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이 2023/24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크로스로 시즌 2호 도움을 올린 가운데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도 쾌승을 거두고 1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이강인은 21일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에서 열린 2023/24 프랑스 리그1 FC메스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3분 0-0 균형을 깨는 비티냐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지난 7월 프랑스 최고 명문 PSG와 계약한 뒤 터진 이강인의 두 번째 어시스트다. 이강인은 앞서 지난 10월 29일 열린 리그1 10라운드 브레스트와의 원정 경기(PSG 3-2 승)에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전반 28분 음바페의 2-0 리드골을 도우며 PSG에서의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어시스트가 잠잠했으나 53일 만에 메스전에서 2호 도움을 챙겼다.
PSG 역시 간판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올시즌 17~18번째 득점을 연달아 폭발한 것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PSG는 이날 승리를 통해 12승 4무 1패(승점 40)를 기록, 승점 35인 2위 니스를 5점 차로 제치며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위로 중하위권까지 밀렸던 메스는 승점 16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순위도 그대로 14위가 됐다.
PSG를 이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날 백4가 아닌 3-4-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를 골문 앞에 세웠다. 백3엔 마르키뇨스, 밀란 슈크리니아르, 다닐루를 집어넣었으며 미드필더 4명으론 마누엘 우가르테,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메리, 이강인이 선택받았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랭달 콜로-무아니, 음바페가 스리톱에 나섰다.
원정팀 메스는 알렉산드르 우키디아가 문지기로 나섰으며, 백4엔 마티유 우돌, 크리스토프 에렐레, 이스마엘 트라오레, 조세프 은두키디가 포진했다. 중원은 단레이 장-자크, 케빈 은도람, 하비브 마이가로 짜여졌다. 스리톱은 셰이크 사발리, 케빈 판 덴 케르코프가 낙점됐다.
이강인은 메스전을 앞두고 일부 프랑스 매체의 괴롭힘 수준의 혹평을 들었으나 엔리케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랭스전부터 공식전 7경기 연속, 리그1으로 한정하면 5경기 연속 선발 출격하게 됐다.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의 믿음대로 가운데와 측면을 두루 누비면서 PSG 공격의 출발점이 됐다. 전반 8분 동료 선수들과 짧은 패스를 유기적으로 펼친 끝에 비티냐의 첫 슈팅까지 이끌어낸 이강인은 전반 12분엔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구사, 음바페가 이를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연결하는 듯 했으나 상대 골키퍼가 먼저 잡아냈다. 주심은 이 때 음바페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전반 18분엔 바르콜라가 페널티지역 왼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반대편으로 패스했으나 콜로-무아니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이후에도 상대의 밀집 수비를 개인기로 풀어가다가 막히는 등 답답한 양상을 보이던 PSG 공격은 전반 31분 이강인이 왼쪽 측면 돌파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면서 모처럼 활로를 뚫기 시작했다.
전반 34분엔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음바페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찼으나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A매치에서 물이 오른 이강인에게 왼발 킥을 차게 놔뒀으면 하는 마음이 들 만큼 허무한 킥이었다.
오히려 전반 42분엔 상대에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허용했으나 문전에서 슈크리니아르가 안전하게 걷어내 원정팀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하게 했다. 이어지는 코너킥도 큰 위력은 없었다.
PSG 공격은 전반 만큼은 형편 없었다. 볼점유율 80%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나 슈팅 수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상대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유효슈팅도 하나 뿐이었다. 패스성공률이 93%에 달했으나 대부분 수비 진영에서 상대의 빈 틈을 노리기 위한 쉬운 패스 등이 많았다. 코너킥도 2개에 불과했다. 코너킥은 이강인이 모두 찼다.
결국 이강인이 해냈다. 후반 초반 터진 PSG 선제골을 이른바 '택배 크로스'로 도우면서 답답했던 공격을 확 뚫었다.
후반 3분 천천히 전진하던 미드필더 자이르-에메리가 중원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던 이강인에게 패스했고 이강인은 상대 마크맨을 페인트로 따돌린 뒤 휘어져 올라가는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쐈다. 이를 골지역 부근에서 비티냐가 상대 수비를 달고 들어가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골망을 출렁이는 시원한 골이 터졌다.
