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그를 쫓아낸 스승은 새 팀 이적 소식에 '쿨'했다.
"성공하길 바란다"며 행운을 기원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공격수 산초를 시즌 말까지 임대로 영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산초는 2024년 6월 30일까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산초의 소속팀 맨유 역시 "임대 소식이다. 산초가 도르트문트로 복귀한다. 산초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전 소속팀인 도르트문트에 임대로 합류했다. 도르트문트가 겨울 휴식기 이후 시즌을 준비하게 되면서 산초는 잠시 독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시즌 남은 기간 동안 산초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길 바란다"라며 산초의 도르트문트 임대 소식을 전했고, 산초를 위해 행운을 빌었다.
도르트문트는 친정으로 돌아온 산초를 적극적으로 반겼다.
세바스티안 켈 단장은 "산초는 절대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선수이며, 곧 그가 검은색과 노란색(도르트문트의 유니폼)으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도시, 지그날 이두나 파크, 우리 팬, 그리고 우리 클럽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비록 그가 지난 몇 달 동안 어떤 경쟁적인 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산초가 빨리 우리와 자리를 잡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그의 자질을 활용해 우리의 시즌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산초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초는 "오늘 라커룸에 들어왔을 때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나는 클럽을 잘 알고 있으며, 이곳의 팬들과 항상 친하게 지냈고, 관계자들과 단 한 차례도 연락을 끊은 적이 없다"라며 도르트문트 복귀를 기뻐했다.
이어 "도르트문트 동료들을 다시 만나고, 경기장에 나가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축구를 하고, 득점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산초는 맨체스터 시티 유스 출신이지만, 맨시티가 아닌 도르트문트에서 프로 데뷔했다. 약 4년 동안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재능을 만개하며 이름을 알린 산초는 맨유의 러브콜을 수락해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PL) 무대에 도전했다.
하지만 산초는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과는 달리 PL에서 고전했다. 팬들은 산초가 도르트문트에서 보여주던 드리블 돌파와 창의적인 패스는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부진이 이어지자 산초 본인의 자신감도 하락했다. 결국 부진을 떨쳐내지 못한 산초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이는 산초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빠트렸다.
당시 맨유의 에릭 턴 하흐 감독은 산초가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턴 하흐 감독은 산초가 네덜란드에서 심리치료와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인들을 연결시켜줬다. 시즌이 재개된 뒤에도 턴 하흐 감독은 산초가 컨디션을 완벽하게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턴 하흐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초는 부활에 실패했다.
이미 산초를 향한 팬들의 여론은 싸늘해진 상황. 이런 상황에 산초가 턴 하흐에게 항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9월이었다. 당시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배한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턴 하흐 감독은 미디어로부터 산초를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턴 하흐 감독은 산초가 훈련장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산초를 아스널전 명단에서 제외했다며 산초를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산초가 SNS로 턴 하흐 감독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 산초는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난 오랫동안 팀에서 희생양이 됐다"라며 턴 하흐 감독이 자신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산초는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동안 턴 하흐 감독이 산초의 부활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오 퍼디난드, 게리 네빌 등 맨유 출신 레전드를 포함한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 모두 산초를 비판했다.
긴장된 상황이 지속되자 턴 하흐 감독은 산초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산초가 이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산초의 태도에 산초를 설득하던 맨유 동료들도 질렸고, 팬들 사이에서도 팀의 분위기를 해치는 산초를 하루빨리 처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턴 하흐 감독도 결국 칼을 들었다. 턴 하흐 감독은 산초에게 1군 훈련 시설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산초는 맨유의 1군 훈련장인 캐링턴 훈련장의 모든 시설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데다, 식사도 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초는 8월 말을 끝으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 이적시장 기간이 다가왔고, 산초는 맨유를 떠나기 위해 도르트문트 복귀를 추진한 끝에 도르트문트 이적에 근접했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로 거액에 팔 거란 얘기도 있었으나 '오일머니' 중동 구단도 산초의 몸 상태를 확신하지 못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10일 "산초의 도르트문트 복귀가 가까워졌다. 도르트문트는 산초가 임대 이적을 앞두고 수요일에 독일에 도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초는 현재 도르트문트 복귀 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로, 구매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임대 계약에 대한 최종 서류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국 임대가 성사됐고, 완전 이적 옵션은 빠졌다.
그런 가운데 그를 쫓아낸 턴 하흐 감독은 산초의 행운을 빌었다.
맨유는 15일 오전 1시30분 토트넘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턴 하흐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산초 관련 질문을 받자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게 내가 해줄 말의 전부다. 잘 지내고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선 산초가 임대를 마치고 돌아오면 턴하흐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할 만큼 턴하흐의 거취도 만만하지 않다. 둘이 올여름 재회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됐다.
사진=도르트문트,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