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강속구 투수 조던 힉스와 도장을 찍은 가운데, 선발진 보강을 위해 추가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연스럽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힉스와 4년 총액 4400만 달러(약 579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계약에는 투구 이닝에 따른 연간 200만 달러의 퍼포먼스 보너스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월드시리즈 8회 우승(1905, 1921, 1922, 1933, 1954, 2010, 2012, 2014년)에 빛나는 샌프란시스코이지만, 2022년과 2023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지난해 9월 말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고, 2022~2023시즌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았던 멜빈 감독이 올 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이끌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전력 보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올겨울 그 어느 팀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가장 먼저 '바람의 손자' 이정후를 품었다. 지난해 12월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외야진을 보강했다. 팀의 선수층을 감안할 때 이정후가 개막전부터 리드오프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외야수 미치 해니거와 투수 앤서니 데스클라파니를 내주고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좌완투수 로비 레이를 영입함으로써 마운드를 보강했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는 힉스까지 품으면서 속도를 냈다.
201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입성한 힉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으로, 시속 105마일(약 169km)의 공을 두 차례나 던진 바 있다.
힉스는 데뷔 첫 해였던 2018년 73경기 77⅔이닝 3승 4패 평균자책점 3.59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이듬해에는 29경기 28⅔이닝 2승 2패 3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로 데뷔 이후 첫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다. 다만 그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로 인해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건강 문제로 2020시즌 불참을 선언한 힉스는 2021년 10경기 10이닝 평균자책점 5.40의 성적을 남긴 데 이어 2022년 35경기 61⅓이닝 3승 6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4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성적은 65경기 65⅔이닝 3승 9패 13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3.29.
강속구를 보유한 힉스가 위력적인 스위퍼(변형 슬라이더)를 장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MLB.com은 "힉스는 87마일(약 140km)의 스위퍼를 갖게 됐고, 스위퍼에 대한 헛스윙 비율은 59.5%"였다"고 소개했다.
올겨울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등 거물급 FA를 놓친 샌프란시스코는 나름대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계획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로선 선발진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새롭게 합류한 레이는 물론이고 알렉스 콥이 재활 중이기 때문에 시즌 초반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없다. 당장 선발진에 큰 공백이 있는데, 이대로 시즌을 시작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로선 내부 자원에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외부 자원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다루는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이하 MLBTR)'는 "(2022년 선발 경험이 있는) 힉스가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시 구원투수로 돌아가긴 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힉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힉스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선발진에 또 다른 물음표를 추가할 것이다. 베테랑 스윙맨 로스 스트리플링이나 유망주 카일 해리슨 등과 함께 로테이션을 채울 후보로 꼽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가 선발진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로테이션를 보강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콥과 레이가 회복 중이라 시즌이 진행되면서 전력에 가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는 투수진과 라인업 전반에 걸쳐 물음표를 갖고 오프시즌에 돌입했다. 그중에서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며 "검증된 선발투수를 추가로 영입하는 건 예산 내에서 여전히 가능하다. 마이크 클레빈저나 마이클 로렌젠, 류현진 같은 '중간 옵션'이나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와 같은 '톱 티어' 선발투수도 남았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의 이름이 거론된 게 눈길을 끈다.
류현진은 해를 넘기도록 행선지를 찾지 못한 채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가운데서도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7년간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KBO리그 무대를 누빈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대표 명문구단 중 하나인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9시즌 이후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그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갔다.
2013년 빅리그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186경기(선발 185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의 성적은 1055⅓이닝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2022년 6월 부상으로 이탈한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고 1년 2개월 만에 빅리그 무대로 돌아왔고, 지난해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그 덕에 올겨울 FA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류현진과 함께 언급되던 투수들이 하나둘 행선지를 찾았고, 류현진을 영입할 만한 팀으로 여러 팀이 거론됐다. 오타니, 야마모토 영입전에서 고배를 마신 샌프란시스코도 그중 한 팀이었다.
하지만 선발진 보강을 위해 시장에 뛰어든 팀이 하나둘 목표를 이뤘고, 시장이 개장했을 때보다 남은 선발 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빅리그의 문을 두드린 일본인 투수 이마나가 쇼타는 시카고 컵스와 4년 총액 53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또한 '에이스'급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두 명의 좌완투수, 스넬과 몽고메리가 대기 중이다.
냉정하게 현시점에서 류현진의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의 영입을 검토했던 데이비드 스턴스 뉴욕 메츠 사장은 12일 MLB.com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선발투수 보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선발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로렌젠이나 류현진 같은 등급이 낮은 투수들의 경우 몸값이 떨어진다면 그들을 눈여겨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약 MLBTR의 예상대로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올 시즌 볼거리는 더 풍성해진다. 우선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정후와 류현진이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썸킴' 김하성, '극적인 빅리그 진출 성공' 고우석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을 치르게 된다. 야마모토, 오타니의 다저스와의 맞대결도 '흥행 카드'가 될 수 있다.
다만 선택은 류현진의 몫이다. 그는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친정팀' 한화 복귀도 선택지에 포함돼 있다. 빅리그 잔류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던 류현진이 어느 팀에서 2024시즌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