 지키지 못했고, 자연스레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패배 후 탈락 및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하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패배 후 탈락 및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하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과거 자신이 했던 말과 달리 사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해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 계속 감독직을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어떤 조치도 생각하고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팀과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하고,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게 좋았고, 좋지 않았는지를 논의해보려 한다"며 한국으로 돌아가 아시안컵에서 치른 경기를 분석하겠다고 말하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 패색이 짙어지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말한 책임의 뜻은 달랐다.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탈락한 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는 국내파 선수들과 함께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오히려 2년 뒤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언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2년 반 동안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팀이 더 발전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예선도 치러야 한다"며 "우리 앞에 쌓인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대회 결과에 책임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감독으로서 이렇게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사퇴와 관련된 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이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준비를 언급했기 때문에 다음 월드컵까지 동행할 생각이 있다는 걸로 해석해도 이상하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과 8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