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인종차별로부터 토트넘 주장 손흥민을 지키기 위해 나선 건 바로 토트넘 구단이었다.
토트넘은 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에게 지난 5월 인종차별을 가한 크리스털 팰리스 팬에 대한 경기장 출입 금지 조치 관련 성명문을 발표했다.
토트넘은 "구단은 지난 5월 팰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몸짓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팰리스 원정 팬이 원래 선고에 대한 항소 이후 3년 동안 경기장 출입 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최근 보도된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결과를 전했다.
해당 사건은 약 6개월가량 전인 지난 5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토트넘과 팰리스의 맞대결에서 손흥민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일부 원정 팬들이 그를 향해 양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인종 차별 행위를 하면서 시작됐다. 손흥민은 당시 인종차별적 행위와 손가락 욕 등 매우 불쾌한 행동을 마주했음에도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벤치로 돌아갔다.
당시 원정 팬의 만행이 SNS를 통해 전해지자 큰 공분을 샀다. 토트넘은 곧바로 경기 후 성명을 통한 비판을 내걸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경기에서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혐의를 인지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은 혐오스럽고, 사회, 경기, 클럽에서 모두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당시 발생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한국 팬들도 토트넘 구단도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을 향한 경기장 내 인종차별 행위는 팰리스전까지 지난 시즌에만 3번째였는데, 시즌 초인 지난해 8월 첼시 팬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해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 웨스트햄전에서도 해당 행위가 발생해 토트넘 구단과 프리미어리그 등이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일부 프리미어리그 해설가가 손흥민의 경기 중 행동에 대해 무술이라고 비판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팰리스 팬의 징계 절차에 대해서도 토트넘은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강력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단은 "우리는 경찰 및 크리스털 팰리스 구단과 협력하여 관련된 개인을 조사하고 식별 중이다. 이번 시즌 초 손흥민이 첼시에서 유사한 인종차별 학대를 당한 경우와 같이, 유죄가 인정될 경우 개인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선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팰리스도 토트넘과 함께 해당 행위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토트넘 원정에서 손흥민에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개인에 대한 비디오를 확인했다. 경찰과 증거를 공유했고, 신원이 확인되면 해당 개인은 클럽 금지 조치를 받게 될 것이다"라며 확실한 조치를 약속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해당 팬에 대한 조치들이 결정되며 이러한 행동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웠다. 영국 매체 미러는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제스처를 한 축구팬이 3년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라고 전하며 "토트넘 주장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한 축구팬이 3년 동안 모든 경기 관람이 금지됐다. 로버트 갈랜드는 경기 막판 손흥민이 교체될 당시 그런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올해 초 법정에서 해당 행위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검찰은 갈랜드의 형량에 이러한 금지 명령을 추가하도록 추진했고, 검찰은 그가 앞으로 3년 동안 어떤 경기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라며 기존 형량에 추가적인 조치까지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립검찰청 소속 더글러스 맥케이 검사는 "이런 행위는 경기, 선수, 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검찰청은 사악한 몸짓이나,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기소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스포츠에서 이를 금지하도록 항상 법원에 요청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경기 출입금지 징계를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토트넘은 이번 성명서에서 경기장 출입 금지와 같은 추가적인 징계 행위에 대해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항소한 것을 밝히며, 앞으로도 토트넘 선수를 비롯해 모든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강력 조치를 예고했다.
토트넘은 "구단은 인종적으로 가중된 위반 혐의로 체포된 팬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도왔다. 해당 팬은 유죄를 선고받고, 60시간의 무급 봉사와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구단은 이 형의 관대함에 대해 런던 경찰과 영국 축구 경찰국에 우려를 제기했다. 구단의 요청을 받은 경찰은 영국 축구 경찰국과 협의해 판결에 대한 항소를 결정했고, 직접적인 결과로 법원은 해당 팬에게 3년간 경기 출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라며 구단이 손흥민이 당한 사례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추가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협조해준 경찰에 감사하다. 우리는 구단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으며, 항상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에 대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사건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트넘은 그간 손흥민 외에도 다른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에도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10월 "우도지가 SNS상에서 수많은 인종차별적 비난을 겪었다"라며 "우도지는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려 리버풀전 승리를 자축했는데, 이에 분노한 리버풀 팬들이 우도지 글에 댓글로 인종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그를 괴롭혔다"고 전했다.
토트넘과 리버풀은 지난 10월 1일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서 맞대결을 펼쳤다. 우도지는 후반 23분과 24분 리버풀의 윙어 디오구 조타와 경합을 벌여 조타에 옐로카드 두 장을 얻어내 그를 그라운드에서 쫓아냈다. SNS에선 우도지가 조타와의 경합에서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 아니냐는 일부 팬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선을 넘은 팬들이 우도지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들은 "'검은 원숭아 그만 넘어져라' 등, 인종차별적 댓글을 단 SNS 사용자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전하면서 "토트넘 또한 해당 상황에 분노해 성명문을 냈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2일 우도지의 인종차별에 대해 "치가 떨린다"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협조하겠다.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한 법적 조치를 모조리 취하겠다. 데스티니, 우린 너의 편이다"라며 분노 담은 성명문을 게재했다.
축구 인종차별 예방 재단 '킥 잇 아웃(Kick It Out)'도 '댓글 테러'에 대해 "경악스럽다"고 의견을 밝혔고 해당 재단의 선수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트로이 타운젠드는 "경기에서의 논란이 아무리 커도 이러한 인종차별을 용인할 순 없다"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가 매 시즌 리그 규모와 선수들의 기량, 팀의 퀄리티 등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개선이 좀처럼 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이러한 행동은 리그를 응원하는 팬들로서 당연히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홈페이지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