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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관심 매우 크다"…자신감 드러낸 '악마의 에이전트', 올해도 RYU MLB 뛸까

기사입력 2024.01.03 08:49 / 기사수정 2024.01.03 08:49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선수들이 하나둘 행선지를 확정한 가운데, 해를 넘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2006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6년 30경기 201⅔이닝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좌완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2년 차인 2007년 30경기 211이닝 17승 7패 평균자책점 2.94로 호투를 펼친 데 이어 이듬해에는 26경기 165⅔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1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의 9전 전승 금메달에 기여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2009년 28경기 189⅓이닝 13승 12패 평균자책점 3.57, 2010년 25경기 192⅔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로 자신의 가치를 더 끌어올렸다. 2011년 24경기 126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고, 2012년 27경기 182⅔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 도전에 나섰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대표 명문구단 중 하나인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류현진은 2013년 30경기 192이닝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했다. 많은 승리를 챙긴 것도 중요했지만, 내용 면에서 크게 흠 잡을 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덕분에 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4위를 차지했다.

단 한 시즌 만에 다저스의 핵심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류현진은 빅리그 2년 차인 2014년 26경기 152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했다. 그렇게 류현진의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듯했다.



빅리그 데뷔 후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온 건 2015년 5월이었다. 류현진은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으면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이듬해에는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로 자리를 비우면서 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매 시즌 많은 이닝을 책임졌던 류현진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2017년 25경기 126⅔이닝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 2018년 15경기 82⅓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더니 2019년 29경기 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빅리그 데뷔 이후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은 FA 자격을 취득하기 직전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마운드 보강을 원하는 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2019년 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익숙했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떠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새롭게 도전에 나서게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기대와 달리 첫 시즌부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일정이 단축됐고, 토론토는 로저스센터가 아닌 임시 홈구장에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던 류현진으로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류현진은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경기 외적인 변수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1년에는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두 시즌 만에 10승 투수가 됐다. 시즌 중에는 이적 후 처음으로 로저스센터 마운드에 오르며 홈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22시즌이 한창이던 6월 2일(이하 한국시간), 또 한 번 류현진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6월 2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 이후 팔꿈치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됐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의 특성상 복귀까지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회복세에 따라서 복귀 시점이 빨라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하지만, 2023시즌 개막전에 맞춰 돌아오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할 때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성공적으로 복귀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미국 매체 '스포르팅 뉴스'는 "류현진은 선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다. 만약 토미존 수술을 받는다면 내년 시즌 복귀는 어렵다"고 전망했고, 캐나다 매체 CBC는 "류현진이 2023시즌까지 뛰지 못하면 대다수 팀들은 그와 계약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은퇴를 예견하긴 어렵지만, 대다수 팀은 위험 요소를 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구단과 팬들 모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복귀를 향한 류현진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2022년 12월 미국 출국에 앞서 복귀 시점을 2023년 7월로 잡았고, 6월부터 재활 경기에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술 이후 차근차근 재활 과정을 밟는가 하면,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체중 관리를 위해 야식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불펜피칭을 시작한 류현진은 6월 라이브 피칭에 이어 7월에는 네 차례의 재활 등판까지 소화했다. 앞선 세 차례의 등판에서는 42개, 37개, 66개로 투구수를 점차 늘렸고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22일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전에서는 6이닝 85구를 소화했다. 수술 이후 최다 투구수였다. 또한 류현진은 직구 최고 구속을 시속 90.8마일(약 146km)까지 끌어올리며 구위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25일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의 합류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구단은 당장 류현진을 실전에서 선발로 기용하지 않았다. 다만 27일 불펜피칭으로 컨디션을 점검했고, 구단은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류현진을 선발로 내보내기로 최종 결정했다.

수술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2022년 6월 2일 이후 정확히 1년 2개월이 지난 2023년 8월 2일, 마침내 류현진이 마운드로 향했다. 볼티모어를 상대로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패전을 떠안았기는 했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서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첫 등판에서 승리를 수확하지 못한 류현진은 8월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이닝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만 4회말 2사 1루에서 오스카 곤잘레스의 강습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고 쓰러지면서 교체됐고, 그러면서 시즌 첫 승을 또 미뤄야 했다.

