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1.4초. 백분의 일초를 다투는 포뮬러 원(이하 'F1'으로 표기)에서 10분과 같은 시간이다. 28바퀴까지 선두를 질주하고 있던 세바스티안 페텔(24, 독일, 레드불)은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피트 타임 지체로 인해 무려 11초를 잃고 말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페르난도 알론소(30, 스페인, 페라리)는 순식간에 페텔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추월을 당한 페텔은 끝까지 알론소를 추격했지만 재역전에 실패했다.
페텔은 올 시즌 열린 F1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6번 우승을 차지했다. 10일(현지시각) 영국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린 '2011 F1 그랑프리 9라운드 영국 그랑프리' 전까지 페텔은 8번의 그랑프리 시리즈 중, 6개 대회를 독식하며 독주체제를 굳혀갔다.
페텔은 전날 열린 예선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폴포지션(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가 결선 맨 앞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는 권리)을 얻은 마크 웨버(35, 호주, 레드불)를 앞에 두고 출발한 페텔은 폭발적인 스타트로 첫 바퀴부터 선두로 나섰다
페텔의 질주는 28트랩까지 이어졌다. 웨버는 물론, 알론소와 루이스 해밀턴(25, 영국, 맥라렌)등의 추격을 제치고 선두를 굳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28트랩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다. 이는 드라이버인 페텔의 과오가 아니었다. 과열된 타이어를 빠르게 갈아치워야 하는 '피트 크루'의 실책이었다.
F1의 우승 조건은 드라이버의 실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쟁 팀들과 비교해 성능이 월등한 머신이 필요하고 경기 도중, 드라이버를 지원하는 스텝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특히, 과열된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간인 '피트 타임'은 매우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타이어 교체를 진행하는 '피트 크루'들은 '눈 깜짝할 순간'에 타이어를 교체해야하는 의무를 안고 있다. 빠르면 3초 초반, 아무리 늦어도 4초 후반까지 타이어를 교체해야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영국 그랑프리에서는 피크 타임에서 실수가 많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시즌부터 '찰떡 호흡'을 자랑하던 레드불 레이싱의 실수는 페텔의 7승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제아무리 늦어도 5초 안에 해결해야할 피트 타임을 무려 11초 동안이나 지연시켰다.
선두를 달리던 페텔은 순식간에 알론소와 해밀턴에 이어 3위로 뒤쳐졌다. 올 시즌 6승을 올린 페텔은 무서운 질주로 알론소를 추격했다. 히지만, 2위를 달리고 있던 해밀턴은 절묘한 방어로 페텔이 치고 나올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밀턴이 뒤처지고 페텔이 2위로 올라왔다. 드라이버의 방심이 순위를 뒤바꿀 수 있었지만 기회를 잡은 알론소는 끝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개인통산 27승을 올린 알론소는 페텔이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드라이버로 군림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알론소는 무려 9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페텔은 상반기 대회 중, 6승을 올리면서 올 시즌 챔피언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다. 페텔은 지난 2004년 미하엘 슈마허(41, 독일, 메르세데스)가 기록한 시즌 13승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F1 그랑프리는 총 10개 대회다. 이 중, 7승을 달성하면 슈마허가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사진 = 세바스티안 페텔, 페르난도 알론소, 마크 웨버 (C) LAT Photographic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