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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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가수 임영웅

기사입력 2024.01.01 09:00 / 기사수정 2024.01.01 15:28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스포츠, 이스포츠, 게임, 연극, 뮤지컬, 영화, IT 등 분야를 불문하고 현대의 많은 산업은 팬덤 비즈니스로 돌아가고 있다.

멤버십, 한정 굿즈, 다회차 관람 이벤트, 팬클럽 선예매 등을 팬덤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으며, 이런 것들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업계 혹은 업체가 몇 곳이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비즈니스들이 고도화되면서 지갑을 여는 이들을 향한 '배반'도 무척 자주 보인다. 이 역시 업계와 분야 불문으로, 게임 팬들 상대로 얼리억세스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변명할 수 없는(혹은 의도적으로) '망작'(망한 작품)을 내놓는 게임사, 만족도가 낮은 자리도 고급 좌석으로 분류하는 연극&뮤지컬계의 '색칠놀이', 높은 가격 대비 품질이 낮은 K-POP 아이돌 굿즈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질 낮은 상품 내놓고 소비자들 상대로 오히려 훈계하고, 손해를 본 소비자들을 '헤이터'로 규정해 몰아세우며, 구매자들을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롱하는 등 비즈니스의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이 하루가 멀다고 관찰된다. 판매자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의 지형과 토질에 대한 이해도가 있긴 한지 의구심이 들 정도.

그리고 임영웅은 위와 같은 '의구심'의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23년의 임영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맛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일할 맛 나는 사람, 돈 쓸 맛 나는 사람, 공연 볼 맛 나는 사람, 인정할 맛 나는 사람, 선행할 맛 나게 하는 사람.

그리고 지난해 유독 두드러지는 부분이 '인정할 맛'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인정이란 팬이 '아닌'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을 말한다. 팬이 아닌 사람조차도 미소 지으면서 그 성공을 인정할 '맛'이 나는 존재.

평소 축구를 사랑하기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실제로 K리그 경기 축하 무대에 올랐다. 그는 축구인답게 잔디 보호를 위해 축구화를 신고 무대를 했고, 팬들에게 멋진 관람 매너도 당부했다. 해당 경기 이후 K리그 팬들의 호평이 이어졌음은 물론.(참고자료①)

2023년 그는 "부모님 건강검진 좀 받게 해달라"라는 '영웅시대' 자녀들의 부탁을 듣고 실제로 '영웅시대'에게 건강검진을 당부했다. 그리고 자녀들 말은 듣지 않던 영웅시대들이 '우리 영웅이' 말 듣고 기꺼이 건강검진을 받았다.(참고자료②)

2022년에도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임영웅의 전국투어 'I'm HERO'는 2023년에 더 많은 극찬을 받았다. 관람객들을 위한 대기실 준비, 넉넉한 화장실, 아낌없는 무대 설비 투자 등은 '영웅시대'보다 다른 팬들 사이에서 더 화제가 됐다(참고자료③).

이러한 호평을 뒷받침하는 것이 일할 맛. 약 1년 전에 작성한 "임영웅, 가수의 높이는 깊이로 완성된다"(참고자료④)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비스의 질은 '일하는 사람의 행복도'와 비례한다. 일하는 사람이 일하면서 행복해하지 않으면 자연히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고 배려의 폭은 좁아진다. 팬들이 공연장에서 많은 배려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근무자들도 충분한 배려(급여, 감정적 배려 등)를 받았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팬 활동은 '감정의 충만함'에 기반하며, 위와 같은 사례들은 그 감정을 한껏 충전하게 만든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영웅시대'는 (가수 본인 포함) 전국 각지 다양한 곳에서 기부를 하고 봉사를 했는데(참고자료⑤), 임영웅으로부터 지속해서 '선행할 맛'을 충전 받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전국 단위 나눔과 봉사는 못 했으리라.

