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일본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가 2025년 아시아 선수 최초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린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명예의 전당 선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집계에 따르면 아드리안 벨트레는 385표 중에서 366표(95.1%)를 획득하면서 기준선인 75%를 넘겼고, 토드 헬튼(307표, 79.7%), 조 마우어(292표, 76.1%)가 기준을 충족하면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벨트레와 마우어는 입회 자격을 갖춘 첫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헬튼의 경우 6번의 투표를 거친 끝에 입회를 확정했다. 최근 3년간 입회에 성공한 선수는 2명에 불과했는데, 올핸 한 번에 3명의 입회자가 탄생했다.
1979년생인 벨트레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만 15세였던 1994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코리안 빅리거 1호였던 박찬호와 입단 동기로 함께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1998년 빅리그에 데뷔한 벨트레는 이듬해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렸고 2000년에는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02~202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이어 2004년에는 48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04시즌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벨트레는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2933경기 11068타수 3166안타 타율 0.286 477홈런 170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9.
헬튼은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7년간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 빅리그 통산 2247경기 7962타수 2519안타 타율 0.316 369홈런 1406타점 OPS 0.953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으며 올스타 5회 선정, 실버슬러거 4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홈구장인 쿠어스필드가 타자 친화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헬튼은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다른 타자들에 비해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비교적 헬튼의 득표율이 첫 해 16.5%에 그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헬튼이 홈구장뿐만 아니라 원정경기에서도 4612경기 타율 0.287 142홈런 출루율 0.386 장타율 0.469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기 때문. 원정경기 OPS(0.855)만 놓고 보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데이브 윈필드(0.841), 에디 머레이(0.838), 토니 그윈(0.835) 등보다 수치가 높았다. 결국 헬튼도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게 됐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출신의 마우어는 2001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고향팀 미네소타의 부름을 받았으며, 빅리그 데뷔 이후에는 올스타 6회 선정과 실버슬러거 5회 선정 등으로 리그 최고의 포수로 발돋움했다. 2009년에는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8월 경기 도중 뇌진탕 증세를 보이면서 후유증을 겪었고, 오랜 시간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게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포우어는 1루수와 지명타자로 팀에 힘을 보탰고 2018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빅리그 15시즌 통산 1858경기 6930타수 2123안타 타율 0.306 143홈런 923타점 OPS 0.827을 기록했다.
시선은 다음 헌액자로 향한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현지 매체들은 25일 2025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1순위 후보로 스즈키 이치로와 C.C. 사바시아, 펠릭스 에르난데스 등을 언급했다.
일본 야구를 평정하고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 2019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통산 2653경기에 나서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일본인 최초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으며, 올스타에도 10차례나 뽑혔다.
장타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으나 뛰어난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을 앞세워 교타자의 대명사로 불렸다. 데뷔 첫해부터 10년 동안 매 시즌 200안타를 기록했고, 2004년에는 한 시즌 262안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했다.
'MLB.com'은 "이치로는 2025년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데, 관심이 모이이는 건 그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지가 아니라,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한 만장일치 헌액자인데, 어깨를 나란히 할 선수가 있다면 바로 이치로"라고 얘기했다.
매체는 "이치로와 사바시아가 2025년 7월에 명예의 전당 헌액 연설에 나서는 상상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의 경우는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 시기가 문제였다. 3000개 넘는 안타, 그리고 경기를 넘어서는 영향력은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안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이치로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7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된다. 앞서 노모 히데오와 마쓰이 히데키가 후보로 지명되면서 명예의 전당 헌액에 도전했으나 탈락했다.
사바시아와 에르난데스도 내년 명예의 전당에 입회 가능성이 높다. 이치로와 마찬가지로 19시즌을 뛴 좌완투수 사바시아는 통산 251승161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했다. 한 차례 사이영상과 6번 올스타로 뽑힌 사바시아는 통산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가 62.3으로 이치로(60.0)보다 높다.
에르난데스도 유력 후보다. 15시즌 동안 169승 131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에르난데스는 사바시아와 마찬가지로 사이영상 1번, 올스타로 6번 선발됐다. 사바시아와 에르난데스는 2019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마리아노 리베라, 로이 할러데이, 마이크 무시나 이후 6년 만에 투수로서 명예의 전당 가입에 도전한다.
'MLB.com'은 2026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 나설 유력 후보로 콜 해멀스와 라이언 브론 등을 거론하면서 추신수도 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 등에서 활약한 추신수는 16시즌 통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후보에만 뽑혀도 한국인 최초의 기록이 된다.
사진=AP, AFP, EPA/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