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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당해도 돈을 뜯어내지는 않을 것…그 만큼 바르셀로나를 사랑하니까"

기사입력 2024.01.18 11:45

이태승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FC바르셀로나를 이끄는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구단의 레전드 출신 사비는 지난 시즌 라리가 우승을 일궈냈지만 올 시즌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성적을 내며 구단 수뇌부의 따가운 눈총과 팬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한국시간)엔 숙적 레알 마드리드와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결승전 경기서 완전히 밀리며 올 시즌 첫 트로피 획득의 기회를 놓쳤다.

사비는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으로 1-4 대패를 허용했다.

특히 과거부터 레알의 비니시우스 후니오르를 잘 막아왔던 중앙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를 우측 풀백으로 가동해 똑같은 결과를 노려봤지만 레알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비니시우스를 아라우호와 직접적으로 경합시키는 것이 아닌 중앙으로 움직여달라고 지시, 차비의 수비 전술을 완전히 파훼했다.

너무 뻔한 수였던 셈이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비니시우스에게 전반 10분만에 두 골을 허용하며 이른 시간 침몰했다.




리그에서의 성적도 좋지 못하다. 약팀을 상대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리그 1, 2위 자리를 각각 지로나와 레알에게 내줬고 3위 자리는 승점 동률의 아틀레티코 빌바오에게 내줬다.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도 4부리그 팀 바르바스트로를 상대로 3-2 진땀승을 거뒀던 것을 생각해보면 올 시즌 바르셀로나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주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패배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만약 올 시즌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구단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사비의 경질을 간접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사비가 2025년까지 구단과 계약을 맺었지만 일방적인 경질 통보를 하겠다는 제스처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경질은 위약금 지불 관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20년 바르셀로나에서 한시즌도 지휘봉을 잡지 못하고 경질된 키케 세티엔 감독의 경우 바르셀로나가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절차를 밟은 바 있다.




다만 사비는 구단과의 소송도, 위약금 지불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17일 "사비는 바르셀로나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법적인 소송은 더더욱 싫어한다"며 "바르셀로나 팬들을 가장 우선하기 때문에 자신이 경질되더라도 본인의 탓이지 구단에 책임을 묻는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질당해도 사비는 조용히 자리를 비울 준비가 됐다는 이야기다.

'아스'는 "만약 사비가 오는 6월 (시즌이 끝나고) 거둔 트로피가 없다면 라포르타와의 면담을 통해 구단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 때 사비는 구단이 그 어떤 사람보다 우선된다는 점을 상기함으로써 구단에 자비를 베풀 수 있다. 따라서 바르셀로나가 경질을 결정해도 사비는 그 어떤 문제를 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비가 카타르 알 사드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다 친정팀의 부름에 급히 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비가 구단에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사비는 바르셀로나에 올 때도 급여의 상당부분을 포기하면서도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알 사드서 선수로 뛰다가 감독으로 전향했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지난 2020년 "사비는 알 사드서 선수로 뛸 당시 1000만 유로(약 146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감독이 된 이후에는 더 올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바르셀로나에 온 2021-2022시즌, 사비는 연봉의 절반가량을 삭감했다.

'월드 사커 토크'는 2023년 사비의 재계약 소식을 알리며 "그는 처음 바르셀로나로 오며 구단의 재정적 불안정성을 고려해 450만 유로(약 65억원)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계약을 작성했고 재계약을 진행하면서는 두 배 정도 인상한 850만 유로(약 124억원)의연봉을 받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바르셀로나가 최근 몇 년간 건강하지 못한 지출과 과거 수뇌부의 부정부패로 인해 어마어마한 양의 부채를 쌓아올렸지만 대형 스폰서십 계약 체결, 선수 판매 등으로 최대한 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에 사비 또한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언론 매체 '가디언'은 지난 12월 말 "바르셀로나는 현재 12억 유로(약 1조 7510억원)의 부채를 끌어안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아스'는 "사비는 여전히 성공에 자신이 있다"며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사비 또한 자신이 바르셀로나의 재건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있으며 '내가 처음 바르셀로나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더 망한 팀이었다'고 생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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