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첼시를 잡고 상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에릭 턴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7일(한국시간) 오전 5시 15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 맞대결서 2-1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맨유는 9승6패, 승점 27로 6위까지 상승했다. 한 경기 덜 치른 5위 토트넘과 승점이 동률이 되면서 상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첼시는 이번에도 승점을 얻지 못하고 10위(5승4무6패·승점 19)를 유지했다.
첼시전을 앞두고 맨유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부진이 끝날 줄 몰랐고, 턴하흐 감독과 선수단 사이 불화가 생겨났다는 보도가 줄지어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맨유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톱 스타들은 턴하흐 감독의 영입이 얼마나 나빴는지 보고 깜짝 놀랐다"라면서 "라스무스 회이룬, 안토니, 메이슨 마운트 등 여러 선수들이 지금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라고 팀 내 고참 선수들이 턴하흐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회이룬, 안토니, 마운트 영입 뿐만 아니라 바우트 베호르스트의 불운한 임대 계약까지 맨유 드레싱 룸에서는 턴하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선수는 이번 여름 아탈란타에서 온 회이룬 영입에 굉장히 당황해 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어 "턴하흐의 엄격한 접근 방식도 일부 맨유 선수들을 성가시게 했다. 최근에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패배로 시즌 10번째 패배를 당하면서 라커룸에 새로운 불화가 나타났다"라고 선수단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5일 "절반의 맨유 선수들이 턴하흐로부터 등을 돌렸다. 많은 핵심 선수들이 턴하흐의 구단 운영 방식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라면서 "어떤 선수들은 훈련이 너무 과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어떤 선수들은 턴하흐가 너무 권위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턴하흐의 고집과 로봇 같은 성격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턴하흐는 맨유에 대해 비판 보도를 낸 기자 4명을 공식 기자회견에 출입 금지 시켜 또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첼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스카이스포츠 소속 카베 숄헤콜 등 4명의 언론인 출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개인 SNS를 통해 "맨유는 구단에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고 기사를 낸 몇몇 미디어 기관에 조치를 취했다"라고 설명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맨유는 승리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발 명단을 내세웠다. 4-2-3-1 포메이션에서 안드레 오나나가 골문을 지켰고, 디오구 달로, 해리 매과이어, 빅토르 린델뢰프, 루크 쇼가 수비를 맡았다. 스콧 맥토미니, 소피앙 암라바트가 중원을 구성했으며 안토니, 브루누 페르난데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라스무스 회이룬이었다.
역시 부진 탈출을 위해 승리가 필요했던 첼시도 4-2-3-1로 맞섰다. 로베르트 산체스 골키퍼가 장갑을 꼈고, 리바이 콜윌, 티아구 실바, 악셀 디사시, 마크 쿠쿠렐라가 백4를 이뤘다. 엔소 페르난데스와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3선에 위치했고, 미하일로 무드리크, 콜 팔머, 라힘 스털링이 2선에서 최전방 공격수 니콜라 잭슨을 지원했다.
전반 초반 맨유가 첼시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3분 쇼의 패스를 받은 회이룬이 정확한 슛으로 첼시 골문을 위협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는 쇼가 날카롭게 문전으로 붙였지만 린델뢰프의 슛이 부정확해 기회를 놓쳤다.
맨유가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전반 6분 엔소가 안토니의 발을 밟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브루누가 키커로 나섰다. 브루누는 골키퍼의 타이밍을 속이기 위해 특유의 스텝을 밟았지만 산체스 골키퍼가 선방했다. 흘러나온 공을 가르나초가 잡아 재차 슈팅을 때렸지만 높게 뜨면서 또다시 기회를 날렸다.
첼시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11분 암라바트의 패스 미스를 가로채 역습을 전개했고, 잭슨이 무드리크에게 연결했다. 무드리크가 자신 있게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 맨유도 안토니의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산체스 골키퍼가 쉽게 잡아내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맨유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먼저 앞서나갔다. 전반 19분 암라바트가 첼시의 공격을 차단한 후 브루누에게 연결했다. 브루누는 가르나초에게 패스를 넣어줬고, 가르나초는 중앙으로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온 매과이어가 슈팅을 시도했고, 쿠쿠렐라에게 막혔지만 맥토미니가 공을 잡아 밀어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맨유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막판 무드리크가 팔머에게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팔머가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가 오나나의 타이밍을 빼앗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전반전은 1-1로 종료됐다.
