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SSG 랜더스는 최근 수년간 좌완 불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팀 중 하나다. 팀의 핵심 불펜투수였던 김태훈은 현역 생활을 마감했고, 2022년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김택형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월 16일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지난 시즌 '1983년생' 베테랑 고효준이 무려 73경기에 등판했고, 30대 중반에 다다른 '1989년생' 임준섭(41경기)도 적잖은 경기를 소화했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2023시즌 1군에서 20경기 이상 등판한 좌완 불펜투수는 백승건(25경기) 단 한 명뿐이었다.
SSG는 올겨울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리모델링'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좌완 불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 중에서 누군가 치고 올라올 수만 있다면 팀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더 나은 2024시즌을 꿈꾸고 있는 한두솔도 그중 한 명이다.
1997년 1월에 태어난 한두솔은 광주수창초-진흥중-광주제일고를 거쳐 일본 오샤이 리세이샤 전문대학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2018년 KT 위즈의 부름을 받아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성했지만, KT 유니폼을 입고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2018년 말 방출 통보를 받았다. KT 시절 퓨처스리그 통산 성적은 45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4.45.
이후 군입대를 택한 한두솔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마침내 2021년 6월 입단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SSG 입단을 확정했다. 당시 SSG는 "한두솔은 좌완 투수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팀 투수진 뎁스 강화를 위해 영입을 결정했다. 140km/h 중반대의 직구 스피드가 우수하고 슬라이더의 구속 및 제구가 양호하다. 여기에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공백기가 길었던 한두솔은 2021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고, 이듬해 1군에서 기회를 받았다. 다만 2022시즌 1군 성적은 8경기 5⅓이닝 평균자책점 16.88로 다소 부진한 편이었다. 지난해 1군 성적은 1경기 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이 전부다. 결과적으로 최근 두 시즌 동안 한두솔은 이렇다 할 활약 없이 2군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2023년을 뒤로하고 새 시즌을 준비 중인 한두솔은 최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나 "웨이트 트레이닝, 민첩성 및 가동성 훈련을 하고 있고 캐치볼도 하는 중"이라며 "매년 중요했지만, 올핸 더 중요한 해라고 생각해 운동량도 더 늘렸다. 필요한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한두솔은 지난해 4월 12일 왼쪽 어깨 염증으로 2군에 내려간 '베테랑' 대신 1군 엔트리에 올라왔다. 하지만 4월 16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1이닝을 소화한 뒤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고, 더 이상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그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말소된 게 아쉬웠다. 아무래도 2군과 1군 구장 자체가 다르다 보니까 1군 구장에 적응하지 못했다. 올핸 계속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준수한 편이었다. 2022년 28경기 31이닝 1승 1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74, 지난해 40경기 46⅓이닝 3승 4패 8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72로 볼넷 개수는 각각 2022년 10개, 2023년 12개였다. 그 덕에 한두솔은 지난해 12월 '2023 마구마구 리얼글러브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류호승, 이정범과 함께 SSG 퓨처스리그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1군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조급함과 부담감이 컸다. 한두솔은 "지난해 2군에서 좋았던 건 볼 스피드가 잘 나왔고 제구가 잘 돼서 그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재작년보다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만족했다"면서도 "1군에서 아쉬웠던 건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무조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혼자만의 부담감 때문에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다. (좌완 불펜이 부족한 팀 사정을 의식한 것도) 있었다. 노력한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됐는데, 다른 생각을 갖고 하다 보니까 그게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한두솔은 프로 미지명, 입단 후 방출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눈에 띄는 이력은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것이었다. 한두솔은 "(KBO리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뒤 한국 대학도 좋지만 일본에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본에 가게 됐고,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일본어를 많이 배웠고, 그게 장점이 된 것 같다(웃음).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야구를 했다. 야구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도 배웠다"고 말했다.
이제 한두솔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시즌을 맞이하려고 한다. 그는 "변화구를 확실하게 던질 수 있다. 슬라이더가 가장 자신있고, 체인지업도 연습 중"이라며 "상황이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적어도 10개의 공 중에서 7개 정도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 하나 하나 생각하면서 던져야 할 것 같다. 캐치볼을 할 때도 항상 신경을 쓴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던 한두솔은 "(박)종훈이 형이 수술한 뒤 강화(2군 숙소)에 계셨는데, 그때 방에 찾아가 항상 내게 필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최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운동하면서도 (문)승원이 형이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며 "내가 볼넷 때문에 한창 고민할 때 종훈이 형이 '볼넷이 없으면 경기가 안 된다'고 하더라. 장난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을지는 몰라도 볼넷 줘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던 게 힘이 됐고, 그 뒤로는 볼넷이 줄어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한두솔은 "마인드를 많이 바꾸기 위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반드시 좋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이전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은 노력의 대가를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운동하니까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팀에 어필하고 싶은 부분은 계속 1군에서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라고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