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2024 시즌 구상에는 분명 홍건희가 포함돼 있었다. 홍건희의 FA 계약 타결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호주 시드니 스프리캠프 출발 전까지 선수 측과 구단의 합의를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15일 서울 잠실야구장 식당에서 창단기념식을 개최했다.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고영섭 두산 야구단 대표이사와 김태룡 단장, 코칭스태프, 선수단 상견례를 진행하고 2024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앞으로 보름 후에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출발로) 진정한 2024년이 시작된다"며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부터 변하겠다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지난해 있었던 모든 일은 잊어버리고 대표이사님께서도 말씀하신 KBO리그의 바뀌는 환경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은 2023 시즌 이승엽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74승 68패 2무, 승률 0.521로 5위에 올랐다. 2022 시즌 9위에 그치며 2014년 이후 8년 만에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던 아픔을 씻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나쁘지 않은 1년을 보냈다.
하지만 두산의 2023년 가을 여정은 너무 짧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4위 NC 다이노스에게 9-14로 패하면서 1경기로 2023 시즌을 마감했다.
두산은 짧은 휴식 후 곧바로 경기도 이천에 있는 2군 훈련장에서 2024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이승엽 감독은 1.5군급 선수들은 물론 베테랑 김재환을 포함한 주축 선수들과 한 달 여간 마무리 캠프를 진행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두산 프런트도 바쁘게 움직였다. 먼저 스토브리그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알칸타라는 2023 시즌 31경기에 선발등판해 192이닝을 던지며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특유의 '이닝 이팅'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퀄리티 스타트도 22회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두산은 물론 10개 구단 최고의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브랜든도 3년 연속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22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11경기 65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2023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은 불발됐지만 대만 프로야구에서 호성적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시즌 중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브랜든은 KBO리그 2년차를 맞아 한층 더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2023 시즌 18경기 104⅔이닝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로 알칸타라와 함께 두산의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즌 중반 합류한 탓에 규정 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18번의 선발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 13회를 기록,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안정감이 넘치는 피칭을 해냈다. 두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대체 외국인 선수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역사도 썼다.
외국인 타자는 헨리 라모스가 주인공이 됐다. 라모스는 지난해 투수 친화적인 인터내셔널리그 (트리플 A) 76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318, 출루율 0.411, 13홈런, 55타점, OPS 0.954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2022년 KT 위즈에서 부상으로 방출되기 전까지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준 점도 두산이 기대하는 요소다.
두산은 내부 FA였던 주전 1루수 양석환도 잔류시켰다. 양석환은 계약기간 4+2년, 총액 78억 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베어스 유니폼을 계속 입게 됐다. 김재환-양의지-양석환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 타선을 2024년에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건 또 다른 내부 FA 홍건희를 붙잡는 일이다. 홍건희는 2023 시즌 64경기 61⅔이닝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로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홍건희가 지난해 전반기 36경기 35이닝 3패 1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2.31, 후반기 28경기 26⅔이닝 1승 2패 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05로 성적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분명 두산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홍건희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시즌 동안 리그 전체에서 홍건희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SSG 랜더스 서진용(268⅔이닝)과 KT 위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한 김재윤(259⅔이닝) 두 사람뿐이다.
홍건희는 최근 4시즌 동안 254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 불펜의 기둥 역할을 해줬다. 홍건희가 리그 최정상급 필승조의 성적을 기록한 건 아니지만 홍건희가 없다면 두산 마운드의 무게감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홍건희의 에이전트는 이달 초 두산 구단과 한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오는 29일 호주 시드니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예정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도장을 찍는 게 선수와 팀 입장에서는 최선이다.
이승엽 감독 역시 홍건희의 두산 잔류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올 시즌 필승조 보직은 스프링캠프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홍건희는 분명 필요한 선수라는 입장을 꾸준하게 밝히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홍건희의 FA 계약은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단에서 잘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시즌 중 마무리 투수가 홍건희에서 정철원으로 바뀌었는데 올해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조웅천 1군 메인 투수코치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의논한 뒤 판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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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