후반전에도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가르나초의 바이시클킥으로 맨유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후반 15분에는 안토니의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지만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1분 뒤에는 쇼의 슈팅이 콜윌 몸에 맞고 나왔다. 맨유 선수들은 핸드볼 파울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페널티킥 판정 없이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첼시도 꾸준히 맨유의 골문을 노렸지만 매과이어의 수비에 막혔다.
결국 맨유가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터뜨렸다. 후반 24분 가르나초의 정확한 크로스를 맥토미니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수비 경합을 이겨내고 공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후 달려들어 마무리했다. 맥토미니의 멀티골이었다.
득점 직후 맥토미니가 해트트릭 기회를 잡았다. 산체스 골키퍼의 킥 미스가 나왔다. 안토니가 가로채 침투하는 맥토미니에게 연결했다. 맥토미니가 지체없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지만 제대로 슈팅이 되지 않았다. 맥토미니 발을 떠난 공은 힘없이 날아가 골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맨유가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후반 28분에는 오나나의 긴 패스를 받은 가르나초가 슈팅까지 이어가봤지만 리스 제임스가 끈질기게 따라붙어 수비에 성공했다.
첼시는 제임스를 앞세워 측면 공격을 시도했고, 최전방에 아르만도 브로야까지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막바지 제임스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브로야에게 향했고, 브로야도 강력한 헤더를 시도했다. 하지만 공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면서 땅을 쳤다.
결국 첼시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점수 차를 잘 지켜낸 맨유가 귀중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경기 후 턴하흐 감독은 "맥토미니는 골 냄새를 잘 맡았다. 마무리도 훌륭했다. 맥토미니가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을 수 있도록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을 조정했다"라고 맥토미니의 득점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멀티골을 넣은 맥토미니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경기 공식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경기 후 진행된 맨 오브 더 매치 팬 투표에서 60.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동점골 주인공 첼시의 팔머는 14.4%로 2위에 그쳤다.
무려 95.5%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득점 뿐만 아니라 공격 전개 과정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해낸 맥토미니는 스카이스포츠로부터 평점 8점을 받았다. 양 팀 선수들 중 최고 평점이었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풋몹도 맥토미니에게 양 팀 가장 높은 8.9점을 부여했고, 후스코어드닷컴 또한 8.2점으로 최고 평점을 줬다. 다만 소파스코어는 7.8점을 줬다. 첼시 산체스 골키퍼(8.2)보다 낮은 점수였다.
경기 후 맥토미니는 턴하흐 감독과 선수단 사이 불화설에 대해 의식한 듯 팀 분위기가 좋다고 밝혔다. 맥토미니는 "내가 오늘 경기에서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직하게 턴하흐 감독 덕분"이라면서 "감독의 경기 접근 방식이 주요했다. 훈련 세션도 가벼웠다. 그게 우리를 산뜻하게 유지시켰다"라고 턴하흐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이번 경기 승리로 맨유는 한 경기 덜 치른 토트넘과 승점 동률이 되면서 상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시간 맨체스터 시티가 애스턴 빌라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두 팀의 격차도 3점에 불과하게 됐다. 오는 10일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리버풀 원정을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준비할 수 있을 예정이다.
같은 시간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0-1로 패하면서 순위가 4위까지 떨어졌다.
맨시티는 7일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에서 애스턴 빌라에 0-1로 패했다.
홈팀은 시종일관 맨시티를 몰아붙였고 결국 후반 29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유리 틸레만스의 패스를 받아 레온 베일리가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이 공이 맨시티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키퍼 에데르송 골키퍼의 키를 넘겨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맨시티는 실점 이후 동점골을 노렸지만 애스턴 빌라의 단단한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맨시티는 이날 패배로 9승 3무 3패(승점 30)을 기록하며 4위로 떨어졌다. 특히 첼시전부터 최근 리그 4경기에서 3무 1패를 기록하며 무승의 늪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