큰 부상을 면한 류현진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8월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최종 성적은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 팀의 11-4 승리를 견인한 류현진은 2022년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무려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류현진을 기다려왔던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정말 놀랍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선수다. 강한 타구를 억제할 줄 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또 "(류현진이 부상 전) 보여줬던 모습을 복귀 후 3경기에서 재현했다. 그 나이에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은데 류현진에게는 쉬운 일처럼 보인다"고 류현진의 호투에 박수를 보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첫 승리를 거뒀고, 이번 경기를 통해 확신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치켜세웠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토론토 담당기자 키건 매더슨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류현진은 견고했고, '류현진다운' 등판이었다. 5선발로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줬다"고 류현진의 세 번째 등판을 평가했다.

류현진은 8월 21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면서 2경기 연속으로 선발승을 챙겼고, 27일 클리블랜드전에서 5이닝 4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또 한 번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의 8월 성적은 5경기 24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구속은 줄었지만, 류현진 특유의 정교한 제구가 돋보였다. '토론토선'은 클리블랜드전 이후 "절묘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주목했고, 슈나이더 감독은 "(류현진은) 기술이 뛰어난 베테랑 좌완투수다. 제구력이 정확하고 몸쪽과 바깥쪽을 모두 공략하는 그의 모습은 최근 전형적인 투수의 모습과 거리가 멀지만, 류현진은 그런 투구 방식으로 선수 생활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다.



다만 9월 들어 류현진의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는 9월 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승패 없이 경기를 마쳤고, 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9월 13일 맥스 슈어저와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는 부상 복귀 이후 처음으로 6이닝을 던지고도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피할 수 없었다. 또 류현진은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23일과 30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 내려왔다. 23일 탬파베이전의 경우 한 경기에 무려 3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결국 정규시즌 막바지에 부진했던 류현진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고, 더 이상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류현진과 토론토의 4년 동행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2023시즌 최종 성적은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

'자유의 몸'이 된 류현진은 고민에 빠졌다. 빅리그에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캐나다 현지 매체 '스포츠넷'의 벤 니콜슨-스미스는 지난해 10월 5일 브랜든 벨트, 맷 채프먼 등 토론토의 FA 선수들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던 중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알렸다.




10월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류현진은 "재활을 위해 12월에 출국했을 때 '후반기에 복귀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그걸 지킨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 평가보다는 일단 복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구속이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뒤 "아직까진 뭐라고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시간이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류현진은 빅리그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구단들의 조건 제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충분한 이야기가 있다면 메이저리그에 잔류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말씀드린 것처럼 시간이 좀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류현진이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2023년 11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된 단장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라스는 FA 자격을 취득한 류현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빅리그 팀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류현진의 빅리그 잔류 가능성을 나타냈다.




올겨울 빅리그에 입성한 이정후를 비롯해 많은 한국인 선수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던 보라스는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린다. 보라스는 그동안 자신의 '고객'이 된 선수들에 대해 대형 계약을 따냈고, 그만큼 선수 입장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전트다.

2000년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텍사스의 5년 총액 6500만 달러 계약, '추추트레인'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 1억 3000만 달러 계약,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다저스의 6년 3600만 달러 계약도 보라스의 몫이었다. 빅리그 진출 이후 첫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이 2019년 말 4년 8000만 달러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할 때도 보라스의 공이 컸다.

이전 두 차례의 계약과 달리 류현진은 해를 넘길 때까지 행선지를 정하지 못했지만, 최고 수준의 선발 자원이 시장에 쏟아진 가운데서도 류현진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행을 확정한 지난해 12월부터 FA 시장의 움직임이 서서히 빨라졌고, 루카스 지올리토와 프랭키 몬타스 등 류현진과 함께 거론되던 투수들이 하나둘 팀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 현지 언론은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등을 류현진과 어울릴 만한 팀으로 꼽고 있다. 현재 FA 시장에 남은 선수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류현진을 비롯한 중간 옵션의 선발투수들을 소개한 MLB.com은 2일 "이미 투수 영입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몇 가지의 중간 옵션이 남아있다"며 "가장 매력적인 선수는 아닐 수 있어도 선발 로테이션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는 투수들"이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경험과 이닝 소화 능력이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 합류 등 원활한 시즌 준비를 위해선 늦어도 1월 중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류현진이다. '친정팀' 한화 리턴과 빅리그 잔류라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인 그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2024시즌을 맞이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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