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언론이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행에 반색하며 오는 2028년 하계 올림픽에서 야구 종목 2연패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일본 매체 '닛칸 스포츠'는 10일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오는 2033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 중인 2028 시즌에는 다저스의 연고지 LA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된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0월 야구를 LA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래커리 회장은 메이저리그 측으로부터 정상급 선수의 참가를 확약하는 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타니의 에이전시를 맡고 있는 'CAA'는 "오타니는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계약을 하면서 LA 다저스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구단을) 배려했다"며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233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오타니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LA 다저스와 계약한 사실을 직접 알렸다.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새겨진 다저스 로고를 올리면서 "제가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모든 팬들과 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 다음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타니의 전 소속팀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은 계약기간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30억원), 축구의 리오넬 메시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FC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6억 7400만 달러(약 8897억원)의 계약을 뛰어넘어 스포츠 역사상 가장 비싼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을 대서특필하며 기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8 LA 올림픽에서 오타니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그림을 벌써부터 상상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21년 안방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일본 야구 역사상 첫 금메달 수확에 성공했다. 준결승에서 한국,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일본 야구의 오랜 숙원이던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일본은 야구가 올림픽 첫 정식 종목에 채택된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준결승에서 쿠바의 벽을 넘지 못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에게 1-3으로 석패,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채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 야구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을 조별리그,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두 이겼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8회말 터진 '국민타자' 이승엽의 결승 2타점 2루타, 선발투수로 나선 '일본 킬러' 구대성의 9이닝 1실점 155구 완투승에 힘입어 일본을 눌렀다.
일본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복병 호주에게 덜미를 잡혔다. 훗날 KBO리그 LG 트윈스(2007-2008), 롯데 자이언츠(2013-2014), KT 위즈(2015)에서 활약하는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에게 6⅔이닝 무실점으로 꽁꽁 묶이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동메달을 따고도 아쉬움 속에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일본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준결승에서 한국에게 2-6 역전패를 당하면서 금메달 도전이 좌절됐다. 한국 야구는 선발투수 김광현의 8이닝 2실점 쾌투, 이승엽의 결승 2점 홈런으로 일본을 격침하는 드라마를 썼다.
일본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미국에게 무릎을 꿇고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당시 일본 야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일본 야구의 올림픽 금메달 한은 도쿄 올림픽에서 풀었다.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돼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IOC가 하계 올림픽 개최국에 따라 일부 종목을 추가 시키는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야구의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에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포함시켰다.
야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대신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열리는 2028 LA 올림픽은 당연히 야구가 정식 종목에 포함됐다.
오타는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 일본을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타자로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OPS 1.345로 맹타를 휘둘렀다. 투수로도 3경기(2선발) 9⅔이닝 2실점 2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쾌투를 선보였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세이브를 기록, 헹가래 투수의 영광을 누린 뒤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올림픽 야구 2연패를 노리는 일본 입장에서 오타니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오타니는 이번 WBC에서 기량 외적으로도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탁월한 리더십까지 발휘했다.
오타니가 2028년 만 34세가 되기 때문에 LA 올림픽에서는 투타 겸업이 어려울 수 있지만 '타자'로만 뛰어 주더라도 일본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크게 올라간다.
'닛칸 스포츠'는 "2028 LA 올림픽이 메이저리그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7월 중순 개최되기 때문에 빅리그 스타들이 각국 대표로 참가하는 '드림팀'이 성사될지는 앞으로도 논의가 필요하다"라면서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주포 브라이스 하퍼는 이미 미국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타니는 5년 후 만 34세가 되는 데다 투타 겸업으로 시즌을 치르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올림픽) 개최지가 LA라면 조정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며 "이도류가 아닌 타자로만 전념해 뛰는 선택지도 있다. 어쨌든 오타니의 첫 올림픽 출전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즈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국가대표로는 2015 WBSC 프리미어12, 2023 WBC 2개의 대회만 참가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뛴 경험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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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