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데드맨'으로 입봉한 하준원 감독이 영화계 입문 과정과 봉준호 감독과의 연을 소개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데드맨'의 감독 하준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
하준원 감독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바지사장 세계를 취재하기 위해 5년의 시간을 들였다. 그는 "이 세계는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 만나 뵙기 힘들었다. 어느날은 시계 공장, 어느날은 운동화 제조공장 사장 한 달에 한 번 명함이 바뀌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지사장 소재를 하고자 해서 쓴 게 아니라 '이름값'이라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테마를 가지고 책임지는 사회, 책임지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두를 어떻게 영화에 담을까 하다가 주인공의 직업을 결정하고자 했다. '바지'라는 건 한국만의 개념이고 외국에는 없더라. 번역해도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정치, 자본뿐만 아니라 지인들끼리도 많이 쓰는 익숙한 단어인데 이름을 파는 직업이라는 게 재밌는 건데 다뤄진 적 없더라. 재밌는 소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제가 아들이 있는데 아들 이름을 짓는데 그 기한이 있더라"라며 "못 지키면 벌금을 낸다. 작가로 등장인물 짓는 데도 오래 걸리는데 아들 이름 짓는 데는 어떻겠나. 더 오래 걸렸다. 이름이라는 걸 안고 살아가는데 가장 많이 불리기도 하고 육신은 떠나도 이름은 남기는 법인데 이름이란 것이 무엇일까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하 감독은 신인 감독이지만 배우 겸 감독 하명중의 아들이자 가족들이 모두 영화계에 몸담고 있다. 그는 영화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렸을 땐 영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형님은 일찌감치 영화에 뜻이 있어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했는다. 어느날 8mm 단편 흑백 영화를 보여주는데 너무 재밌더라. 이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원을 가게 돼서 단편을 찍으면서 작품을 했었고, 봉준호 감독이 강의를 나와서 '살인의 추억'을 봤다. 영화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연출부라도 같이 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대본도 같이 쓰자고 하시더라. '어떻게 그런 말씀을'이라고 답했다.(웃음) 제가 대단히 뭘 많이 한 것이 아니고 열심히 옆에서 많이 배우면서 했다"라며 봉준호 감독과 '괴물'을 공동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계에 많은 업적을 쌓은 하명중의 아들이라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은지에 대해 "아버님 인생은 아버님 인생,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며 "애당초 제가 아버지를 보고 영화를 하겠다 시작한 게 아니다. 아버님의 업적은 존경하지만 나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자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게이긴 하지만 제일 큰 힘이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이 기대되는 하 감독은 앞으로 어떤 이름값을 하게 될까. 그는 "이제 시작이니 첫 작품이라 부족한 게 많지만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있는 것들, 새 작품으로 다시 관객분들을 만나 뵙고 싶은 소망"이라며 바람을 전했다.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