이강인의 크로스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PSG의 전체적인 공격이 답답했으나 이강인 컨디션은 상당히 괜찮았기 때문이다. 득점 순간 탁월한 크로스를 통해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이강인은 후반 8분에도 비슷한 크로스를 콜로-무아니에 전달하는 등 잘 버티던 메스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세가 살아난 PSG는 해결사 음바페가 환상적인 골로 이날 경기 추가골이자 결승포를 터트리며 메스를 와르르 붕괴시켰다. 후반 15분 비티냐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아크 왼쪽 페널티지역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는데 이게 골문 앞에서 각도가 확 꺾이며 골망을 출렁였다. 음바페는 이날 득점으로 이번 시즌 리그1 시즌 17호골을 폭발하며 득점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메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후반 27분 우돌이 기습 공격 때 한 골을 만회하면서 PSG를 긴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PSG가 아니었다.
PSG는 후반 38분 음바페가 상대 수비의 패스미스를 가로챈 뒤 우키디아 골키퍼까지 제쳤다. 텅 빈 골문에 볼을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음바페의 시즌 18호골이 터졌다. 경기는 음바페의 이 골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강인은 이날 공격 전지역을 두루 누비면서 어시스트 외에도 PSG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전반엔 왼쪽 측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더니 후반엔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해 '반댓발 윙어'의 위력을 과시했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세차게 내렸지만 이강인의 질주를 막진 못했다.
메스전 직후 엔리케 감독은 다시 한 번 이강인을 극찬하며 왜 그를 계속 선발로 기용하는지 이유를 알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팀과 나 사이 관계는 매우 좋다. 난 요구 사항이 많고, 아직 만족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가 이런 발전을 계속해서 모든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기 원한다"고 했다.
3주간 겨울 휴가 갖는 것에 대해선 "휴가는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지시한 프로그램이나 계획은 없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선수들에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강인 질문도 나왔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그런 결정적인 패스를 쉽게 한다"며 "선수들 수준도 수준이지만, 내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다재다능함이다. 이강인은 어디서든 뛸 수 있는 선수다. 오늘은 라인 사이에서 시작했지만, 오른쪽 공간을 확보하길 원했다. 더 많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라며 이강인의 활약을 칭찬했다.
이강인은 이날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를 가리지 않고 다부지게 뛰어다녔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 입단 직후부터 그의 멀티플레이어 자질을 극찬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PSG가 전북 현대와 부산에서 친선 경기를 할 때도 "이강인은 완성형의 선수고, 기술이 좋다.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보는 즐거움을 주는 선수다. 중앙, 측면 가리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경기장에서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와 이어진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한 달 만에 PSG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와 함께한 이래로 이강인은 이미 그의 수준을 증명해 왔다. 국가대표팀 활약을 포함해서 그렇다"며 "우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시스템 아래서도 그렇고 그는 미드필더로 크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윙어로도 뛸 수 있고, 가짜 9번이나 섀도우 스트라이커로도 활약할 수 있다"고 했다.
11월에도 다르지 않았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이 지난달 4일 열린 몽펠리에와의 프랑스 리그1 데뷔골을 폭발시키며 PSG 3-0 완승을 이끌자 었다. "이강인은 완벽한 선수다. 작지만 전방, 후방, 안쪽, 측면, 수비, 골까지 넣을 수 있는 완벽한 선수"라며 그의 다양한 쓰임새에 감탄한 뒤 "PSG에 있어 '빅 영입'이다. 계약했을 때부터 우리는 이강인의 잠재력을 알았다. 여전히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잘 뛰고 있다"고 극찬했다.
엔리케 감독은 몽펠리에전에선 "그는 배가 고프다. 배고픔은 선수로서 발전에 정말 중요한 요소다. 그는 우리 스쿼드에서 그러한 특성을 지닌 또 다른 좋은 선수"라며 간절함도 칭찬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강인은 1도움과 함께 기회 창출 3회, 드리블 성공 1회, 크로스 성공 2회, 공 소유권 회복 6회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평점도 괜찮았다. 통계매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평점 8.3점을 부여했는데, 이는 멀티골을 기록한 음바페와 1골 1도움을 기록한 비티냐에 이어 팀 내 평점 3위에 해당하는 평가였다. 소파스코어도 이강인에게 평점 7.7점을 부여하며 음바페, 비티냐 다음으로 활약했음을 인정했다.
프랑스 레퀴프도 이강인에게 음파베와 비티냐의 7점에 이은 6점을 부여해 활약을 인정했다. 다만 평소에도 이강인에게 박한 평가를 내리는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의 도움에 이은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팀 내 중간인 5.5점을 부여하며 활약을 크게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PSG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