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몰입했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김윤석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 감독 김한민)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20일 개봉한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 영화다.
김윤석은 '명량' 최민식, '한산'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다.
굳건한 신념과 현명한 성정을 지닌 조선 최고의 장군이자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길고 긴 전투 끝에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해 필사의 전략으로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고자 노량으로 향한다.
최후의 전투를 앞둔 이순신 장군 역으로 분한 김윤석은 좁고 깊은 노량 해협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현명한 장수, 현장의 모습으로 몰입해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현장감과 함께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지난 2021년 6월 15일 크랭크업 후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관객들을 마주하게 됐다.
앞선 이순신 3부작 시리즈인 '명량'(2014)은 1761만 명의 관객으로 여전히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지난 해 7월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도 726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날 김윤석은 크랭크업 후 2년 반 만에 개봉하게 된 것에 기쁨을 표하며 "드디어 개봉하는 날이 왔다. 감개무량하고, 떨리는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는 그 자체가 '부담'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김윤석은 "'명량'과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님을 연기한 최민식, 박해일 씨와 동병상련의 마음이었다. 이심전심으로, '수고가 많습니다'라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순신 장군으로 살았던 약 6개월 여 간 끝없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았던 사연도 말했다.
'부담' 이면에는 '호기심'도 자리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굉장히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7년 전쟁의 의미, 명과 조선 혹은 명과 왜의 관계 등이 굉장히 뒤엉켜있는데, 드라마의 그런 밀도가 정말 좋더라"며 "'노량'에서의 이순신 장군님은 말수도 적고, 워낙 감정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기에 계속 고민을 하고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이 힘든 만큼 즐겁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전의 영화에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했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얘기했다.
김한민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의 모든 페이지를 꼼꼼하게 살피며 감독의 러브레터에 응답했다.
김윤석은 "감독님의 뜻에 충분히 공감을 했다. '노량'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와닿더라. 그 때부터는 오로지 이 작품의 완성도를 훌륭하게 높이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냈었다"고 작품에 임했던 마음을 덧붙였다.
'모가디슈', '1987', '남한산성' 등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연기와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임진왜란 마지막 해, 최후의 전투를 앞둔 장군 이순신으로 분해 우리가 원하던 현명한 리더를 연기해냈다.
특히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가 스포일러'가 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장면을 준비하면서는 "이 마지막 유언을 내가 연기하게 되다니…"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스쳐지나갔다는 것도 고백했다.
앞서 김윤석은 2017년 개봉한 '1987'에서 박처장 역을 연기하며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자신이 실제로 연기하게 될 줄 몰랐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대사를 다시 꺼낸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님의 최후를 연기하는 마음도 그랬다. '장군님의 이 마지막 유언을 내가 연기하게 되다니' 싶더라. '1987' 때와 똑같은 심정이었다. 과연 장군님이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다시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이어 "치열한 전투의 정점인 순간에 그런 상황을 맞지 않았나. 장군이고, 전쟁터이기에 그간의 나의 삶이 어땠다는 말을 할 시간이 없다. 우리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고 나 떄문에 무언가가 비어 보여서 공격을 당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정확하게 내 의사를 가장 짧게 전달하자는 그 생각 하나를 반드시 가지고 이 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장군의 죽음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시대에 본인의 직업으로 살아갔던 50대 한 인간의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김한민 감독님에게도 '진실된 표현을 합시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었다"고 얘기했다.
실제 30kg에 달하는 갑옷을 입고 촬영하면서는 멈추지 않는 코피를 쏟는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김윤석은 "촬영을 하고 있는데 코피가 나더라. 약간 쉬었는데도 멈추지 않아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사 분이 옷을 벗어보라고 해서 벗어봤더니, 피로 누적 이야기를 하시면서 '꽉 끼는 옷을 입었었냐'고 물어보더라. 알고 보니 갑옷 때문이었다. 갑옷에 맵시를 주려고 옷을 쪼여서 입고, 투구도 흔들리지 않게 꽉 매다 보니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돼서 혈압이 올랐던 것이다"라고 놀랐던 때를 떠올렸다.
이어 "정상 혈압이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해서, 그렇게 혈압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 갑옷을 입고 싸웠나 싶더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아찔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극장가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이순신으로 관객들과 마주하는 떨리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김윤석은 "흥행에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적어도 영화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흥행이 된다면 사실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진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