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시즌이 끝나면 결혼식만 다녔다. 올해는 계속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니까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
SSG 랜더스 투수 서진용은 정규시즌 때만큼이나 정신없는 비시즌 일정을 소화 중이다. 올해 69경기 73이닝 5승 4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2.59로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은 것은 물론 프로 데뷔 첫 타이틀을 세이브왕으로 따내면서 2023년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커리어 첫 40세이브는 물론 팀 선배 하재훈이 투수 시절 기록했던 2019 시즌 36세이브를 뛰어넘고 SSG 구단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탯티즈 기준 올해 리그 구원 투수 WAR 1위(3.63)에 오르는 등 각종 지표에서 최고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SSG가 지난해 KBO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의 기운을 이어가지 못하고 올해 정규시즌 3위,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서진용의 활약은 큰 수확이었다.
서진용은 "처음 마무리를 맡았을 때 30세이브 정도만 해도 많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40개를 넘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즌이 끝나고 기록을 보는데 42세이브라는 게 정말 큰 숫자라는 걸 실감했다. 나 스스로도 많이 놀랐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서진용은 201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입단했다. 당시 서진용의 1라운드 지명은 SK의 깜짝 승부수였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서진용은 2017 시즌 42경기 46이닝 2승 3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성공적인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당시 KBO리그 전체가 극심한 타고투저 경향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펜투수로서 충분히 준수한 성적이었다.
서진용은 2019 시즌 유망주 껍질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72경기 68이닝 3승 1패 4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2.38로 리그 최정상급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2021 시즌 65경기 67⅓이닝 7승 5패 9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34, 2022 시즌에는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68경기 67⅓이닝 7승 3패 2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01로 SSG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던 키움 히어로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2연전에서 완벽투로 2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냈다.
서진용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과 내구성이다. 2019 시즌을 시작으로 5년 연속 60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SSG의 불펜을 지탱했다. 올 시즌은 마무리 투수로서는 다소 많은 73이닝을 소화했지만 서진용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진용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386⅔이닝을 던졌다. 같은 기간 서진용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없다. 삼성 김재윤이 368⅓이닝, 롯데 구승민이 358이닝으로 서진용의 뒤를 이었다.
서진용은 "사실 올해는 마무리 보직으로 던지니까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불펜투수들과 비슷하게 던졌다"며 "나는 왜 마무리 위치에서도 많이 던질까 생각도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가 그만큼 믿을 수 있는 투수니까 감독님, 코치님이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또 "다른 불펜 투수들이 힘들 때 내가 마무리로서 던질 수 있는 만큼 잘 던져주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못 던지는 투수였다면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을 거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부분은 오히려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용은 세이브왕에 오른 기쁨을 비시즌 실컷 만끽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KBO리그 정규시즌 공식 시상식에 타이틀 홀더 자격으로 참석, 세이브왕 트로피를 품었다. 지난 4일에는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에서 최고 구원투수상을 수상했다.
서진용은 "상을 받으러 갈 때마다 너무 뿌듯하다. 예전에 최정 형, 김광현 형이 시상식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홀드, 세이브왕이 돼서 수상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한 적도 있다"며 "올해 세이브 타이틀을 따고 좋은 상을 계속 받으니까 정이 형, 광현이 형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것 같다"고 웃었다.
서진용은 수상의 기쁨을 누리는 것과 동시에 2024 시즌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지난달 10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강화군에 있는 SSG 2군 훈련장에서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수술을 받았지만 불안감은 없다. 외려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이 매년 5년 연속 6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었던 데는 타고난 회복력과 강한 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서진용은 "내가 나를 봤을 때 정말 40살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 상태가 20대 때와 지금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엄청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며 "이제 수술을 받았으니 더 깨끗한 팔로 내년에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내가 준비를 잘해야 하겠지만 올해 세이브왕을 하면서 확실히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내가 수술을 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처럼 지금 시기에 똑같이 쉴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안 아프고 건강하게 돌아와야지만 SSG 투수들과 잘 어울려서 시즌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야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12월에 잠깐 고향에 내려갔다 오는 걸 빼면 강화도 재활군에서 운동하고 몸을 만들려고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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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