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2023년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으나 그의 업적에 물음표가 붙었다.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31일(한국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23년을 득점왕으로 마쳤지만 사우디 프로리그 골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31일 사우디아라비아 부라이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19라운드 알타아원과의 원정경기에서 쐐기골을 터트리며 4-1 압승을 이끌었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팀이 3-1로 앞서 있던 중 후반 추가시간 헤더 득점을 터트리며 이번 시즌 리그 20호골을 달성했다. 호날두 득점에 힘입어 알나스르는 승점을 46(15승1무3패)으로 늘려 선두 알힐랄(승점 53)과 승점 차이를 7점으로 유지한 채 2위로 2023년을 마무리했다.
알타아원 추가골은 호날두에게 1골 이상의 의미를 줬다. 이날 골맛을 보면서 호날두는 올 한 해 동안 터트린 공식 득점이 54골이 되면서 2023년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
호날두는 2023년 한 해 동안 사우디 프로리그에서 34골, 컵대회에서 1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골, 아랍 클럽챔피언스컵에서 6골을 넣었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에선 10골을 기록해 A매치 통산 득점을 128골로 늘렸다.
호날두 다음으로 2023년에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52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킬리안 음바페(PSG)였고,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50골로 4위에 위치했다.
호날두는 지난 27일 리그 18라운드 알이티하드전에서 2골을 터트려 5-2 대승을 이끌면서 일찍이 2023년 득점왕을 확정했다. 호날두가 공식전 53골을 기록하는 동안 케인과 음바페는 겨울 휴식기를 맞이해 뛸 수 있는 경기가 없어 호날두를 추월하는 게 불가능했다.
경기가 끝나고 호날두는 사우디 'SSC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기쁘다.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좋은 한 해였다"라며 "난 정말 많은 골을 넣었고, 알나스르와 국가대표팀에 많은 도움을 줬다. 정말 기분이 좋고 행복해서 내년에도 다시 해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호날두가 1년 동안 50골이 넘는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했지만 그를 최다 득점자로 인정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들이 호날두 득점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득점 대다수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시아 무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호날두의 54골 중 44골이 알나스르 소속으로 기록한 득점이다.
물론 사우디 리그이지만 1985년생으로 만 38세인 호날두가 여전한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일부 팬들은 유럽 최상위 레벨에서 뛰고 있는 케인, 음바페, 홀란을 제치고 호날두가 2023년 득점왕에 올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CBS 스포츠'도 사우디 리그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호날두 득점 기록에 의문을 제기했다. 매체는 최근 사우디 프로리그가 소수의 팀이 리그를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1976년에 겨우 설립된 사우디 프로리그는 처음에 8개 팀으로 시작해 현재 18개 클럽으로 늘렸지만 상위 팀과 하위 팀 간의 격차는 커졌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리그 창립 멤버 중 4팀(알아흘리, 알이티하드, 알힐랄, 알나스르)을 장악해, 그들이 사디오 마네와 카림 벤제마와 같은 선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PIF는 자국 프로축구 리그 부흥을 목표로 호날두와 같은 스타 선수 영입 등 아낌없는 투자를 장려하겠다며 지난 6월 4팀의 지분 75%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그들은 엄청난 자본력에 힘입어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네이마르(알힐랄), 사디오 마네(알나스르) 등과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했다.
이어 "이는 본질적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4개의 슈퍼 팀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리그 상위 6팀 중 3팀이 PIF 소유이며, 이 중 두 팀(알힐랄, 알나스르)은 지난 18경기에서 50골을 넘게 터트렸다"라고 덧붙였다.
또 "호날두를 포함해 리그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5명의 선수 중 4명이 PIF 소유 클럽에서 뛰고 있다"라며 소수의 클럽이 지배하는 리그에서 많은 골을 터트린 호날두는 유럽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과 비교하는 게 옳은지 물음표를 제기했다.
물론 케인과 음바페가 뛰고 있는 뮌헨과 PSG는 각각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1 최강팀으로 분류되지만, 그들은 리그뿐만 아니라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뛰고 있어 호날두의 득점 기록에 대한 논란은 쉬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했는지 호날두는 눈부신 한 해를 보냈음에도 2023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포르투갈 '아 볼라'는 지난 29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발표를 인용해 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영예의 선수 10명의 면면을 공개했다. 1위는 홀란, 2위는 음바페, 3위는 미국 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 중인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 리오넬 메시였다. 홀란은 총 208점을 얻었고, 음바페와 메시는 각각 105점, 85점을 받았다.
호날두는 없었다. IFFHS 발표에 따르면 호날두는 이탈리아 인터 밀란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려 11위에 자리했다. 호날두는 6점을 받았고, 마르티네스는 7점을 획득해 10위가 됐다.
기대 이하의 결과 속 호날두는 '아 볼라'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눈물을 흘리며 웃는 이모티콘 3개와 원숭이가 눈을 가리는 듯한 이모티콘을 적으며 IFFHS의 발표를 웃어넘겼다.
사진=연합뉴스, 로마노, 아 볼라, 호날두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