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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안타 신화' 서건창의 반등 실패, 염갈량 믿음도 통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23.11.26 07:00 / 기사수정 2023.11.26 07:58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베테랑 2루수 서건창이 또 한번 시련을 맞이했다.

LG 트윈스는 26일 "선수단 정리 작업을 통해 아래 12명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기쁨을 뒤로하고 2024시즌 준비에 나선 것이다.

투수는 송은범, 이찬혁, 김태형(좌완), 성재헌, 임정우까지 총 5명의 선수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내야수는 서건창을 포함해 정주현, 김성협, 최현준까지 총 4명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또한 외야수 이천웅, 최민창, 이철민도 LG를 떠나게 됐다.

역시나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서건창이다.

올 시즌이 개막하기 전만 해도 LG 트윈스의 최대 고민은 바로 '2루수'였다. LG는 수년간 센터라인의 한 축을 맡을 선수를 찾지 못했고, 그 사이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물론 LG는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 신민재를 발견하며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었다. 주로 외야수로 나섰던 신민재가 단숨에 주전 2루수로 거듭났고, 올 시즌 1군에서 무려 122경기에 출전했다. 도루를 37개나 성공하며 팀의 기동력을 책임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민재는 어떻게 보면 '플랜B'에 가까웠다. 사령탑이 원래 계획하고 있던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건 아니었다는 의미다. 시즌을 준비할 때만 해도 염경엽 감독이 생각한 주전 2루수는 김민성과 서건창이었다. 특히 주전 2루수로 풀타임 시즌을 경험했던 서건창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지난 8월 초 취재진과의 인터뷰 중 신민재의 활약상을 언급하던 염 감독은 "(신)민재의 콘택트나 방향성 같은 부분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좋았는데, 혹시 몰라서 2루수와 외야수 훈련을 함께 해왔다. (서)건창이가 실패하면 그것에 대해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외야만 소화하던 민재를 내야에서 연습시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지난해 마무리캠프까지만 해도 서건창은 주전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사령탑은 올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줄곧 서건창에 대한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히어로즈 시절부터 누구보다도 서건창을 오래 지켜봤기에 선수의 반등을 믿고 있었던 염 감독이다.

서건창은 2008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12년부터 많은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에는 전 경기(128경기)에 출전하면서 무려 201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단일시즌 200안타 주인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10년대 후반까지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던 서건창은 2021년 7월 말 트레이드 통보를 받으면서 투수 정찬헌과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던 LG가 야수진의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추기 위해 선발 자원을 내주면서 내야수 영입에 힘을 쏟은 것이었다. 반대로 좀 더 젊은 선수들로 내야진을 꾸릴 생각이었던 키움으로선 서건창이 다른 팀에서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서건창은 이적과 함께 새로운 팀에서 확실하게 기회를 보장받았고, 2017년(615타석) 이후 4년 만에 600타석을 채웠다. 다만 보여준 게 많지 않았다. 그해 서건창의 정규시즌 성적은 513타수 130안타 타율 0.253 6홈런 52타점.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2021시즌 이후 FA(자유계약)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서 재기를 꿈꿨는데, 이듬해 77경기 219타수 49안타 타율 0.224 2홈런 18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이제는 출전 기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2년 연속으로 FA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다를 것만 같았다. 서건창은 시범경기 13경기에 출전, 47타수 17안타 타율 0.362 4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리면서 예열을 마쳤다. 자연스럽게 4월 1~2일 KT 위즈와의 개막 2연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서건창은 4월 한 달간 81타수 18안타 타율 0.222 12타점으로 부진한 데 이어 5월에는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7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5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결국 5월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세 달 넘게 2군에서 머물렀다.



확대엔트리 시행과 함께 1군으로 올라온 서건창은 9월 이후에도 13경기 23타수 4안타 타율 0.174로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에 실패하며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올겨울에도 서건창은 FA 권리 행사 없이 조용하게 겨울을 맞이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그는 당분간 구단들의 연락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내야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영입을 추진해볼 만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201안타 신화'를 썼던 서건창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서건창 2012~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성적

-2012년: 127경기 433타수 115안타 타율 0.266 1홈런 40타점 39도루

-2013년: 86경기 316타수 84안타 타율 0.266 18타점 26도루

-2014년: 128경기 543타수 201안타 타율 0.370 7홈런 67타점 48도루

-2015년: 85경기 312타수 93안타 타율 0.298 3홈런 37타점 9도루

-2016년: 140경기 560타수 182안타 타율 0.325 7홈런 63타점 26도루

-2017년: 139경기 539타수 179안타 타율 0.332 6홈런 76타점 15도루

-2018년: 37경기 141타수 48안타 타율 0.340 15타점 2도루

-2019년: 113경기 426타수 128안타 타율 0.300 2홈런 41타점 17도루

-2020년: 135경기 484타수 134안타 타율 0.277 5홈런 52타점 24도루

-2021년: 144경기 513타수 130안타 타율 0.253 6홈런 52타점 12도루

-2022년: 77경기 219타수 49안타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8도루

-2023년: 44경기 110타수 22안타 타율 0.200 12타점 3도루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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