누군가는 임영웅 콘서트의 높은 서비스에 대해 "그저 돈이 많아서"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건 반만 맞는 이야기다. 물론 화제가 된 배려들이 돈이 드는 건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

임영웅과 물고기뮤직이 돈을 본격적으로 많이 벌기 시작한 것은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한 2020년부터이고, 수익을 온전히 본인들이 가져간 건 TV조선(뉴에라프로젝트)과 계약이 종료된 2021년 9월 이후부터(참고자료⑥)다. 회사를 지금처럼 운영한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업력이 길고, 체급이 크고, 축적한 누적 자본이 많은 기획사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심지어 어떤 측면에선 상회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데, 이걸 단순히 "돈이 많아서"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시장 위에 선 인간은 많은 경우 생존 가치와 생존 논리 사이에서 줄타기하게 된다. '생존 가치'란 내가 이곳에 왜 존재해야 하냐는 증명의 문제, '생존 논리'는 내가 딛고 있는 땅에서 어떻게 흑자를 낼 것이냐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아쉽게도, 이 둘은 한 몸이 아니다.

'생존 가치'를 차고 넘치게 증명했어도 '생존 논리'를 구축하지 못해 아쉽게 꿈을 접는 경우가 있고, '생존 논리'가 너무 지나쳐서 '생존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가요계에서도 이 두 가지에 해당하는 사례를 숱하게 볼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당연히 '맛'이 떨어진다.

연말연시가 되면 연예․문화계도 다른 곳들처럼 "1년 동안 우리 이만큼 잘했다"라고 자기 자랑을 한다. 특히 K-POP 업계에서는 정량적 성과를 좀 더 많이 강조한다. 어떤 상을 얼마나 많이 받았나, 앨범을 얼마나 많이 팔았나,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나 등등. 

이 모든 것은 실제로도 중요하고, 글의 주인공 임영웅도 이런 정량적 성과를 충분히 냈다.(참고자료⑦) 한국 한정으로는 임영웅보다 더 강력한 생존 논리를 구축한 가수 자체가 몇 명 없으리라.

하지만 이런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임영웅이 2023년에 보여준 '생존 가치'만 논해도 우리는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사람이 타인을 인정할 때 주로 보는 것은 결국 '생존 가치'이며, 그것이 넘쳐흘러 나한테도 와닿는 부분이 생길 때 '인정할 맛'을 생긴다. 그런 측면에서, 임영웅은 충분히 '맛'있는 가수다.

참고자료 및 출처
 
①임영웅 뜨자 K리그 최다관중 신기록…승리+응원매너까지 '만점'(스포티비뉴스 / 2023.04.19)

②"건강검진 잘 받으세요" 임영웅 덕에 암 조기발견… 대장내시경 언제 받아야?(헬스조선 / 2023.12.15)

③임영웅, K팝 팬들 입 벌어지게 한 '팬사랑'…뭐길래? [엑's 이슈](엑스포츠뉴스/ 2023.11.01)

④'IM HERO' 임영웅, 가수의 높이는 깊이로 완성된다(엑스포츠뉴스 / 2022.12.31) 

⑤수해 피해 총 6억 기부…임영웅+영웅시대, 기부금 30억 돌파(머니투데이 / 2023.07.21)

⑥뉴에라프로젝트 측 "'미스터트롯' TOP6와 매니지먼트 계약 종료, 협력관계 유지할 것"(뉴스엔 / 2021.09.13)

⑦임영웅 콘서트 매진, 1분 만에 370만 명 몰렸다…역대 최대 트래픽 '서버 마비'(SBS뉴스 / 2023.09.15)
임영웅·영웅시대 함께 해냈다…'2023 AAA' 대상+5관왕(서울경제 / 2023.12.14.)
"임영웅, 매달 40억↑ 통장에 꽂힌다"…유튜브도 접수한 영웅시대(머니투데이 / 2023.05.09)
2023년 올해를 빛낸 가수와 가요 - 최근 17년간 추이 포함(한국갤럽 / 2023.12.04)

사진 = 물고기뮤직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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