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부단한 노력 끝에 스스로 물음표를 지워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손꼽히는 선수로 거듭났다. '어썸(awesome·놀라운) 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이야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5일(한국시간) 올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 8명을 선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시즌에도 몇몇 선수가 부인할 수 없는 활약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렸다"고 운을 띄웠다.
김하성을 4번째로 소개했다. MLB닷컴은 "김하성은 2022시즌 뛰어난 수비력으로 샌디에이고의 많은 내야진 중 주전을 차지했다. 오프시즌 샌디에이고가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해 2023시즌 전망은 불확실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하성은 팀 내 경쟁에서 승리해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개인 첫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며 "올해 출루율(0.351)을 지난해(0.325)보다 끌어올렸다. 도루 개수는 12개에서 38개(메이저리그 7위)로 늘렸다. 샌디에이고의 실망스러운 시즌 마무리에도 김하성은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득표에 성공했다"고 극찬했다.
3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김하성은 2014년 KBO리그에서 데뷔해 2020년까지 키움 히어로즈의 주축으로 뛰었다. 2020시즌 종료 후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365억원),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08억원)의 조건에 계약을 마쳤다.
빅리그 첫해였던 2021시즌엔 고전했다. 수비와 주루에선 가치를 입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내야 멀티플레이어로 유격수, 3루수, 2루수를 오갔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117경기서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22에 그쳤다.
올 시즌 종료 후 김하성은 당시를 회상하며 "큰 실패를 맛봤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계속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만 생각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래로 떨어질 때 감당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주저앉을 순 없었다. 김하성은 훈련량을 늘렸다. 어떻게 해야 빠른 공을 칠 수 있을지, 어떤 방법을 써야 더 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타격이 많이 무너진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일단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기계의 공을 시속 160km로 설정하고 계속 쳤다"고 전했다. 고된 훈련에 엄지손가락이 붓는 등 아픔도 있었으나 감내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해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150경기서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OPS 0.708로 성장 곡선을 그렸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값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샌디에이고는 자유계약(FA) 시장서 리그 대표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했다.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다시 포지션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지만 금세 받아들였다. 구단에 "포지션보다 출전 시간이 더 중요하다. 어느 자리든 나가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김하성은 2루수로 856⅔이닝, 3루수로 253⅓이닝, 유격수로 153⅓이닝을 책임졌다.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했다. 타격에서도 한 단계 더 발전했다. 1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OPS 0.749를 만들었다. 샌디에이고는 82승80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김하성은 빛을 냈다.
시즌 종료 후 김하성은 쾌거를 이뤘다.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선수이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선 10위표 5장을 받으며 공동 15위에 올랐다. 앞서 MVP 투표에서 득표한 한국 선수는 추신수와 류현진뿐이었다. 김하성이 세 번째로 기쁨을 누렸다. 또한 김하성은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주는 상인 실버슬러거 후보에도 들었다. 수상 불발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하성은 "빅리그 첫해엔 모든 게 다 어려웠다. 매일이 새롭고, 다음 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경험이 쌓이면 편해지는 듯하다. 이제 3년째라 대략적으론 다 안다"고 덧붙였다.
보람찼던 2023시즌을 뒤로하고 일찌감치 다음 시즌 청사진을 그렸다. 김하성은 "올 시즌 마지막 한 달이 많이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끝까지 버틸 수 있게끔 잘 준비해야 한다"며 "내년엔 더 강한 타구를 날리는 데 집중할 것이다. 아직 타격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 꾸준히 노력하고 땀 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배들이 다 닦아놓은 길을 내가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후배들도 조금 더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내가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하성의 2024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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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