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오현규에 대해 소속팀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지난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득점왕인 일본인 공격수 후루하시 교고와의 투톱 기용을 시사, 오현규의 출전 시간 변화 가능성을 드러냈다.
셀틱은 7일 영국 글래스고 셀틱 파크에서 열린 하이버니언과의 2023/24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16라운드 맞대결에서 오현규의 멀티골에 힘입어 4-1 완승을 거뒀다.
정규리그 3연패를 노리고 있는 셀틱은 하이버니언을 제압하면서 리그 16경기 무패행진(13승3무)을 이어갔을 뿐만 아니라 승점을 42로 늘리면서 리그 선두를 확고히 다졌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오현규가 약 한 달 만에 나온 선발 경기에서 멀티골을 폭발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이날 멀티골은 올시즌 두 번째다. 앞서 오현규는 지난달 13일 애버딘전에서 후반 도중 교체로 들어와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을 폭발시킨 적이 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한 번 멀티골을 넣었다.
셀틱은 불과 4일 전에 15라운드 세인트 존스톤 원정 경기를 치른 점을 고려해 일부 포지션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직전 경기와 비교했을 때 총 3자리가 바뀌었는데, 먼저 셀틱 주포인 일본인 공격수 후루하시를 대신해 오현규가 중앙 공격수로 선발로 나섰다.
세인트 존스톤전 때 선발로 나섰던 양현준은 이날 아예 명단 제외로 아예 쉬었다. 중원에선 데이비드 턴불을 대신해 이와타 도모키가 나섰다.
셀틱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현규였다.
셀틱 코너킥 상황에서 루이스 팔머의 크로스를 수비수 캐머런 카터-빅커스 골대 쪽으로 밀어 넣었는데, 이 때 골대 바로 앞에 있던 오현규 오른쪽 허벅지를 맞고 굴절됐다. 하이버니언 선수들은 눈 앞에서 슈팅이 굴절됨에 따라 공이 골망을 흔드는 걸 그대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공이 오현규 몸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다보니 셀틱 선제골은 오현규의 득점과 카터-빅커스의 도움으로 기록됐다.
행운이 따르면서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진 가운데 셀틱은 전반 36분 추가골을 올렸다. 왼쪽 측면에서 팔머가 돌파에 성공한 뒤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덴마크 미드필더 매트 오라일리가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오현규의 선제골과 오라일리의 추가골에 힘입어 전반전을 2-0으로 마친 셀틱은 후반 6분 3번째 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셀틱의 3번째 골은 페널티킥에서 나왔다.
알리스테어 존스턴이 후반 4분 하이버니언 수비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비디오판독(VAR)이 가동됐고, 심판이 직접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 온필드 리뷰를 확인한 결과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팔머가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면서 왼쪽 구석을 향해 정확히 슈팅을 꽂아 넣어 스코어 3-0을 만들면서 하이버니언 추격 의지를 꺾었다.
셀틱이 승기를 확실히 잡은 가운데 후반 10분 오현규가 팀의 4번째 득점을 터트리면서 이날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칼럼 맥그리거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온 오현규는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낸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먼 포스트를 노린 오현규의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은 마셜 골키퍼을 지나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 멀티골로 오현규는 시즌 5호골을 달성했다. 지난 13라운드 에버딘전에서 2골을 터트린 후 4경기 만에 골 맛을 봤을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멀티골을 기록했다.
오현규는 후반 18분 후루하시와 교체되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오현규가 교체된 후 셀틱은 후반 27분 공격수 크리스티안 도이지한테 만회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추가 실점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4-1 압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홈에서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2골을 터트린 오현규한테 많은 칭찬이 쏟아졌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오현규는 선발로 나와 63분을 뛰면서 멀티골과 함께 슈팅 5회, 유효슈팅 3회, 기회 창출 1회를 기록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8점을 받았다. 이날 평점 1위는 1골 1도움을 기록한 팔머(평점 9.1)였다.
또 다른 통계매체 '소파스코어'도 오현규한테 평점 8.6 높은 점수를 줬고, '후스코어드' 역시 평점 8.9를 주면서 팔머(평점 9.4)와 함께 이날 셀틱 선수들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로저스 감독이 오현규를 극찬하면서 향후 경기에서 후루하시와 공존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현규는 지난 1월 셀틱에 입단했는데 입단 후 줄곧 후루하시 백업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에도 프리미어십 13경기에 출전했으나 이 중 선발은 이번 경기를 포함해 두 차례에 불과하다.
스코틀랜드 언론 "켈트셰어히어"에 따르면 로저스 감독은 "오현규는 경기에 나섰고 매우 잘 해냈다"며 "우리에게 다른 차원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의 공헌도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오현규가 최근 컨디션이 좋아 출전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기에서 필요하다면 오현구와 후루하시가 함께 뛰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현규의 플레이 자체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로저스 감독은 "오현규는 완벽했다"며 "그는 팀에 매우 도움이 되는 행동을 보여줬다. 그가 공을 끌며 상대를 기다려주는 플레이, 박스 내에서 마무리는 출중했다. 두번째 골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뒤에서 침투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며 호평했다.
로저스는 아울러 "그는 힘이 좋고 침착함도 갖추고 있다"며 "그에게 매우 만족했다. 선발 출전해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후루하시와의 공존 여부에 관계 없이 계속 중용할 생각도 전했다.
후루하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십에서 36경기 27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다. 2021/22시즌에도 후반기 6개월을 뛰면서 12골을 넣었다.
다만 키가 큰 편은 아니어서 일종의 '가짜 9번'으로 뛰는데 장신 공격수인 오현규와의 공존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현규는 앞서 K리그1 명문 수원 삼성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지난 1월 겨울이적시장 때 스코틀랜드 챔피언 셀틱으로 이적하면서 유럽에 첫 발을 내밀었다. 셀틱은 수원에 이적료 250만 파운드(약 41억원)를 지불하면서 오현규와 2028년 6월까지 계약을 체결했다.
셀틱 유니폼을 입은 오현규는 2022/23시즌 후반기 동안 주로 교체로 나왔지만 21경기에서 7골을 터트리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또 셀틱이 3개 대회(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스코티시 리그컵, 스코티시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입단하자마자 트로피 3개를 커리어에 추가했다.
그런 오현규에 지난 여름 변화가 일어났다.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자신을 긴 시간 기다려 데려온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로 떠나면서 새로 부임한 로저스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게 됐다. 로저스 감독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당한 레스터 시티에서 경질된 후 자신이 한 차례 지휘했던 셀틱으로 돌아왔다.
오현규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예 결장하는 등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으나 애버딘전 멀티골을 시작으로 살아나 지금은 후루하시와 견줄 만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오현규의 활약에 로저스 감독도 화답한 셈이다.
사진=셀틱,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